[미디어스=윤수현 기자] CJ ENM이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에 대해 전년 대비 최소 25% 이상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CJ ENM은 '17개 채널에 대한 사용료를 일률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지난달 29일 전자신문은 “CJ ENM은 KT 시즌, U+모바일tv 등 모바일 플랫폼의 실시간 프로그램 사용료로 전년 대비 10배 정도 인상 폭을 제시했다”며 “모바일 플랫폼 시청률 증가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전했다.

CJ ENM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스 확인 결과 CJ ENM이 요구한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은 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25%였으며 그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IPTV 업계 관계자 A 씨는 지난달 30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콘텐츠 사업자가 방송을 잘 만들면 사용료 인상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사용료 25% 인상은 너무 많다”고 밝혔다. A 씨는 “IPTV사는 매년 프로그램 사용료를 인상해주고 있다”며 “특히 CJ ENM의 사용료는 지상파 수준이며, 전체 PP사용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 ENM은 이번 협상에서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와 모바일 플랫폼 사용료를 분리해 계약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IPTV사는 유료방송 프로그램 사용료와 모바일 플랫폼 비용을 합산해 계약했다. A 씨는 “모바일 플랫폼 사용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송출 중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B 씨는 CJ ENM이 자사가 보유한 전체 케이블 채널 사용료를 일률적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B씨는 “CJ ENM에 다양한 채널이 있는데 모두 묶어서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tvN처럼 인기 채널이 있고, 아닌 곳도 있다. 패키지로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CJ ENM이 소유한 채널 중 오리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곳은 3개~4개 정도”라며 “나머지 채널은 다른 채널이 제작한 콘텐츠를 재방송하는 수준이다. MPP(복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라도 채널 단위로 계약하는 것이 기본이다. 채널별로 등급을 평가해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을 책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C 씨는 “CJ ENM 요구안은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수준이다. 전체 프로그램 사용료 총액은 한정적인데 CJ ENM의 요구를 들어주면 중소PP에 돌아갈 돈이 낮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C 씨는 “과거와 달리 PP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IPTV사는 갑이고 PP는 을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콘텐츠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CJ ENM 측은 미디어스에 “IPTV 3사는 이용요금의 약 80%를 플랫폼 몫으로 떼가고, 20%만 프로그램 사용료 명목으로 PP에 지급하고 있다”며 “(이용요금의) 30%~50%를 플랫폼 몫으로 가져가는 음원, 극장 등과 비교해도 콘텐츠사에 지급하는 몫이 지나치게 적다. 프로그램 투자 비용을 감안해 합리적인 인상안을 가지고 협상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CJ ENM 측은 모바일 플랫폼 사용료 분리 계약 요구에 대해 “IPTV와 OTT는 별개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용료가 별도로 책정되는 것이 당연하다”며 “IPTV에서 운영하는 OTT에는 헐값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어 정상적인 콘텐츠 대가를 요구한 것이다. 게다가 IPTV는 저렴하게 수급한 콘텐츠를 활용해, 고가요금제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자사 OTT를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IPTV가 CJ ENM의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기 어렵다. CJ ENM은 방송채널사업자 중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방송사업자 시청점유율 산정결과’에 따르면 CJ ENM은 시청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CJ ENM의 시청점유율은 MBC·SBS 등 지상파는 물론 종합편성채널 4개사보다 높았다.

프로그램 송출 수단도 다양화됐다. 과거 송출 수단은 TV로 한정돼 있었지만 현재 유튜브·넷플릭스 등 다양한 유통 플랫폼이 등장했다. CJ ENM은 자체 OTT인 티빙을 운영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9월 딜라이브를 상대로 프로그램 사용료 20% 인상을 요구하며 “협상 불발 시 블랙아웃(송출중단) 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양사 간 분쟁 조정에 이례적으로 개입했고, 적정 수준의 인상률을 정해 권고하는 방식이 아닌 '다수결'을 통해 CJ ENM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업계는 딜라이브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률을 10% 대로 추정했다.

한편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선공급-후계약 금지법’으로 불리는 방송법·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두 건의 개정안 심사를 보류했다. 과방위는 대안을 마련한 후 개정안을 재논의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CJ ENM, 지상파 등 대형 PP의 협상력이 높아지게 될 전망이다. ‘선계약 후공급’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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