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미혼 행세를 하며 언론사 입사 지망생과 교제했다는 PD에 대한 KBS 감사실의 내부 감사로 성평등센터 관계자가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실이 요청한 제보자와의 상담 일지 원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KBS는 지난 1월 다큐멘터리 PD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실확인을 위해 감사에 착수했다. 자신을 PD 지망생이었다고 밝힌 A 씨는 유명 작품을 만든 KBS PD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숨긴 채 2017년 연말부터 한 달간 연인관계로 지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자신의 실명과 함께 PD와 나눈 대화록 등을 지난해 KBS 성평등센터에 제보했다. A 씨는 “실명으로 모든 내용을 기록에 남겼지만, 공식적인 문제제기·조사요청은 하지 않았다”며 “상담 과정에서 합당한 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KBS)

미디어스 취재 결과, 최근 인사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은 사람은 성평등센터 부장이었다. 감사실이 조사를 위해 성평등센터에 A 씨와 면담 일지 원본 자료를 요구했는데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성평등센터는 원본 일지 대신 사건이 정리된 상담사실 확인서를 제출했지만 감사실은 이를 ‘감사 방해 행위’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평등센터 부장이 참석한 지난달 28일 인사위원회에서 일정상의 이유로 해당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다. 인사위는 이달 초 열릴 예정이다. 한편 해당 PD에 대한 인사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개소한 성평등센터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활동을 위해 전문상담원과 센터장을 외부 인사로 영입했다. 성평등센터는 직장 내 성폭력·성차별 관련 신고를 접수 처리하며 피해자 보호와 지원,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윤상 초대 성평등센터장이 2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뒤 현재까지 센터장 자리는 공석이다.

여성단체들은 감사 기관에서 상담일지 원본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부적절한 요구라고 입을 모았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법원에서도 상담일지 원본을 요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만약 상담일지 원본을 제공해야하는 상황이 된다면 피해자 동의를 먼저 받아야하고, 피해자 동의없이 제공하지 않는다"며 "이는 완전한 개인정보로 피해자가 믿고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송 상임대표는 “최근 법원에 몇 년 동안 상담 원본을 제공한 경우는 한 번으로 피해자 본인이 원했던 상황이었다”며 “KBS 성평등센터는 모든 상담내용을 비밀로 한다는 원칙으로 상담접수를 한다는 측면에서 부장이 원본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인사위원회에 회부됐다면 이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일반적으로 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내 상담센터·고충처리센터·성폭력 예방센터 등에 상담일지 원본 제출을 요구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상담 조사 보고서를 내거나 징계요청 요건에 해당하는 자료를 정리해서 제출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누군가의 비밀을 보장하며 상담받을 수 있도록 만든 게 성폭력 상담센터인데 피해자가 상담한 원본 일지를 내라고 하면 그 기관에 상담을 신청할 피해자는 없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공론화된 사안에 대한 책임을 내부에 있는 상담부서에 전가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KBS측은 감사 결과, 감사실 입장, 인사위 회부 등에 대해 모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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