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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탐사보고서- 성적중산층 붕괴, 코로나가 앞당긴 교육 디스토피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4.30 09:57

[미디어스=이정희] 2020년 봄, 학교가 멈췄다. 교실 문이 닫혔다. 그러던 학교가 4월, 겨우 온라인으로 개학을 했다. 

지난 20년 동안 학교는 '스마트교육’ 등의 이름으로 부단히 '미래 교육' 시스템을 시도해 왔었다. 하지만 실효는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였기에 2020년 상반기 온라인 개학 후 온라인 수업 실시는 9.7%에 불과했다. 4월, 급한 대로 EBS가 활용됐다. 그러던 것이 2학기가 되자 58.4%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540만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 원격수업을 받게 되었다. 어느덧 아이들에게는 학교보다 태블릿이 친숙해졌다. 지난 1년 우리 교육이 겪은 이 불가피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지난 4월 26일과 27일에 걸쳐 YTN 탐사보고서 〈기록〉이 '교육재난 2부작'을 통해 살펴보았다. 

코로나가 가져온 학습 결손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개미마을과 대치동’ 편

무엇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학습 결손'이다. 지난 1년간 실시된 온라인 수업, 아이들은 컴퓨터와 더욱 친숙해졌다. 그만큼 유튜브 등의 매체에 무방비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독서량은 줄고, 유튜브 등의 온라인 매체 노출은 늘어났다. 자기소개서 문항에 있는 부모, 양력‧ 음력의 뜻조차 모르는 문해력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호소이다. 

그런데 이 '학습 결손'이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낡은 디지털 기기로 수업을 방해 받았다’는 항목에 대한 조사 결과 경제적으로 상위 계층 학생들이 11.5%, 하위 계층은 29.3%로 두 배에 이른다. 온라인 수업을 집중하기 힘들다는 항목이나 모르면 넘어간다는 항목에는 6.2%와 22.6%로 세 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반면 모르면 부모님이 도와준다는 항목에 대한 답은 반대이다. 하위 계층 학생들이 14.9%인 반면 상위 계층의 학생들의 경우 33.3%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현실은 어떨까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개미마을과 대치동’ 편

1950년대 인왕산 중턱에 형성된 개미마을, 부지런히 살아왔지만 가난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의 터전이다. 이곳에 사는 서희에게 학교는 '배움의 전부'이다. 다리가 아픈 할머니 품에서 자라는 서희에게 학원은 언감생심이다. 

지난해 입학했지만 대부분 집에서 보낸 서희는 2학년이 됐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학교보다 태블릿이 친숙한 현실. 하지만 나이 드신 할머니는 태블릿을 활용한 복습 등을 도와줄 수 없다. 공부 잘해서 가난한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라지만 배움의 부족을 채워줄 길이 막막하다. 

남편과 함께 작은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김승숙 씨네.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아이 학원을 끊었다. 점심은 엄마가 와서 차려 주지만, 대부분의 시간 딸 영서는 혼자 온라인 수업에 임해야 한다. 

카메라가 지켜보는 30분여 분 동안 혼자 온라인 수업에 임하는 영서의 학습 태도는 산만하다. 줌에 못 들어가기도 하고, 흐트러진 자세를 쉽사리 다잡지 못한다. 

누군가의 시계는 더 빨리 달린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개미마을과 대치동’ 편

자기주도학습이 어려운 것은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학교 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자, 대치동 학부모들은 결손된 학습의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달린다'. 학원마저 멈추자 비지니스 호텔을 잡아 시급 3~40을 주고 개별 과외를 시켜서라도 아이들의 학습 손실을 채우는 것이다. 

학습 결손을 우려하는 학부모들 중 74.3%가 '사교육'을 대안으로 생각한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교육의 시계가 멈췄다지만 누군가의 시계는 더 빨리 달리는 중이었다. 

전국 8개 광역자치단체에 있는 1250여 개 중고등학교의 2017년에서 2020년에 걸친 성적 변화를 조사해 봤다. 계단식 학습이 필수적인 수학 과목이 대상이었다. 코로나 이후 중위권 비율이 감소한 학교는 고등학교의 66%, 중학교의 76%. 그렇다면 감소된 중위권 학생들은 어디로 갔을까?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개미마을과 대치동’ 편

중2의 경우, 최상위권 학생들이 늘어난 만큼 최하위권 학생들도 늘어났다. 이른바 교육 양극화다. 온라인으로는 직접 물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수학 과목의 경우 더욱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여부에 따라 성적에 결과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수학이 어려워지는 고등학생의 경우 전반적인 학력 저하가 눈에 띈다. 기초학력수준의 전체적인 저하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역별 차이다. 부동산 가격이 제일 높은 강남구와 가장 낮은 도봉구, 강남구가 최상위권이 늘어난 반면 도봉구의 최상위권은 줄어들었다. 사교육 여부의 차이가 이렇게 드러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도봉구의 최하위권이 폭증한 것이다. 86.7%의 교사가 코로나 이후 학습 격차가 더욱 심해졌다는 데 동의한다. 이러한 교육 격차는 입시 결과에도 반영되었다. 지난해 서울대 입시 결과 합격생 배출 1~20위 학교들 중 일반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집안형편이 어려워 사교육 없이 고려대에 입학한 정인석 씨, 그는 이른바 ‘개천 용’이다. 그는 코로나 시기였다면 대학에 갈 수 있었을까 싶다고 토로한다. 그런데 정작 인석 씨가 걱정하는 건 동생들이다. 자신은 그나마 학교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지만, 비대면 교육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동생들은 공부하는 게 더 어려워진 상황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YTN 탐사보고서 〈기록〉 교육재난 1부 ‘개미마을과 대치동’ 편

우리 사회에서 서울과 지방, 같은 서울이라도 사교육을 많이 받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그리고 같은 학교에서도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위 계층의 학생과 그렇지 학교 못한 하위 계층 학생들 간의 교육 격차가 심해지기 시작한 것은 97년 IMF 이후부터였다고 한다. 

학교에 와서도 멍하니 하루를 보내거나 잠을 자는 학생들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수업을 통해 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습 태도를 알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대해 어떤 대응을 하는가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환경은 달라졌다. 

결국 코로나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교육 불평등'의 현실을 보다 극과 극으로 분화시키는 또 한번의 계기가 된 것이다. 계급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닌 ‘교육 디스토피아’의 미래, 과연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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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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