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기아가 홈에서 삼성과 3연전 첫 경기를 기분 좋게 승리했다. 올 시즌 처음 한국 프로야구에 데뷔한 멩덴은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적응기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원투 펀치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음을 그는 실력으로 증명해주었다.

엘지와 원정 경기에서 2승 1패를 거두고 홈으로 복귀한 기아는 약하다고 지적받았던 타자들이 제 몫을 해주며 승리를 이끌었다. 매일 이럴 수는 없지만, 충분히 결정적 순간 타점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타격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그들의 과제가 되었다.

KIA 타이거즈 멩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경기는 멩덴이 얼마나 좋은 투수인지 잘 보여준 날이었다. 다섯 가지 구종을 좋은 제구력으로 사용해 상대를 압도하는 투수가 국내에서 뛰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미국 현지에서도 멩덴의 한국행에 놀라워했던 이유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브룩스와 멩덴은 메이저에서 뛸 수 있는 수준의 선수들이다. 실제 메이저 경험도 갖추고 있고, 브룩스 역시 올 시즌 메이저 복귀가 이야기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한때 팀 메이트였던 멩덴이 합류하며 이들의 조합은 큰 기대로 이어졌다.

4번의 등판만에 첫 승을 신고한 멩덴으로서는 한국 프로야구를 알아가기 시작한 느낌이다. 첫 경기에서 3실점, 이후 4실점, 2실점으로 점수를 낮춰가기 시작한 멩덴은 이번 경기에서는 1 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앞선 두 경기에서 2개씩 홈런을 내준 것과 달리, 홈런도 내주지 않고 효과적인 투구로 6이닝을 소화하며 가장 많은 9개의 삼진을 잡아낸 멩덴의 구위는 최고였다. 각이 큰 폭포수 커브와 스트라이크 존 외곽을 오가는 제구력, 여기에 150km 안팎의 강속구가 하나가 되니 삼성 타자들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했다.

멩덴으로서는 한 경기에서 2개의 보크 선언을 받은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한 템포 멈춘 후 던져야 하는데 그걸 지키지 않아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향후 이런 상황이 제발 되지 않도록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보크로 실점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선취점은 기아의 몫이었다. 1회 1사 후 김선빈의 안타에 최형우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쉽게 1-0으로 앞서 나갔다. 삼성은 2회 바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2사 상황에서 이원석의 강력한 타구를 3루수와 유격수 모두 잡아내지 못했다.

워낙 빠른 타구라 3루수가 잡기 어려웠다. 3루수가 잡기 어려운 타구를 유격수가 잡는 것은 더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뒤로 빠지지 않게 막아내는 박찬호의 수비는 좋았다. 이는 의지의 문제라는 점에서 투수에게는 든든한 신호로 다가올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도루 상황을 파악하고 2루로 송구를 했지만, 이 과정에서 보크 판정이 난 것은 아쉬웠다. 이로 인해 적시타 한 방으로 동점이 되었으니 말이다. 1-1 상황에서 기아는 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선두 타자였던 나지완의 타구를 유격수가 실책 하며 모든 것은 시작되었다.

선발 3루수로 나선 황윤호의 안타에 이어, 한승택이 번트를 성공하며 1사 2, 3루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박찬호가 깊숙한 우익수 플라이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최원준의 적시타로 3-1까지 점수를 벌렸다. 이후 김선빈 타구가 혼란을 만들기도 했다.

김선빈의 타구가 파울이 되었는데 삼성 1루수 이원석의 글러브에 맞았느냐로 시비가 붙었으니 말이다. 결과적으로 파울 판정을 받고 난 후 최원준이 도루사를 당하며 이닝이 마무리되었다. 이 시비가 오히려 기아에게는 독이 된 셈이다.

KIA 타이거즈 멩덴 [연합뉴스 자료사진]

멩덴으로서는 4회가 가장 위기였을 듯하다. 선두타자 박해민에게 안타를 내줬지만, 피렐라 타구를 잡아 직접 병살로 만들며 가볍게 투아웃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이후 두 타자를 연속으로 볼넷으로 내주며 위험을 자초했다.

이번 경기 볼넷은 모두 4회에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송준석을 1루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어갔다. 5회는 멩덴의 진가가 가장 강렬하게 드러난 회차였다. 세 타자를 연속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140km 후반을 넘나드는 속구에 다양한 구질을 효과적으로 던지는 멩덴의 능력은 5회 가장 잘 드러났다. 투수로서는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고, 타자들로서는 익숙한 선발을 공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지점이다. 여기에 5회를 마무리해야만 승리 투수 요건이 갖춰진다는 점에서도 중요했다.

멩덴은 마치 이런 위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삼성 타자들을 완벽한 공으로 농락했다. 좌타자 몸 쪽을 강력하게 파고드는 공들은 매력적이었다. 강속구에 폭포수 커브가 이어지는 상황은 단순한 조합이지만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4회 기아는 박찬호가 적시타를 치며 4-1까지 점수를 벌렸다. 박찬호가 유격수 수비는 수준급이지만 문제는 타격이었다. 언제나 타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던 박찬호가 이번 경기에서 2타점을 올렸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헛스윙이 대부분인 박찬호가 깊숙한 우익수 플라이를 날리고, 적시타로 팀 승리에 공헌을 하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를 계기로 박찬호가 타격감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할 7푼 정도의 타격만 보여준다고 해도 박찬호는 리그 최고의 유격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멩덴은 6이닝 동안 102개의 공으로 3 피안타, 2 사사구, 9 탈삼진, 1 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다섯 가지 구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며 150km에 이르는 속구를 던지는 멩덴의 존재감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기아는 여전히 보완할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꾸준하게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인들이 성장하고, 그런 상황에서도 순위 싸움에서 크게 뒤처지지 않으면 뜨거운 여름을 기점으로 큰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브룩스와 멩덴의 원투 펀치가 완벽하게 자신들의 모습을 찾았다. 여기에 목요일에만 등판하는 3선발인 이의리 역시 루키 시즌에 당당하게 선발 한축을 이어가는 미래 에이스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아직 찾지 못한 두 자리의 선발은 노력하는 자의 자리다. 기아가 삼성을 홈에서 스윕 하며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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