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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진실의 제물로 나선 김명민-김범, 매주 새 용의자 등장시키는 의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4.23 16:06

[미디어스=이정희] 4월 14일 첫선을 보인 JTBC 드라마 <로스쿨>은 충격적인 도입부로 시선을 끌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김명민. 이른바 '양크라테스'식 수업으로 학생과 시청자들을 긴장감으로 몰아넣는가 싶었는데 첫 회가 끝나기도 전에 '살해 용의자'가 되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회에 들어선 드라마는 서병주 교수의 방에 들어간 또 한 사람, 서병주 교수의 제자이자 조카인 한준휘(김범 분)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로크쿨의 교수 양종훈이 검사이던 시절, 서병주(안내상 분)는 유력한 대권주자인 친구 고형수(정원중 분)에게 증여받은 땅으로 인해 뇌물수수 혐의로 법정에 섰다. 서병주는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법망을 피했다. 서병주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 사건으로 서병주를 법정에 세운 양종훈은 법복을 벗었고, 사시 2차까지 합격했던 서병주의 조카 한준휘는 사시를 포기했다. 

서병주와의 애증으로 얽힌 양종훈과 한준휘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양종훈과 한준휘는 한때 서병주를 자신의 롤모델로 존경했던 사람들이다. 서병주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심지어 자신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법의 저울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신념을 설파했었다. 서병주를 따랐던 만큼, 그들은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도 검사장이었던 자신의 법적 '능력'으로 법망을 피해간 서병주에게 배신감을 넘어 환멸을 느꼈다. 

그랬던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이제 둘 중 한 사람이 서병주의 살인범이 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양종훈은 서병주에게 커피에 약물을 타 먹여 살해를 시도한 혐의를 받는다. 그가 법복을 벗은 이유가 가장 강력한 살해 동기로 양종훈을 얽맨다. 한준휘는 속죄라고 했지만, 로스쿨에 간 조카를 위해 자신이 부당하게 챙긴 56억 원을 희사하여 모의 법정까지 세운 서병주의 숨겨진 죄 ‘뺑소니 사고’를 자수시키려 하다 서병주를 계단에서 밀어 떨어뜨린 혐의를 받게 된다.

한준휘에게 거액의 상속재산을 남긴 서병주로 인해 외려 살해 동기가 생기게 된 한준휘, 그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아니 어떻게든 그가 받은 상속재산을 빼앗기 위해 서병주의 아내는 이미 묻힌 서병주의 시신 재부검을 요청한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진짜 범인이 되면 다른 한 사람이 '혐의없음'으로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황. 드라마는 구치소 안에서 칼에 찔려 생사를 오가는 양종훈에게 유일하게 수혈을 할 수 있는 성폭행범 이만호(조재룡 분)에게 수혈을 해주지 말라는 한준휘의 통화 내용을 통해 두 사람의 긴장관계를 극대화시키는가 싶더니, 결국 그것이 외려 이만호를 부추겨 수혈을 유도한 상황이었음을 드러낸다. 거기에 더해 한준휘는 진형우 검사의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자신에게 여지가 있음을 흘린다. 양종훈이 풀려날 때까지.

재부검 과정에서 드러난 약물 과다복용과 두부 손상이라는 두 가지 사망 원인, 그리고 누가 진짜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이에 검경은 서로 짜고 치는 고스톱과 같은 관계라며 두 사람을 '공동 정범'으로 몰아가려 한다. 

자수시키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던 와중에 한준휘의 핸드폰을 빼앗으려던 서병주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고 만다. 다급하게 119에 구조 요청을 하려 하지만 깨어난 서병주로 인해 해프닝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서병주의 죽음으로 한준휘는 내내 자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심지어 재부검으로 두부에 출혈 흔적이 나타나자 결과적으로 자신이 삼촌을 죽였다고 스스로 인정해 버리고 만다. 학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자퇴서와 숙모가 그리도 원하던 재산 포기 각서를 내고 떠나려 한 것이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그렇게 자신이 삼촌을 죽였다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나려는 한준휘를 양종훈이 막아선다. 부검의의 수상한 행동에 의문을 느낀 강솔A(류혜영 분)의 기지로 재부검의 음모를 밝혀낸 것이다. 상속 재산을 욕심낸 숙모가 '재부검을 조작'하여 한준휘를 살인범으로 몰려 했음을 양종훈이 폭로한다. 한준휘가 살해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나면 다시 유일한 용의자가 되는 상황에도 양종훈은 거침이 없다. 

이렇게 서로를 범인으로 모는 대신, 두 사람은 서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진다. 그들이 법의 여신 앞에서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서병주를 추억하듯, 한준휘는 또 한 사람의 롤모델인 양종훈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양종훈은 아끼는 제자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범인 찾기를 넘어선 <로스쿨>의 숨은 의도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숨겨진 진실과 음모에 대한 스릴러물인 듯 했던 <로스쿨>. 하지만 결국 드러난 한준휘 사건의 진실은 <로스쿨>이 왜 로스쿨인가를 보여준다. 가장 존경했던 서병주가 법의 전문가이기에 '법망'을 피하는 모습을 본 양종훈은 법이 문제가 아니라, 법을 다루는 사람의 문제임을 절감한다. 그래서 스스로 법정에 서는 대신 법정에 서는 사람들을 제대로 키우려 로스쿨 교수가 되었다. 

그런 그였기에 취조 과정에서도 자신의 죄를 해명하기보다, 학생들의 시험지 채점이 우선이었다. 심지어 재부검 과정에서 드러난 두 가지 살해 이유를 가지고 학생들 스스로 자신과 한준휘의 진실을 파헤치도록 기꺼이 '진실의 제물'이 되고자 한다. 다시 그 자신이 유일한 살해 용의자가 되는 상황에서도 유망한 법관 지망생 한준휘를 구한다. 마찬가지로 한준휘 역시 서병주는 구할 수 없었지만, 양종훈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젯밥'으로 던진다. 

한준휘가 혐의를 벗어던진 상황, 그런데 강솔B가 의심스럽다. 양종훈의 컴퓨터를 가져간 부원장 역시 새롭게 용의선상에 오른다. 이렇게 드라마는 회차에 따라 용의자가 바뀐다. 양종훈은 서병주의 저혈당 증세를 회복시키기 위해 설탕물을 먹였다지만 정작 그가 버린 설탕 봉지가 사라져버려 그의 결백이 입증될 수 없는 상황. 그와 함께 범인으로 의심받던 한준휘가 사라지고, 이제 또 새로운 용의자가 대두될 예정이다.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

<로스쿨>은 새롭게 등장한 용의자를 통해 서병주 죽음에 대한 진실에 한 걸음 또 다가갈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죽음의 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양크라테스가 김명민이어야 했는가를 보여주는 ‘양크라테스식 법관 만들기 과정’임을 조금씩 보여준다. 

법조문에 따라 결정을 내린 대법원의 판결조차 인간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사람'의 마음을 가진, 강솔A가 양크라테스의 시험에서 97점을 맞듯이 점 하나도 의심해 볼 수 있는 '보이는 사실'을 통해 법을 해석해 낼 수 있는, 마치 법의 여신 아스트라이어의 저울 위에 수평이 되는 균형감각을 가진 법관을 키우는 '휴머니즘' 드라마의 본령이 회차를 거듭하며 그 모습을 드러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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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평론가 이정희  5252-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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