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씨의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해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사적인 내용까지 취재경쟁을 펼치던 언론이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유력 대선 후보의 자질 시비에 대해서는 ‘오프더레코더’라 보도하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타당한 행동이었다고 공감하겠는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김서중·신태섭)이 당시 동석했던 편집국장들이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언련은 19일 논평에서 여성단체 질의서에 대한 이 후보측의 답변은 “한나라당의 도덕성과 언론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명박 후보의 답변서에 대한 진실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편집국장들이 나서면 지금이라도 당장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명박 후보와 언론사 편집장들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민언련이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이명박 후보에게 접대받은 언론사 편집장들, 그 입을 열라

지난 13일 <오마이뉴스>가 첫 보도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이른바 ‘인생의 지혜-마사지걸 고르는 법 편’ 발언에 대한 한나라당의 답변서가 공개되었다. 우리 단체 및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이 발언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에둘러 보려고 해도 변명이 불가능한 명백한 ‘여성비하 발언’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진위를 요청하는 여성단체의 정중한 질의서에 대해서 이 후보 측은 “발언 자체에는 추호도 그런 취지가 없었다”라며 적반하장식 대응을 보였다. 우리 단체는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으며 대통령 후보의 주요한 자질 검증을 외면한 대다수 언론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한다.

<오마이뉴스>가 밝힌 이명박 후보의 발언은 “마사지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다”는 것이다. 이명박 후보 측은 보도 이후 “본인이 아닌 선배 이야기”라거나 “편집국장들이 먼저 꺼낸 이야기”라고 횡설수설하더니, 다음날은 “이 후보의 발언은 성매매가 아니라 발마사지”라고 밝히며 <오마이뉴스>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17일 한나라당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등 5개 여성단체가 보낸 ‘진위여부 확인을 위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답변서를 보내왔다. 그러나 이번 답변서는 이명박 후보뿐 아니라 이명박 후보 측이라고 통칭되는 한나라당의 도덕성과 언론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을 뿐이다.

답변서는 “일부 매체에 보도된 것을 보면 발언의 내용과 뉘앙스 모두 와전 또는 왜곡된 측면이 강하다”며 <오마이뉴스> 보도를 ‘왜곡’으로 치부했고, “특정한 직종과 그 종사자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비하라고 한다면 모르겠으나, 발언 자체에는 추호도 그런 취지가 없었다”며 ‘비하발언’을 부인했다.

또한 답변서에서는 ‘얼굴이 덜 예쁜 여자가 서비스가 좋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발언의 전후 맥락도,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져서 모두가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해명’이라고 보기엔 너무 궁색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

발언의 전체 내용을 제대로 밝히는 명료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 후보 측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 후보 측은 <오마이뉴스> 보도 직후 “그런 발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냥 밥 먹으면서…한 얘기”, “(이 후보 얘기가 아닌) 선배의 얘기”라며 발언 자체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답변서에서는 <오마이뉴스> 보도가 “모두 와전 또는 왜곡”이라고 함으로써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 후보 측은 간접적으로 시인했던 말과 이번 답변서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이 될 수밖에 없는 모순을 자초했다. 만약 이명박 후보 측이 최소한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라면, 발언 내용 자체를 솔직히 밝히고, 자신의 윤리관과 가치관을 대통령 후보답게 수정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측은 되레 “유력 대통령 후보라는 뉴스성을 이용하여 발언의 뉘앙스에 묘한 분위기를 덧칠하고 대중의 억측을 자극하면서 도덕성 논란으로 몰아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대통령 후보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검증’조차도 거부하는 오만함이 정권을 거머쥘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 그저 단순히 ‘방귀 뀐 놈이 성내는’ 태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무엇이든 이번 답변서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한편 우리는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의 태도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한다.

이번 사안은 이명박 후보가 평소 ‘여성비하’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인물인지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 사람됨의 진실성과 관련한 자질 검증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 사안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이미 이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과 관련한 문제제기에서 이명박 후보의 저급한 여성비하 발언에 대한 우려는 기본이고, 이를 감싸는 언론의 침묵을 지적했으며, 선거를 앞두고 언론사 편집국장들이 비공식적으로 유력 대선주자와 만나는 것 자체의 부적절성을 비판한 바 있다.

언론은 마땅히 자신들의 처신에 대해 반성하고 자정을 위해 노력하며,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한 진위를 밝히고, 이후 이 후보 측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감시․비판하고 국민들에게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재 언론은 이명박 후보 측보다 한술 더한 한심한 작태를 보이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첫 보도한 13일부터 18일까지 한겨레 이외에 어느 신문도 이에 대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한겨레는 14일 4면 <“덜 예쁜 여자 골라야 서비스 좋아” 이명박 ‘여성 비하성’ 발언 파문>에서 발언내용을 보도한 뒤, 같은 날 사설 <자질 의심되는 이명박 후보의 여성 비하 발언>에서 “이 후보는 발언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하고 양성평등 교육이라도 받아 잘못된 여성 인식을 바로잡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18일 6면 <이명박 쪽 ‘마사지걸 해명’ 점입가경>에서는 이번 답변서가 “언론에 보도된 발언의 내용과 취지를 전면 부인 한 것”이라고 짚으며, “이 후보 쪽이 해명해온 내용과도 엇갈리는 것이어서 스스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날 칼럼 <이명박 후보의 망언과 ‘알 권리’>(권수현 한국여성민우회 편집위원)에서 “‘신정아-변양균 스캔들’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알권리’를 내세! 우는 언론이 대선 후보로서의 자질을 의심하게 하는 이명박 후보의 얕고 천박한 망언과 그에 대해 기묘한 침묵을 보여주고 있다”며 우려했다.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후보들의 도덕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와 다를 바 없다. 지난 14일 이 후보가 중소기업인들과의 만남에서 “우리나라처럼 비효율적이고 불법적이고 극렬한 노동운동을 하는 곳은 없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을 ‘불법’으로 매도하는 그의 무지하고 저급한 노동관을 담은 발언에도 보수언론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이러한 ‘노골적인 이명박 후보 감싸기’는 기본적인 보도균형마저 상실한 행태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이명박 후보와 편집국장들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써 매우 부적절했으며 추후 있어서는 안될 일이라고 본다. 언론사는 관례처럼 유력 정당의 ‘경선 후보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에 함께 한 것이고, 관례상의 ‘‘오프더레코더(비보도)’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침묵한 것이라고 변명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만남은 유력 대선주자에게 일종의 향응을 제공받은 것에 다름 아니다.

특히 신정아 씨의 개인 사생활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권리’로 포장해 국민이 알 필요도 없는 사적인 내용까지 취재경쟁을 펼치던 언론이 정작 국민이 알아야 할 유력 대선 후보의 자질 시비에 대해서는 ‘오프더레코더’라 보도하지 않았다면 어느 누가 타당한 행동이었다고 공감하겠는가. 또한 언론이 정작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는 벌써부터 ‘알아서 감싸주는’ 태도를 보이는 데 어느 누가 그들이 외치는 “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은 언론자유 침해이며 언론통제”라는 주장을 진정이라 보겠는가.

이명박 후보의 답변서에 대한 진실은 그 자리에 참석했던 <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연합뉴스> 편집국장들이 나서면 지금이라도 당장 실체적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발언 파문은 이명박 후보의 자질을 검증하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언론이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지 확인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언론은 더 이상 침묵하면 스스로 언론임을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명박 후보와 언론사 편집장들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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