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예정된 FA 선수들의 원 소속 구단 우선 협상 기간 동안 LG는 4명의 FA 선수 중 이상열 만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을 뿐, 조인성, 송신영, 이택근과의 협상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타 구단 협상 기간이 시작된 오늘 오후 이택근은 넥센으로, 송신영은 한화로 이적했습니다. LG는 집토끼를 놓친 것입니다.

가장 많은 선수들이 FA를 신청한 LG는 협상 기간 내내 불협화음을 노출하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세 명의 선수는 모두 계약 기간과 금액에 불만을 표출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인성과 LG 잔류에 비교적 적극적 입장을 밝힌 송신영마저 우선 협상 기간에 눌러 앉히지 못한 것은 LG 프런트의 무능을 입증합니다.

무려 네 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했을 때 LG 프런트가 취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협상 전략은 반드시 잔류시켜야 할 선수부터 순번을 정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는 것이었습니다. 즉 거시적인 차원에서 커다란 밑그림을 그렸어야 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모기업이 경영 악화로 과거와 같이 거액을 투자할 수 없다면 FA 선수들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LG 프런트는 개별 선수들의 계약 조건을 고집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거시적인 밑그림보다 미시적인 금전적 손실을 줄이는 데 집착한 것입니다.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세 선수와 협상 결렬을 알리는 공지가 어제 저녁에 올라왔습니다. 협상 마감 시한인 23시 59분까지 남은 몇 시간 동안 추가 협상을 통해 단 한 명의 선수라도 극적으로 잔류시키려는 노력을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의미입니다.

▲ LG 트윈스 공식 홈페이지에 어제 저녁 공지된 FA 선수 3인의 결렬 소식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그다지 자랑스러울 것도 없는 협상 결렬 소식을 굳이 공식 홈페이지에 알린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의 자진 사퇴 당시에도 공지 하나 없었으며 김기태 신임 감독 임명 당시 홈페이지 게시판 ‘쌍둥이 마당’까지 폐쇄한 LG가 왜 이처럼 FA 협상 결렬 소식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알리는 데 적극적이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협상 과정의 불협화음까지 감안하면 FA 정국에서의 무능으로 LG의 이미지는 크게 실추되었습니다.

이미지 실추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내년 시즌 LG의 전망이 암울하다는 것입니다. 박종훈 감독의 사퇴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노련한 감독을 임명하고 외부 FA를 수혈해도 10년 만에 포스트 시즌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판국에 초보 감독을 선임하고 기존 FA 선수들의 이탈까지 겹쳐지게 되었습니다. 만일 주전 포수 조인성마저 타 팀에 빼앗긴다면 변변한 백업 포수조차 없는 LG는 10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 실패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집니다. 마침 올 시즌 LG와 함께 공동 6위를 기록한 한화와 최하위 넥센이 LG 선수들로 전력 보강을 했으니 전력이 약화된 LG가 최하위를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FA 협상 과정에서 무능을 재확인한 LG 프런트가 만회할 방법은 조인성이 타 팀으로 이적하지 않기만을 기도하며 SK에서 시장에 나온 작은 이승호를 잡는 방법뿐입니다. 송신영과 이택근을 내보내고 받는 보상금과 기존에 준비한 FA 자금을 총동원해서라도 불펜의 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작은 이승호를 잡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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