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언제부턴가 재미보다 의미가 앞서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재미가 없어졌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사람도 존재한다. 두 주에 걸친 TV전쟁도 보기에 따라서는 재미없는 방송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무한도전이 말하고자 하는 종편시대에 대한 경고로 인해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얻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무한도전은 그런 면에서 분명 초심을 잃었다. 아니 누군가 초심을 빼앗았다.

무한도전 TV전쟁의 2차전은 꼬리잡기의 두 생존자 유재석과 하하가 각각 자신의 티비를 개국해서 한 시간 동안 시청률 경쟁을 하는 것이었다. 두 TV의 생방송 전략은 사뭇 달랐는데, 유재석TV는 우승민을 패널로 초대해서 미리부터 편성에 대한 준비를 했다. 반면 하하TV는 처음부터 소녀시대, 송중기 등 게스트 섭외로 1시간을 채우려고 했다. 두 방송국이 처한 입장에 따라 생존전략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TV전쟁 1차전부터 유재석TV는 최고 시청률을 과시한 바 있다. 노홍철, 하하, 정준하 세 명이 유재석 한 명을 당해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하TV가 특급 게스트를 통해서 시청률을 확보하려고 했던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발상이었다. 그것조차 생각하지 않았다면 하하TV는 승패를 떠나서 경쟁에 뛰어들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 반면 유재석TV는 다 지켜지지는 않았지만 게스트보다는 자체적으로 구성한 소재와 즉흥적인 시청자 참여 코너를 통해서 호응을 이끌어냈다.

결과는 유재석 TV의 압승이었지만 문제는 없지 않았다. 하하TV의 게스트 공세에 맞서 시청률을 유지하기 위해서 선정적인 내용도 거침없이 내보냈다. 그런가 하면 하하TV 게스트를 무리하게 인터뷰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하하TV에서 사전 녹화한 분량 중 송중기가 소녀시대 써니랑 영상통화하는 장면이 나가는 동안 유재석TV에서 써니가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상황도 빚어졌다.

유재석은 항상 좋은 편이었으니 이번 TV전쟁이 종편을 향한 풍자라면 유재석은 일단 종편을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편을 나쁘다고 하기에는 유재석 TV의 일탈도 만만치 않았다. 과연 이겼다는 결과 말고 유재석TV가 하하TV에 비해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내용이었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렇다고 지상파와 종편에 대한 양비는 물론 아니다. 오히려 이번 TV전쟁의 진정한 의미와 경고는 지상파 방송에 대한 자기반성을 촉구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종편과의 경쟁이 치킨런 게임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다짐과 그 두려움이 담긴 고백은 또 아닐지 모를 일이다.

최근 개콘 최효종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강용석에게 고소를 당했다. 이 사실을 전하는 SBS 뉴스 아나운서는 “속으로 뜨끔했나”며 에둘러 최효종을 두둔하고 나섰다. 그러나 정작 최효종을 적극 보호했어야 할 KBS는 잠잠했다. 이 정도는 약과다.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PD수첩에게 MBC가 준 것은 포상이 아닌 징계였다. 그런가 하면 김제동 퇴출에 이어 소셜테이너 금지규정까지 만들어져 방송인 길들이기는 방송사 안팎으로 진행되고 있다.

종편 출범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특정 신문사들의 편향된 시각의 뉴스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 신문사가 아니더라도 지금 지상파 3사의 뉴스도 사회감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종편시대가 암울한 것은 새로운 뉴스가 등장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점에 있다. 변화가 없는 변화다. 다들 예라고 할 때 아니라고 할 사람이 필요한데 거꾸로 예라고 할 사람이 늘어가는 절망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다들 잠잠하니 무한도전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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