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미디어스

Updated 2022.5.23 월 10:48
상단여백
HOME 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정글의 법칙, 울음바다에서 건져낸 류담의 살개그[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1.11.19 09:05

김병만족의 악어섬 마지막 밤은 마치 신의 선물인 양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뿔닭(기니파울)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뿌듯한 한 끼의 만찬이었다. 보는 사람에게 실감 나느냐고 묻듯이 장작불에 구은 뿔닭 한 조각을 입에 넣은 표정들이 심하게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맛집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과장된 표정과는 사뭇 달랐는데, 얼마나 맛이 있느냐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한가를 보여주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악어섬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잔인한 제작진은 7일간 생고생한 김병만족에게 쉽사리 육지를 밟게 하지 않았다. 진정한 생존의 마지막은 스스로 탈출해야만 한다는 논리였다. 악어섬에 막 도착한 때라면 김병만이라도 반발할 만한 상황이지만 이미 가혹한 아프리카 외딴섬에서 벌레 유충까지 먹어가며 보낸 시간들이 있는지라 김병만은 순순히 탈출방법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정글의 법칙은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보인다. 1박2일이나 패밀리가 떴다를 능가하는 야생 버라이어티를 계획하고 있다는 인상을 느끼게 한다. 그럼 실험 목적이었기 때문에 김병만도, PD도 특별히 예능 욕심을 갖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본편은 따로 있기 때문에 악어섬에서는 진짜 야생과 생존에 대한 적응력만 보자는 의도였을 것 같다. 악어섬을 나간 후에 아프리카 원주민 힘바족을 찾아간 것도 그 가능성 찾기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김병만족은 제작진의 요구대로 다음날 곧바로 뗏목 만들기에 돌입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근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김병만족은 금세 뚝딱뚝딱 탈출을 위한 뗏목을 완성시켰다. 바닥이 막힌 것이 아니라 발을 잘못 디디면 그만 물에 빠져버리는 성긴 뗏목이었지만 그래도 비주얼은 당당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뗏목을 타고 악어섬을 탈출하는 모습은 꽤나 근사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혹독한 야생을 경험하고 평범한 배로 마지막 장면을 담았다면 많이 싱거웠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강을 건너자 김병만이 한동안 말이 없다가 느닷없이 울기 시작했다. 큰형이 그러니 동생들도 무슨 마음인지 알겠다는 듯 따라 울기 시작했다. 천신만고 끝에 악어섬에서의 일주일을 끝마친 기쁨이 터져나올 순간에 의외의 눈물이었다. 김병만은 그저 일주일을 잘 버틴 자신과 동생들이 기특하고 또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결국 네 명은 모두 어깨를 걸고 눈물을 모래밭에 떨구었다. 지켜보는 사람의 심정도 금세 동화되어 군대 훈련소를 나올 때를 떠올리게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울음바다가 된 화면과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카메라 감독이 짓궂어서가 아니라 네 명이 어깨를 걸고 우는 바람에 로우샷이 아니면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류담의 얼굴이 문제였다. 서 있을 때도 넓적한 류담의 얼굴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니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보통 뚱뚱한 사람의 얼굴을 호빵에 비유하는데 이때의 류담 얼굴은 호빵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막 부쳐낸 김치전마냥 류담의 볼살은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짠한 순간이었다지만 그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남들보다 많은 식량이 필요했던 류담에게 악어섬의 일주일은 훨씬 더 힘겨웠다. 그래서 평생 처음 코피를 쏟기도 했다. 일 잘하는 달인 김병만 옆에서 류담이 해야 할 몫은 사실 생존보다는 예능이었다. 그런데 개그보다는 코피로 이슈가 됐다.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감동이 잔잔히 흐르는 엔딩에서 본의 아니게 몸개그도 아닌 살개그로 큰 웃음 한 방을 남겼다. 다른 뚱뚱한 개그맨들 중에서 유독 볼살이 풍성해보이는 류담이어서 또 가능했던 웃음이었다.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야생 버라이어티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것은 어쩌면 악어섬에서 그랬던 것처럼 웃음보다는 지긋지긋한 생존의 발버둥이 더 커보일지도 모른다. 웃음보다 그런 치열하고도 솔직한 모습들도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예능인 이상 웃음은 좀 줘야 한다. 그 가능성을 류담의 살개그에서 엿보게 된다. 웃기지 않고도 슈퍼스타K의 위세 속에서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한 정글의 법칙은 웃음만 더한다면 예능 강자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 중심에 이제 생존의 달인이 된 김병만이 있어 기대는 더욱 크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탁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72길 22 가든빌딩 608호 (우) 07238  |  대표전화 : 02-734-9500  |  팩스 : 02-734-2299
등록번호 : 서울 아 00441  |  등록일 : 2007년 10월 1일  |  발행인 : 안현우  |  개인정보책임자 : 안현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수현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 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안현우 02-734-9500 webmaster@mediaus.co.kr

미디어스 후원 계좌 안내 : 하나은행 777-910027-50604 안현우(미디어스)
Copyright © 2011-2022 미디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mediaus.co.kr

ND소프트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