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만족의 악어섬 마지막 밤은 마치 신의 선물인 양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뿔닭(기니파울)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실감나는 뿌듯한 한 끼의 만찬이었다. 보는 사람에게 실감 나느냐고 묻듯이 장작불에 구은 뿔닭 한 조각을 입에 넣은 표정들이 심하게 감동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맛집 프로그램에서 흔히 보는 과장된 표정과는 사뭇 달랐는데, 얼마나 맛이 있느냐를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행복한가를 보여주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악어섬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러나 잔인한 제작진은 7일간 생고생한 김병만족에게 쉽사리 육지를 밟게 하지 않았다. 진정한 생존의 마지막은 스스로 탈출해야만 한다는 논리였다. 악어섬에 막 도착한 때라면 김병만이라도 반발할 만한 상황이지만 이미 가혹한 아프리카 외딴섬에서 벌레 유충까지 먹어가며 보낸 시간들이 있는지라 김병만은 순순히 탈출방법을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김병만족은 제작진의 요구대로 다음날 곧바로 뗏목 만들기에 돌입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근사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김병만족은 금세 뚝딱뚝딱 탈출을 위한 뗏목을 완성시켰다. 바닥이 막힌 것이 아니라 발을 잘못 디디면 그만 물에 빠져버리는 성긴 뗏목이었지만 그래도 비주얼은 당당했다. 제작진의 의도대로 뗏목을 타고 악어섬을 탈출하는 모습은 꽤나 근사해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혹독한 야생을 경험하고 평범한 배로 마지막 장면을 담았다면 많이 싱거웠을 것도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울음바다가 된 화면과 어울리지 않게 웃음이 빵 터져버렸다. 카메라 감독이 짓궂어서가 아니라 네 명이 어깨를 걸고 우는 바람에 로우샷이 아니면 그들의 얼굴을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류담의 얼굴이 문제였다. 서 있을 때도 넓적한 류담의 얼굴이 고개를 아래로 떨구니 전혀 다른 사람이 돼버렸다. 보통 뚱뚱한 사람의 얼굴을 호빵에 비유하는데 이때의 류담 얼굴은 호빵 정도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굳이 찾자면 막 부쳐낸 김치전마냥 류담의 볼살은 금방이라도 바닥에 떨어질 것만 같았다. 아무리 짠한 순간이었다지만 그 모습을 보고는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정글의 법칙은 김병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식의 야생 버라이어티의 탄생을 예고한다. 그것은 어쩌면 악어섬에서 그랬던 것처럼 웃음보다는 지긋지긋한 생존의 발버둥이 더 커보일지도 모른다. 웃음보다 그런 치열하고도 솔직한 모습들도 또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예능인 이상 웃음은 좀 줘야 한다. 그 가능성을 류담의 살개그에서 엿보게 된다. 웃기지 않고도 슈퍼스타K의 위세 속에서도 두 자리 수 시청률을 기록한 정글의 법칙은 웃음만 더한다면 예능 강자로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 중심에 이제 생존의 달인이 된 김병만이 있어 기대는 더욱 크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