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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조’ ‘모범택시’, 사적 복수란 사이다에 묻힌 질문[미디어비평] 톺아보기
미디어평론가 이정희 | 승인 2021.04.19 11:27

[미디어스=이정희] 최근 드라마 속 사법부의 모습은 무능력하고, 그걸 넘어 파렴치하다.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법정은 회화화된다. 판사는 국내 최고 로펌 대표와의 '협잡'이 자연스럽고, 그들의 입맛에 맞춰 판결하는 것이 하등 이상하지 않다. 그런 법정이기에 법정 안에 벌을 풀어 판사를 농락하고 판결을 늦추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도록 한다. 

압권은 15회 정 검사(고상호 분)의 배신이었다. 그동안 남동부지검 모든 검사들이 재벌과 손잡고 사건을 처리하는 가운데에서도 우직하게 바벨그룹의 비리를 밝히고 법 앞에 정의를 실현하려고 했던 인물이 정인국 검사였다. 유일하다시피 했던 ‘정의의 상징’이었던 이 인물이 막상 바벨 회장인 장준우를 잡자 태세를 전환한다. 자신을 어디까지 올려줄 수 있느냐며 천연덕스럽게 재벌 회장과 '딜'을 하는 검사. 결국 드라마는 사법 시스템의 그 누구도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짚는다. 

그 어떤 사법적 정의에도 기댈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드라마가 내놓은 답은 '사적 복수'이다. 바로 <빈센조>와 <모범택시>의 방식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주인공의 복수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4월 11일 방영된 <빈센조> 16회. 바벨의 장준우(옥택연 분)는 결국 빈센조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빼앗기 위해 투병 중인 어머니를 죽인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빈센조는 마피아 출신 변호사 출신으로서 그간 자중해왔던 봉인을 해제해 버린다. 앞서 이 드라마는 시작과 함께 여주인공 홍차영 변호사(전여빈 분)의 아버지 홍유찬 변호사를 잔인하게 살해한 바 있다. 

인권변호사로 지푸라기 로펌을 이끌던 홍유찬 변호사는 바벨그룹이 철거하려는 금가프라자 입주자들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그리고 바벨화학의 불법적인 약품 제조과정을 폭로하려 한다는 이유로 로펌 우상에 합류한 최명희(김여진 분)의 하수인에 의해 살해된다. 이 사건은 정의롭지만 무능한 아버지에 반발하여 우상의 변호사로 속물적인 삶을 살던 홍차영을 돌려세운다. 이후 그녀는 지푸라기 로펌을 이어받아 아버지가 하려던 모든 일에 앞장선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빼앗긴 두 주인공에게 브레이크란 없다. 거기에 이탈리아 마피아 출신이라는 가속 패달이 장착돼 있었다. 마피아는 법의 테두리를 넘어 자신들의 이권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범죄 집단'이다. 그 출신의 빈센조는 이제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그간 억눌러왔던 마피아 식 '피의 복수'를 할 수 있는 허가증을 손에 쥔 셈이다. 본격적으로 '악으로 악을 징벌’할 모든 조건이 마련되었다. 

<빈센조>가 극초반 여주인공의 아버지가, 그리고 이제 주인공의 어머니가 희생되며 그들의 복수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과 달리, SBS 금토 드라마 <모범택시>는 아예 설정부터 복수를 전제한다. 

복수해드릴게요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살인마에 의해 아버지를 무참하게 잃은 장성철(김의성 분)은 아버지의 택시회사를 운영하는 한편 파랑새 지원센터를 설립, 자신과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돕고자 한다. 하지만 성근 법망을 통해 범죄자들이 유유히 빠져나가는 한편, 범죄 피해자들의 울분과 분노는 달래질 길이 없다는 사실을 목도한 그는 지원을 넘어 '단죄'의 택시, 모범택시를 운영한다. 

그 모범택시에 역시나 연쇄살인범에 의해 가족을 잃은 김도기(이제훈 분)을 기사로 앉힌다. 모범택시 운영팀 최주임(장혁진 분), 안고은(표예진 분)은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런 그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을 위해 일한다. 

첫 사건은 성범죄를 저질러 놓고도 법의 해석에 따라 짧은 형기를 마친 채 유유히 세상으로 나온 조도철 납치다. 그리고 보육원 출신에 지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젓갈 공장에 감금, 폭행, 성폭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한 여성의 의뢰가 이어진다. 4월 16일 방영분에서는 학교 폭력에 괴로워하다 힘들지 않게 죽는 방법을 구하던 한 남학생의 의뢰로 모범택시가 출동한다.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에피소드들을 보면 법은 범죄자 처벌에 취약하거나, 그 사각지대로 인해 범법자들이 이용할 여지를 준다. 심지어 젓갈공장 에피소드나 학폭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듯, 약자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사건을 방기하거나 한편이 되어 피해를 가중시킨다. 피해자를 지켜줄 '시스템'이 없다. 결국 그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모범택시'를 부를 수밖에. 

죽기 위해 선 한강다리 난간에서, 죽을 방법을 찾으러 들어간 사이트에서 피해자들은 모범택시를 부르고 그렇게 모범택시는 피해자들을 대신하여 복수를 해준다. 

빈센조의 시작도 본의 아니게 금가프라자 일에 엮이며, 홍유찬 변호사와 친해지면서부터였다. 그러다 홍유찬 변호사의 죽음, 이제 빈센조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대리적 임무는 '나의 복수'로 본격화된다. <모범택시>는 게임의 버튼을 제시하고 피해자 스스로 복수를 선택하도록 한다. 주저하던 피해자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 피해자의 복수는 모범택시의 설계로 작동된다. 

설계된 복수 

<빈센조>나 <모범택시>는 ‘악을 악으로’ 응징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예전 미국 서부영화의 ‘총에는 총으로’라는 식이다. 극단적인 복수의 방식만큼 그 과정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자극적이다.

장현석 회장의 베개에 칼을 꽂아놓던 소극적 방식은 이제 자신을 쫓던 킬러들에게 총질 하고, 적의 머리에 총을 들이대는 식으로 변화됐다. 당연히 그극은 회차를 거듭할수록 보다 자극적인 상황들로 '에스컬레이션' 된다.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복수 대행을 해주어야 하는 <모범택시> 역시 다르지 않다. 다큐피디 출신 작품답게 시청자들로 하여금 실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설정, 폭력적인 가해 장면을 통해 피해자의 처지에 그리고 그의 복수에 개연성을 부여한다. 복수 버튼을 누르지 않는 것이 이상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복수 버튼을 누르면 설계에 의해 가해자들이 반대로 농락당하고 린치당하고, 결국 드럼통에 실려 어디론가 보내지거나 장성철의 '사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뒷맛이 씁쓸하다.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해 나가는 것은 '시스템'이다. 하지만, 희화화되고 파렴치범이 된 드라마 속 검찰이나 경찰에게서 개전의 여지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결국 총을 든 전직 마피아의 복수극이나 복수대행극이 아니고서는 해결이 불가능해 보인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악도 1차적이거니와, 그 악에 대응하는 '선의'의 악 역시 방식은 똑같이 폭력적이거나 1차원적이다. 과연, 그런 복수가 우리 사회를 구할 수 있을까? 폭력적 방식에 대한 문제제기는 가해자의 폭력 행진 앞에 무색해진다. 복수의 상황이 극악한 만큼 적에 대한 폭력적 린치에 무덤덤해진다. 사적 구금에 대한 의문이 범죄자의 악행으로 덮인다. 그리고 <빈센조> 16회 10.572%, <모범택시> 3회는 13.6%(닐슨 코리아 기준)로 케이블과 지상파에서 고공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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