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에서 활동하는 원더걸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참 좋습니다. 미국에서 살고 있지만 원더걸스가 한국에 활동을 할 때 원더걸스를 더 많이 볼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네요. 어쨌든 연예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선예가 있는 원더걸스가 활동함에 따라 TV에 자주 나오게 되어 그녀들의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원더걸스가 한국 활동을 하면서 자주 댓글이나 블로그 등에서 볼 수 있는 말은 “원더걸스 불쌍해”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러한 글들의 요지를 요약해보자면, 복고 삼박자로 정상에 오른 시점에 미국으로 가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 때문에 그녀들이 고생한 게 불쌍하다는 이야기를 한 것이었지요.

사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발언들을 자꾸 하는 것이 더 원더걸스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정말 원더걸스를 불쌍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 원더걸스가 불쌍한 입장에 있는 것인지.

한 번 그 점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 원더걸스를 더 힘들게 하는 그 말

어제 <라디오스타> 에서 선예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자꾸 표면적인 성과가 없으니까, 특히 가족들이 이렇게 이야기하면 가슴이 아프지요” 물론 선예는 가족들이 걱정을 하면서 물어봐주고 거기에 부응하지 못하는 게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자신 때문에 걱정이 될까봐 더 가슴이 아프다는 의미로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지금 원더걸스는 미국 진출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고 있으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자꾸 걱정해준다면서 “미국 가서 생고생한다” “이거 헛된 거 아니냐?” “왜 사서 고생하느냐?” 이런 말들을 자꾸 자꾸 듣는다면 처음에는 걱정해주는 말로도 들리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그게 원더걸스를 더 낙담하게 하는 말이고 정말 그녀들을 더 지치게 하는 말이라는 생각은 안드는지요…?

자꾸 그런 말을 원더걸스에게 하면 할수록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니라 더 낙담시키고 더 지치게 하고 더 상황을 짜증나게 하는 말이 될 수 있습니다.

시간은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닌데 자꾸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게 하고, 실패한 부분만 바라보게 하며 긍정적인 면을 바라볼 수 없게 만들게 하는 말은 실제 아무리 좋은 동기라 하더라도 결코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이 아닙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걱정해준다면서 부정적으로 “안될꺼야” “뭐하러 그런 걸해” “그냥 포기해라” “생고생하네”라고 했던 말들은 오히려 하고 있는 사람의 기운을 뚝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그 본인들을 낙담시켜 전체 일의 능률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말들이지요.

어쩌면 원더걸스는 자신들이 고생은 한다고 생각해봤지만 딱히 불쌍하다고는 생각해보지는 않았을 터인데 그러한 말을 자꾸 접하게 되면 그녀들 스스로 “내가 정말 불쌍한 건가?” 하고 돌아보게 되면서 스스로를 더 지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 원더걸스는 2년을 허송세월 한 걸까?

원더걸스가 2년 동안 아무 성과가 없는 것을 보면서 팬들을 비롯해 대중들은 원더걸스가 "미국에 가서 헛수고 했다" 내지 "미국 가서 아무것도 한 게 없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저도 그렇게 한때는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을 비롯해서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을 살펴보면 꼭 그렇다고도 볼 수 없는 그러한 면이 있습니다.

실제 미국 이민자들은 한 3년간 쓴 돈을 “투자비” 내지 “교육비” 라고 생각을 하라고 말을 합니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사람들 중에 많은 이들은 ‘3년의 고비’를 넘기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흔히 이것을 마의 3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문화를 배워야하고 언어를 배우고 그 나라를 익히는 게 그렇게 쉬운 과정인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실제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 과정을 너무 쉽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고 원더걸스에게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즉, 미국 가서 1년 만에 대박나고 1년 만에 떠들썩해야 성공했다고 보는 섣부른 시선이 충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롱런할 생각이라면 2년의 거주기간은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라고 볼 수 있지요. 오히려 원더걸스는 미국에 먼저 갔던 미스에이 민이 겪은 기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이지요.

그렇다면 원더걸스는 미국에서 시간만 낭비한 것일까요? 정답은 두 가지 입니다. 이대로 포기하면 낭비고 그런 게 아니라면 낭비가 아닙니다.

사실 원더걸스는 이제 힘든 과정은 거의 다 겪은 입장에 있지요. 문화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을 거고 언어도 이제 어려운건 다 극복했다고 보여집니다. 물론 아직도 전문적인 단어 등은 힘들기는 하겠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되는 수준이지요. 예은의 영어 발음을 들어보니 늦게 영어배운 사람치고는 상당히 좋더군요.

이러한 상황에서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거면 원더걸스의 2년은 허송세월이 맞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면 그 동안의 고생은 당연한 준비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원더걸스의 도전: 새로운 장을 열다

오히려 과감하게 미국에 도전함으로써 원더걸스 자신들보다는 다른 그룹이 더 많은 혜택을 보고 있고 그렇기에 그 점은 다른 그룹이 원더걸스에게 고마워해야 해요.

잠깐 일본이야기로 돌아가 보지요. 지금은 조금만 떴다하면 일본으로 넘어가는 게 아예 코스가 된 아이돌 시장이어서 일본 진출을 상당히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최초 일본진출을 시도한 그룹은 솔직히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바로 S.E.S였지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일본으로 진출한 S.E.S는 일본에서 온 슈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진출에서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이 그 기초를 놓았기 때문에 보아가 일본으로 더 수월하게 갈 수 있었고, 그 뒤를 이어 동방신기가 그 길을 닦아놓음으로 인해서 후배가수들이 일본진출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그 고생도로 따지자면 현재 아이돌들이 일본에서 고생하는 건 S.E.S., 보아, 동방신기의 고생에 비하면 세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포인트는 누군가가 생고생을 해가면서 일본 진출의 문을 열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미국 진출은 어떨까요? 사실 대체적으로 많은 기획사들은 “미국 진출” 이라는 것을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SM과 YG에서 보아와 세븐을 통해서 시도한 적은 있지만 원더걸스에 비하면 다소 소극적이었지요.

어쩌면 본격적으로 길을 닦겠다고 나선 건 원더걸스라고도 볼 수 있지요. 사실 원더걸스의 미국 진출로 인해서 많은 부분이 바뀌긴 했습니다. 국내에서 YouTube로 자신들의 음원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도 원더걸스가 거의 시초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JYP가 공식적으로 채널을 만들고 난 이후로부터 많은 기획사들에서 하나하나씩 YouTube채널을 만들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K-POP 이 글로벌화 되기 시작하였기에
K-POP의 글로벌화의 시초는 원더걸스이라고도 할 수가 있지요.

어찌 보면 ‘고생해서 남 준 꼴’이라고도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원더걸스의 도전은 여러면에서 비난받기보다는 칭찬받을만한 일이기도 합니다. 원더걸스 본인들에게는 힘든 과정이었기는 하지만 아직 그녀들도 끝났게 아닐뿐더러 “미국 시장” 이란 것을 본격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데 공이 컸다는 건 솔직히 무시하지 못하겠네요.

원더걸스의 미국진출에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 중에 하나가 저였습니다. 옛날 포스팅으로 가보면 그런 감정을 잘 살펴볼 수가 있지요. 그러나 제 마음을 바꾼 건 그녀들의 미국 콘서트를 가본 것이었습니다. 그녀들의 열정이 느껴졌고 노력이 보였으며 실제 많은 미국인들이 온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추천: 원더걸스 미국 콘서트 현장에 가다)

물론 JYP 박진영 대표가 조금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다 거짓말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왜 열심히 하려는 아이들 응원은 못 해 줄망정, 못 잡아먹어서 안달을 할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예은의 말대로 아직 원더걸스는 젊습니다. 물론 아이돌 생명이 그렇게 길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도 원더걸스는 20대 초반입니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도 합니다. 그렇기에 원더걸스가 고생을 하기는 했겠지만 이러한 고생이 헛고생은 아니었다고 생각 합니다. 배운 것도 많을 테니까요.

좀 주저 없이 썼긴 했지만 포인트는 응원하지 못하면 굳이 깎아내리며 낙담시키지 말자는 것입니다. 그게 오히려 원더걸스를 더 불쌍하게 만들고 더 힘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테니까요.

어쨌든 오랜만에 국내에서 원더걸스을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았고 조만간 미국에서도 좋은 소식을 들려주어서 다시 한 번 미국 콘서트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