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중에서 애정남 최효종이 제일 웃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우리에겐 국회의원인 강용석 의원이 있었어요.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편협하게, 그쪽 상황과 명분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면 아주 틀린 행동은 아닙니다. 스스로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신나게 뺨맞고 화풀이하는 것도 유분수지. 이건 상대를, 방법을, 시기를 한참 잘못 선택했어요. 셀프엿을 크레인으로 견인해서 퍼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당하고,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도 국회위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강용석 의원이 엉뚱하게도 개그콘서트의 떠오르는 신예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 모독죄’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인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비하와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군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해당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을 살펴보자고요. 사마귀유치원의 고정꼭지인 “~~이 되는 법”을 강습하면서 최효종은 국회의원이 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정치인들의 행태를 통렬하게 풍자합니다.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선거 유세 때 평소에 잘 안 가던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할머니들과 악수만 해주면 되고요. 평소 먹지 않았던 국밥을 한 번에 먹으면 돼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던가 지하철역을 개통해 준다던가,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고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 강용석 의원이 집단 모욕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던 프로그램 내의 발언들입니다. 이게 문제가 된다구요?

당연히 정상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강의원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그가 최효종을 고소한 이유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집단모독죄가 과연 성립하는 것인지를 알리고자 하는 일종의 퍼포먼스겠죠.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발언에 집단적인 모욕감을 느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나, 자신이 최효종의 개그에 반응해서 고소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는 일종의 억울함의 표시입니다. 나는 무죄이고 이 판결은 잘못된 것이다를 말하고 싶은 것이 그가 고소한 본의일 겁니다.

여러모로 한심한 짓거리죠. 다 이해하고 들어준다고 합시다. 그래도 둘 사이의 고소인으로서의 형평성을 맞추려면 그의 발언에 분노했던 아나운서들이 그 모욕감과 상처를 호소하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국회의원 전원이 인감증명서를 발급해서 최효종의 처벌을 요구해야 하겠네요. 과연 그렇게 무리한 짓에 동참할 사람이 강의원의 의원 제명건에 반대한 한심한 의원 수의 10분의 1만큼 모일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기계적인 형평성을 맞추려면 적어도 그 정도의 성의는 있어야하지 않겠어요?

발언의 목적이 잘못된 억측과 오해, 편견에 의한 무리한 적용과 모욕이라는 것에도 차이가 있네요. 강 의원의 문제 발언에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효종의 풍자에는 정치인 스스로도 자인하는,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혐오했던 이유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으니까요. 위의 이유들로 정치자금법 위반 처벌을 받은 정치인들이 수두룩합니다. 공약이란 선거 때 표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현직 대통령께서도 여러 차례 직접 발언을 통해 확인해주신 바가 있죠. 최근의 예로 확인이 필요하다면 그가 그토록 지원했던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록만 잘 찾아봐도 알 수 있겠죠. 그녀도 최효종과 비슷한 이유를 나열하며 유권자들에게 앞으론 그렇게 안 하겠다고 실토했었거든요.

다 차지하고서라도, 그가 침해하고 있는 방송의 자율성, 창조적인 아이디어 발굴의 억압,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과 감시 역할 무시는 어떻게 변명할 수 있을까요? 자기가 억울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그는 너무나도 소중한 가치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적나라하게 폭로했습니다. 이래서야 무슨 자격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임을 자임할 수 있을까요. 자기 하나 살려고 이렇게도 뻔뻔하게 나서는 것이 정작 스스로의 정치 생명을(아직까지 남아있기는 하다면) 갉아 먹고 있다는 것을 과연 모르는 것일까요? 그를 공천했던 한나라당은 도대체 뭘 보고 이 사람을 선택한 거랍니까?

한숨만 나오는 요즘입니다. 금배지 하나 달고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우습게 보였으면.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가치나 규칙도, 의견과 상식도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강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암담합니다. 하긴 이번 기회로 최효종은 슈퍼스타의 반열에 설 수 있게 되었네요. 국회의원도 주목하는 개그맨. 수많은 국민이 그의 개그를 지지하는 코너. 부디, 제발 바라건대 이런 어이없는 트집 잡기에 쫄지 마시길. 비록 자기보다 더 웃긴 국회의원의 존재 때문에 긴장되겠지만 훌훌 털고 더 멋진 풍자를 보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세상이 정말 미쳐 돌아가는군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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