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개그맨 중에서 애정남 최효종이 제일 웃긴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우리에겐 국회의원인 강용석 의원이 있었어요. 정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그리고 편협하게, 그쪽 상황과 명분을 십분 이해한다고 하면 아주 틀린 행동은 아닙니다. 스스로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고,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한 하나의 퍼포먼스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신나게 뺨맞고 화풀이하는 것도 유분수지. 이건 상대를, 방법을, 시기를 한참 잘못 선택했어요. 셀프엿을 크레인으로 견인해서 퍼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군요.
성희롱 발언으로 한나라당에서 출당당하고, 명예훼손과 모욕으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도 국회위원직 상실에 해당하는 금고형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강용석 의원이 엉뚱하게도 개그콘서트의 떠오르는 신예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 모독죄’의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인 사마귀 유치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비하와 모욕적인 표현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라는군요. 글쎄요. 정말 그럴까요?
당연히 정상적인 반응이 아닙니다. 강의원 스스로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죠. 그가 최효종을 고소한 이유는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말한 바와 같습니다. 자신이 유죄판결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위태롭게 하고 있는 집단모독죄가 과연 성립하는 것인지를 알리고자 하는 일종의 퍼포먼스겠죠. 아나운서들이 자신의 발언에 집단적인 모욕감을 느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나, 자신이 최효종의 개그에 반응해서 고소하는 것이 뭐가 다르냐는 일종의 억울함의 표시입니다. 나는 무죄이고 이 판결은 잘못된 것이다를 말하고 싶은 것이 그가 고소한 본의일 겁니다.
발언의 목적이 잘못된 억측과 오해, 편견에 의한 무리한 적용과 모욕이라는 것에도 차이가 있네요. 강 의원의 문제 발언에 어떠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최효종의 풍자에는 정치인 스스로도 자인하는,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을 혐오했던 이유들이 빼곡하게 나열되어 있으니까요. 위의 이유들로 정치자금법 위반 처벌을 받은 정치인들이 수두룩합니다. 공약이란 선거 때 표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현직 대통령께서도 여러 차례 직접 발언을 통해 확인해주신 바가 있죠. 최근의 예로 확인이 필요하다면 그가 그토록 지원했던 나경원 전 서울시장 후보의 발언록만 잘 찾아봐도 알 수 있겠죠. 그녀도 최효종과 비슷한 이유를 나열하며 유권자들에게 앞으론 그렇게 안 하겠다고 실토했었거든요.
한숨만 나오는 요즘입니다. 금배지 하나 달고 얼마나 다른 사람들이 우습게 보였으면. 자기 자신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가치나 규칙도, 의견과 상식도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강제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도 암담합니다. 하긴 이번 기회로 최효종은 슈퍼스타의 반열에 설 수 있게 되었네요. 국회의원도 주목하는 개그맨. 수많은 국민이 그의 개그를 지지하는 코너. 부디, 제발 바라건대 이런 어이없는 트집 잡기에 쫄지 마시길. 비록 자기보다 더 웃긴 국회의원의 존재 때문에 긴장되겠지만 훌훌 털고 더 멋진 풍자를 보여주길 바랄 뿐입니다. 세상이 정말 미쳐 돌아가는군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