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대기업 집단 지정이 전망되는 KBC(광주방송)·UBC(울산방송) 대주주 호반건설·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의 의견청취를 실시했다. 방송법상 지상파방송사의 대주주가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이들 기업은 방송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다른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자산규모를 줄여야 한다.

최근 방통위는 호반건설·SM그룹 관계자, KBC·UBC 노사관계자 등에 대해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호반건설과 SM그룹은 내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집단 지정 기준은 자산총액 10조 이상 기업이다. 방송법 제8조는 대기업이 지상파방송사 지분을 10%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호반건설과 SM그룹은 각각 KBC 지분 35.59%, UBC 지분 30%를 소유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KBC·UBC로고(사진=미디어스)

방통위는 호반건설과 SM그룹이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되면 6개월 내에 방송법 위반을 바로잡도록 하는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들 기업은 시정명령에 따라 방송법 위반 상태를 해소하지 못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공정위 대기업 집단 지정 공시일 기준으로 10% 초과지분은 의결권 행사가 불가능해진다.

자산총액 증가에 따른 이들 기업의 요구는 '규제완화'로 알려져 있다. 방송법 시행령 제4조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을 소유제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시행령 조항을 완화해달라는 요구다.

그러나 방통위는 현행법에 따라 대비하라는 입장을 이들 기업측에 전달해왔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법을 개정하는 건 큰 정책방향의 전환이다. 방통위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원칙적으로 현행법상에서 할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겠다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의견청취 취지를 묻자 방통위 관계자는 "사실 10조원 넘는 건 아직 추정이고, 객관적 상황부터 알아보기 위해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규제완화를)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통위는 항상 법적으로 '일련의 조치들이 불가피할 수 있다', '준비를 해야한다' 꼭 얘기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UBC 최대 지분을 인수한 SM그룹의 경우,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정에서 자산총액 10조원을 넘기는 등 방송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방통위에 제출하기도 했다. 확약서 제출은 방통위의 승인 조건이었지만, 공정위의 대기업 지정이 이뤄진다면 확약서는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또 다른 방통위 관계자에 따르면 UBC가 제출한 확약서의 내용은 '자산총액 기준을 위반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취지의 간단한 내용으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상파·종편 재허가·승인 심사 시 방통위가 각 방송사로부터 받고 있는 '서약서'가 법적 효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확약서 역시 법적효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업계에서는 SBS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태영그룹의 자산총액이 올 연말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태영그룹은 지난해 6월 TY홀딩스 체제로 전환하면서 방통위 최대주주 변경 승인과정에서 '자산총액 10조원을 안 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태영그룹의 2019년 자산총액은 9조 2천억원에 달했다. TY홀딩스 전환 이후 태영그룹측 입장은 방송법 시행령 규제완화다. SBS 경영진까지 나서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자 언론시민사회에서는 대주주가 소유회사 경영진을 앞세워 방송공공성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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