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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해고작가가 '노동자성'을 인정받은 이유는방송계에 미칠 파장 "중노위, 방송작가의 근로실질을 중점적으로 따져"…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제고 등 과제도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4.14 21:38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초심 취소’ 단 네 글자였지만 그 문자가 향후 방송계에 미칠 파장은 매우 컸다”

MBC 방송작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 대리인 김유경 돌꽃노동법률사무소 대표 노무사는 14일 열린 <방송작가도 노동자다>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9일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 취소’ 결정으로 MBC 방송작가들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각하'한 지방노동위원회 판결을 뒤집었다. 지난해 6월 MBC <뉴스투데이>에서 10년간 일했던 두 명의 작가는 프로그램 개편과 인적 쇄신 등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이에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했지만 각하됐다. 그러나 중노위는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노위 판정문은 아직 신청인들에게 송달되지 않았다.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 주관, 국회 김상희 부의장,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주최로 열린 <방송작가도 노동자다> 토론회 (사진제공=방송작가유니온)

김 노무사는 “지금까지 방송작가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한 법원 또는 중노위의 선례는 없었다”며 중노위 판정의 의의를 짚었다. 김 노무사는 “이번 사건의 난제는 지노위가 2006년 대법원 판례가 설시한 부차적 요소들에 맞춰 심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는 것이었고, 작가들이 사용자에게 종속된 관계라는 점을 증명해나가는 데 있었다”고 밝혔다. 

김 노무사는 중노위 재심 단계에서 ▲‘작가는 창작자로서 재량을 발휘하는 직종’이라는 도식 타파 ▲형식에 불과한 계약서 ▲‘근무시간 및 장소의 고정성’이 증명해준 노동자성 ▲정규직과 방송작가들의 근로실질의 유사성 등을 증명해내는 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두 작가의 경우 <뉴스투데이>에서 10년 동안 보도국 생방송 뉴스프로그램 작가로 일했기에 생방송 시간에 맞춰 근무했고, 뉴스를 다루는 원고 특성상 아이템 선택부터 컨펌까지 모든 단계마다 상사들의 일상적, 지속적 개입이 불가피했다. 특히 두 작가는 생방송 코너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에 보도국으로 출근했다. 이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되는 ‘근무시간 및 장소의 고정성’을 증명하는 것으로 판단됐다. 

지난달 19일 이뤄진 중노위 심문회의는 생방송 보도국 코너 작가의 근로 실질을 중점적으로 따졌다. 또한 중노위는 2014년 MBC <뉴스 후> 제작PD에 대한 대법원 판례와 이번 방송작가 해고 사건을 비교해 판단했다. 김 노무사는 “이번 중노위 재심 심문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대목은 MBC 제작PD 판례라는 유사 선례를 주요한 판단근거로 삼은 것”이라며 “중노위 판단처럼 <뉴스 후> 제작PD보다 이 사건 방송작가들의 근로 실질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기에 한층 유리했다”고 설명했다. 

김유경 돌꽃 대표 노무사의 발제문

김 노무사는 “중노위 판정의 가장 큰 의미는 방송작가의 근기법상 노동자성이 인정된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과 노동위원회 등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심리마저 회피해온 관행에 대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노위는 제작PD 선례를 방송작가에 적용해 ‘초심 취소’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서 직종과 무관하게 ‘방송업에 종사하는 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업종의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노무사는 ‘입증책임의 전환 문제’와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제고’를 남은 과제로 꼽았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신청인에게 있지만 신청인이 구체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존재한다. 생방송 현장에서 내려지는 구두지시를 작가가 모두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김 노무사는 “중노위 재심에 비해 지노위는 심각할 정도로 성의 없고 비전문적인 심의가 이뤄졌다”며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한별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작가지부장은 “이번 중노위 판정 지표는 보도국 작가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모든 방송작가들에게 해당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작가 대부분이 방송사와 PD의 지휘 아래 일하며, 제작과정에서 스태프와의 협업은 필수이기 때문이다. 방송은 정해진 시간에 송출되기에 업무 장소와 시간이 정해져 있고, 방송작가의 업무 영역이 PD와 중첩되는 경우가 많아 작가도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지부장은 “근로기준법에는 재량근로 간주시간제, 선택적 시간근로제 등 근로자의 창의성 발휘를 유도하고 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다양한 근로 형태가 존재한다”며 “정규직 기자, PD와 방송작가들의 노동이 다르게 취급받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고 방송작가의 노동도 현재의 근로기준법에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기획과 사무관도 중노위 판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김 사무관은 “이번 판정은 방송업계 특징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노위는 방송작가 업무 수행이 방송사와 정규직PD의 지휘 감독 아래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작가의 재량권 역시 업무담당자로서 통상적으로 가진 재량권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에 대한 방송사와 소속 PD가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건 사용종속 관계를 보는 핵심 부분”이라며 “업무 내용 지시, 근무의 종속성 등 근로관계 실질에 포커스를 맞춰 판단한 것으로 법리에 충실하게 나온 결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우석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정책과장은 “방통위는 최근 지상파 재허가 조건에 방송사별 비정규직 인력 현황 및 근로실태파악 자료를 4월까지 제출하도록 했다”며 “이번 재허가는 실태 파악과 자료제출 수준이지만 다음 재허가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여러 변화를 동반한 내용이 조건으로 붙을 수 있지 않나 싶다”고 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의 발제 자료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방송산업의 프리랜서 증가 추세를 지적하며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부소장은 “지난 5, 6년 사이 방송산업에서 프리랜서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기간제 계약직보다도 프리랜서 고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단시간노동자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이는 방송산업 전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고용형태가 증가한다는 의미로 관계부처에서 이런 특징에 어떤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상파와 뉴스채널의 고용인력 현황을 보면 MBC의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이는 노동감수성과 연결돼 있다”며 “더 큰 문제는 지표에 프리랜서가 집계되어있지 않다. 프리랜서를 제외하고도 MBC 소속 비정규직 현황이 20%가 넘는다는 건 공영방송으로서 모범 사용자 역할을 해야 하는 MBC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소장은 방송사 작가 노동문제 개선 방안으로 ▲작가를 ‘근로자’로 고용 ▲자발적 프리랜서 계약형태와 계약조건 개선 ▲프로그램 종료 시 잔여 계약기간 동안 인력 배치와 계약조기 종료 시 수당 마련 ▲표준계약서 체결 의무화 등을 제시했다.

또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방송작가 원고료·기획료·재방료 등 노동 가치를 반영한 구조로 개선하고 경력증명서(해촉증명서) 발급 방식 개선 등을 제안했다. 제도적으로는 '방송산업 비정규직 프리랜서 해결 초기업 노사정'을 구성할 것과 방통위의 지상파 등 재허가 조건 시행력 확보 방안을 모색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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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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