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국내 뉴스사용료를 강제하는 신문법·저작권법 개정 논의가 시작됐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지만 법안의 내용이 한국 실정과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관련 논의가 뉴스대가를 전제로 한 공급계약 형태로 이어질 경우, 주요언론사 집중 현상으로 인해 서비스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협회 주최하고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 한국판 구글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한국기자협회·한국방송협회 주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 한국판 구글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유튜브 방송화면 갈무리)

김 의원은 신문법·저작권법 개정 추진을 통해 국내·외 포털·SNS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뉴스 사용료 지급 의무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플랫폼 기업에 대한 신문법 적용을 위해 법상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의 개념을 부가통신사업자 중 기사를 제공하거나 '매개'하는 사업자도 포함하도록 개정에 나선다. '매개'란 특정 검색어로 검색된 결과, 또는 이용자의 이용 경향을 분석한 결과로 기사를 배열하는 것을 말한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단순 검색기능으로만 뉴스를 아웃링크 형태로 나타낼 뿐, 별도의 뉴스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 등록을 거부하는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해외기업에 대한 적용을 위해 '국외 행위에 대한 적용'(역외적용) 조항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김 의원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언론사에 기사의 대가(뉴스사용료)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플랫폼 기업과 언론사 간 뉴스사용료 협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분쟁조정위원회를 두어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법 개정안은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가 저작권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현행법을 개정, 취재활동을 통해 작성된 시사·보도를 저작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체부는 김 의원실에 개정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이 국내 사업자들과 달리 뉴스콘텐츠 대가를 전혀 내지 않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 저널리즘 보호를 위해 사용료 지불을 강제하는 추세"라며 "신속히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제 방송협회장은 "글로벌 사업자들이 뉴스 콘텐츠로 얻은 수익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합리적으로 사용료를 지급해 상생 협력해 나가야 한다"며 "뉴스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공청회 제목은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명제다. 협회차원에서 제대로 된 콘텐츠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국기와 구글·페이스북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은 "해외에서는 뉴스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것이 추세"라며 대표적 사례인 호주, 유럽연합(EU) 사례를 설명했다. 호주에서 올해 초 구글·페이스북 등에 뉴스사용료 협상을 의무화하고,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시 구속력 있는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내용의 법안이 통과됐다.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은 뉴스·검색서비스 중단 등으로 반발했지만 종국에는 서비스를 재개하고 사용료협상을 체결했다.

EU에서는 디지털서비스법·디지털시장법을 통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의 뉴스사용료 지불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EU의 추진안은 강력한 제재조치를 두고 있다. 법 위반시 매출의 10% 벌금, 강제기업분할 등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 캐나다 등 국가에서도 뉴스사용료 지급 의무화 움직임이 확산 중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은 별도의 뉴스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으로 대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 실장은 "구글은 지난해 10월부터 언론사가 뉴스를 편집·배열하게 하는 '뉴스쇼케이스' 앱 서비스를 시작, 독일·브라질·영국·프랑스·캐나다 ·아르헨티나·호주 등 7개국 500여개 언론사와 뉴스사용료 협상을 체결했다"며 "각국의 유력언론사와 선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언론계 인사들은 대체로 김 의원 법안에 찬성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테크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주장과 요구를 하는 것이 언론의 자유와 좋은 저널리즘을 의미하는 시대가 됐다"며 "공짜뉴스를 활용하는 테크기업이 날로 번창해 이제 반독점을 고민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한국 언론사들은 경영난을 겪으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춰 재투자를 해야할 재원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 실장은 "클릭 한 번 하면 10원, 이런 푼돈을 모으기 위해 낚시질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뉴스서비스 입법공백을 메우려는 취지가 아닌가 싶어 다행"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김봉철 기자협회 부회장은 "현업기자들 사이에서는 언론사 소속 취재기자라기보다 포털의 플랫폼 노동자 아니냐는 자조가 나올 정도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부회장은 뉴스사용료의 '분배' 문제와 관련해 언론사 지급이 아닌 '기금' 형태의 언론인 지원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사용료 지급대상 언론사 선정 기준부터 난관이고, 협상 과정에서 언론사 간 이전투구가 벌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명확한 선정 기준 마련에 실패해 유력 언론사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게 되면 언론계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장, 김봉철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김영식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반면 한국의 뉴스소비 환경과 법제가 해외와 상이해 개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 지적이 이어졌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은 뉴스콘텐츠에 플랫폼 기업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한다는 취지에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현재 해외 사례는 언론정책적 접근이 아닌 '경제적 경쟁' 관점에서 접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위원은 "중요한 맥락은 호주는 구글이 검색시장에서 94%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라며 "집중된 시장에서의 협상력 격차를 해소하고 언론사 수익권리를 보장하는 접근이다. 철저히 시장지배적사업자 관점에서 접근을 한 것으로, 일반 언론정책과는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언론사와 플랫폼 기업이 상호의존적 관계이지만 플랫폼의 거대화로 협상력 격차가 커졌기 때문에 '공정경쟁' 차원에서 조정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하는 호주 ACCC가 법 초안을 만들고, 호주 재무부가 법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한 이유다.

이 전문위원은 "우리나라 뉴스이용은 네이버, 다음, 카카오다. 구글은 5% 밖에 안 된다"며 "언론사 입장에서 플랫폼 종속 상황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겠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이 전문위원은 김영식 의원 개정안의 '매개' 개념의 정의와 규제가 현실적으로 뉴스사용료 협상을 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 전문위원은 "뉴스서비스와 검색서비스는 엄연히 다르다. 검색서비스는 이용자가 요구하는 걸 나타내는 결과물의 일부로 검색까지 뉴스사용료를 지급하는 형식이라면 자칫 검색기능이 굉장히 떨어지거나, 검색해서 노출되는 언론사 전부를 개별계약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전문위원은 "어떻게 수익을 배분할 것인가. 특히 4천개가 넘는 언론사의 계약과 수익배분을 논의하는 게 가능한가"라며 "SNS의 경우에도 '링크'는 이용자와 플랫폼 간 이용계약이다. 이용계약이 체결된 상황에서 뉴스사용료를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왼쪽),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전문위원 (김영식 의원 유튜브 화면 갈무리)

황용석 건국대 교수 역시 사안을 경쟁법적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황 교수는 "'뉴스는 공짜인가'라는 제목은 뉴스가 저작권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플랫폼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사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 모두 성립 안 된다"며 "저작권법상 단순한 사실적시만 저작물로 가치를 인정 못 받는 것이지 뉴스 자체는 저작물 보호를 이미 받고 있다. 또 뉴스가 공짜라는 부분은 플랫폼의 양면시장적 관점에서 검색사업자가 연결하는 트래픽 자체가 하나의 대가가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문제는 재화 분배의 불균형, '집중' 때문이다. 해외 법률안은 개별 언론사와 플랫폼 사업자 간 협상력 불균형 해결을 위해 나타나는 것"이라며 "개정안은 기존 신문법 체제를 수정하는 형태로 접근해 해외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 황 교수는 주요 해외사례가 결국 네이버와 같은 뉴스서비스 공급계약 방식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이 경우 다양성이 저해돼 시장혁신과 이용자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유럽, 호주 등은 영향력 있는 사업자 중심의 논의로, 구글·페이스북은 결국 영향력 있는 사업자(언론사)에 맞는 앱으로 대응하면서 저작료를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즉, 단순 검색서비스와 차별화되는 형태로, 저작료 지불로 접근하는 것이다. 네이버와 같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네이버에 공급 계약돼 있는 검색제휴사가 한 5백여개 정도다. 실제로 4천개 언론사가 있는데, 네이버 뉴스로는 그 5백여개 언론사만 검색된다"며 "예를 들어 제가 학생들과 혁신 저널리즘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 서비스를 런칭해도 네이버·카카오에서 검색되지 않는다. 제휴 언론사가 되려면 일정정도 성과를 입증해야하는데 불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마이너리티 매체들이 검색 경로로부터 이탈되면 혁신이 잘 일어나지 않고, 오히려 전통매체들이 아주 한정된 자원으로 카르텔처럼 서바이벌 하는 구조로 갈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접근다양성의 문제가 결과적으로 이용자의 노출다양성으로 연결된다는 게 전형적인 미디어 다원주의적 관점이다. 이용자 관점에서 과연 중요사업자 중심의 협상이 타당한가에 대해 유럽에서 상당히 많은 논쟁들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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