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FA 신청 선수 중 가장 많은 4명의 선수와 협상에 나선 LG의 초반 협상에 파열음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포수 조인성과 투수 이상열, 송신영, 그리고 내야수 이택근은 모두 첫 번째 협상에서 LG와 간극을 드러냈습니다.

첫 협상의 결과는 비슷하지만 4명의 선수는 LG 잔류 가능성에서 차이가 상당합니다. 나이와 포지션, 연봉, 팀 내 위상, 그리고 타 팀이 FA 영입 시 부담해야 할 보상금과 20명의 보호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보상 선수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네 선수 중 타 팀 유니폼을 입는 선수가 나온다면 LG는 전년도 연봉의 300%의 보상금보다는 전년도 연봉 200% + 보상 선수를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조인성은 4명의 선수 중 LG에 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5억이라는 적지 않는 연봉과 만 36세의 나이를 감안하면 타 구단이 선뜻 영입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타 7개 구단 중 넥센을 제외하면 비교적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상금 10억과 보상 선수를 감수하며 조인성을 영입할 구단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은 편입니다. 조인성 본인도 이 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기에 1차 협상 결렬 뒤에도 큰 불만은 터뜨리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 4월 29일 잠실 넥센전에서 2회말 결승 3점 홈런을 터뜨린 조인성
LG로서는 4명의 선수가 모두 타 구단과의 협상에 나서게 될 경우 소속 선수 FA 협상에 무성의했다는 여론의 비난에 직면할 것을 우려해 기존 구단의 우선 협상 시한 마감인 20일 자정 직전에 프랜차이즈 스타인 조인성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전 포수 조인성을 제외하면 변변한 백업 포수가 없다는 점 역시 LG가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입니다.

조인성 다음으로 LG에 잔류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상열입니다. 이상열은 네 명의 FA 선수 중 가장 적은 1억의 연봉을 받았기에 타 구단이 영입할 경우 금전적 부담은 적은 편이지만 역시 보상 선수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망주를 내주며 만 34세의 불펜 투수를 영입하는 것은 득실을 따져봤을 때 득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속이 떨어져 1이닝 소화도 무리이기에 좌완 원 포인트 릴리프 외에는 쓰임새가 많지 않은 것도 약점입니다. 이상열 외에 마땅한 좌완 불펜이 없는 LG가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전술한 이유들 때문입니다. 이상열이 기존 구단 협상 시한 마감을 넘겨 시장에 나간다 해도 돌고 돌아 LG로 돌아올 가능성이 다소 높습니다.

송신영의 이적 확률은 반반입니다. 지난 7월 31일 2:2 트레이드를 통해 LG는 4강행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송신영을 영입해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겼으나 SK와의 2경기에서 결정적인 블론 세이브를 통해 마무리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평을 얻고 있습니다. 이상열과 마찬가지로 만 34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것도 부담입니다.

하지만 큰 부상 없이 매년 꾸준히 불펜에서 활약해 왔으며 경기 종반 마무리 투수 앞에서 1이닝 정도는 확실히 책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송신영의 가치는 높습니다. 송신영으로서도 선수 생활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FA 기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할 것입니다. LG가 다년간 하위권을 헤맨 이유로 손꼽힌 것이 허약한 불펜이었음을 감안하면 송신영과의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이택근은 첫 번째 협상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LG가 제시한 계약 내용의 차이가 크다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이택근은 LG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에 희귀한, 검증된 우타 외야수입니다. 중심 타선과 테이블 세터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외야와 1루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택근은 LG 유니폼을 입은 2년 동안 타율 3할 안팎을 기록했으나 100경기 이상을 출장한 적이 없습니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내내 시달렸기 때문입니다. 외야 수비 능력이 떨어져 중견수 외에는 소화하기 어려운 약점도 지녔습니다. 지난 6월 15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중견수 수비 도중 허리 부상이 재발해 2달이 넘도록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외야 수비가 이택근에게 부상 위험 요소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 1루수로서도 내야수들의 송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등 수비에 약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 이택근은 KBO에 ‘외야수’가 아닌 ‘내야수’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문 1루수라기에는 공수 모두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과거 부상 전력이 있는 FA 선수들을 영입해 낭패를 본 LG가 이택근과의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현재까지 LG의 FA 4인방 중 잔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조인성이며, 그 다음으로 이상열과 송신영이고 잔류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은 이택근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FA 계약은 9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야구의 의외성을 고스란히 압축하고 있기에 어떤 극적인 반전이 일어날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로 예정된 기존 구단의 우선 협상의 마감 시간인 23시 59분까지 분초를 다투는 계약 전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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