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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난국, 김태현 중대범죄 보도'헤어진 남친' 오보에 '성장 배경' 서사까지…언론인권센터 "언론보도, 스토킹 범죄 경각심 고취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김혜인 기자 | 승인 2021.04.13 10:45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중대범죄를 전하는 언론이 ‘잘못된 보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태현(만24세)은 지난달 23일 온라인 게임을 통해 알게된 A 씨가 사는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가 A 씨와 A 씨의 어머니, 여동생 등 세 모녀를 흉기로 잇달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 모녀는 범행 이틀 뒤인 25일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김 씨는 9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지난달 26일 피의자 김태현을 '피해자 전 남자친구'로 보도한 동아일보, 뉴스1, OBS

12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김태현’을 검색한 결과 2000건이 넘는 관련 보도가 나왔다. 이 중 대다수는 김태현의 범죄 정황에 집중했다. 경찰 진술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단독’ 보도로 생중계됐다. 심지어 김 씨가 유치장에서 먹은 아침 식단과 함께 식단 가격, 동향(조선일보 <세모녀 살해 김태현, 유치장서 신상공개 듣고도 무덤덤>)까지 나열됐다. 

사건 초기에 사실관계가 다른 보도가 나왔다. 언론은 지난달 26일 ‘용의자가 피해자 전 애인이다’라는 주민들의 추측성 인터뷰를 그대로 보도했다. 동아일보 <노원 아파트 피살된 세 모녀...주민들 “큰 딸과 헤어진 남친 범행”>, 뉴스1 <노원 아파트 피살된 세 모녀...주민들 “큰 딸과 헤어진 남친 범행”>, OBS경인TV <세 모녀 피살 사건 유력 용의자는 ‘큰 딸 전 애인'> 등이다.

SBS는 10일 ‘취재파일’에서 “기자들은 현관 앞을 지나며 입을 여는 이웃주민마다 몰려 녹음기를 들이댔다. ‘큰딸의 헤어진 남자친구의 범행이 틀림없다’ ‘약 1년쯤 전 이사 왔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무분별하게 기사화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당일(26일) SBS는 8뉴스 리포트에서 큰딸 김 모 씨가 최근 스토킹 때문에 전화번호까지 바꾼 점을 근거로 이 사건이 스토킹 범죄임을 분명히 알렸다. 여러 친구들 인터뷰를 통해 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아니란 점도 바로 잡았다. 같은 시간 다른 지상파방송 뉴스에서 ‘용의자는 숨진 큰 딸의 헤어진 남자친구’라고 전한 것과 대조적이었다”고 보도했다.

8일 자 국민일보와 헤럴드경제 기사

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보도가 등장했다. 국민일보의 8일 자 <“그 게임 매너남이 김태현이라니, 소름!” 유저들 깜짝>은 ‘사건과 아무런 상관없는 보도’로 지적받고 있다. 국민일보는 “그와 게임을 했던 사람들은 그를 평범한 사람으로 기억했다”며 “(김 씨는)게임 내에서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욕설 한 번 하지 않고 오롯이 게임만 집중하는 사람이었다”, “게임을 같이 했던 다른 팀원들조차 ‘나이스하다’며 칭찬할 정도”라는 지인의 발언을 기사에 담았다.

8일 헤럴드경제 <‘세 모녀 살인’ 김태현 2차 프로파일링...“불우한 환경 잔혹범죄 배경 안 돼”>는 김 씨의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을 자세히 서술했다. 헤럴드경제는 “김태현은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망상 증상도 엿보인다”, “충돌 조절 장애인 ‘도벽’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3건의 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언론인권센터는 9일 "경찰에서는 용의자의 범죄 행위를 분석하는데 성장 배경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용의자의 가정환경과 현재의 범죄를 엮어 보도하는 것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문제가 있다는 편견을 언론이 앞장서 재생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태현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현재의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용의자의 스토킹과 살인, 이 두 가지 범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을 향해선 "이번 살인사건이 수많은 기삿거리 중 하나로 사람들 인식에 남게 될지, 스토킹 범죄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피해자의 목소리를 담은 법 제정 및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이 나올 수 있도록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언론의 보도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언론인권센터는 이번 사건 명칭을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이 아닌 ‘노원구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부르는 게 옳다고 했다. 피해자 중심적으로 쓰인 사건명에서 벗어나 가해자의 이름과 범죄 행위를 중심으로 사건을 바꿔 불러야 선정적인 보도를 막고 사건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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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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