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커버스커는 비록 최종 결승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기적을 노래하라”는 슈퍼스타K의 슬로건처럼 기적을 일군 주인공들이다. 최종 본선에 오르지 못했지만 예리밴드의 자진하차로 인해 극적으로 부활했다. 만일 결원이 생기지 않았거나 혹은 그룹이 아니라 솔로였다면 버스커버스커의 기적은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버스커버스커는 자력으로 올라온 생방송 무대는 아니었지만 등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그리고 마침내 결승까지 올라서도 끝까지 자신들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그런데 결승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버스커버스커의 활동중단 소식이 전해졌다. 결승까지 마쳤다고는 하지만 방송 내외적으로 아직 슈퍼스타K3 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었다. 톱11 공연이 전국적으로 준비된 상태고 방송 섭외도 분명 줄을 이을 상황이다. 그렇지만 버스커버스커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정립을 위해서 힘들었겠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상황에 휩쓸려 다니다가는 결국 자신들과 시청자 모두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거란 당찬 마음이 엿보이는 행보다. 역시나 개념청년들이라는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다.

거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버스커버스커가 정체성 고민에 빠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인터뷰을 맹신할 수는 없지만 슈스케 톱3 중 울랄라세션 외에 버스커버스커와 투개월 모두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버스커버스커처럼 활동중단까지 결심할 정도는 아니지만 투개월 역시 미래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없다. 버스커버스커가 이토록 슈스케 이후의 스포트라이트를 고사하고 잠적하면서까지 고민해야 할 정체성 고민이란 다시 말해서 슈퍼스타K의 고민이나 다름없다.

슈퍼스타K는 올해부터 그룹의 참가를 허용했다. 생방송이 한참 지나고서야 일부 공정성 시비가 일었지만 그 목소리는 큰 반향을 얻지 못한 채 슈퍼스타K 자체 인기에 묻혀버렸다. 그런 와중에 항간에는 슈퍼스타K4를 위한 그룹결성이 한창이라는 소문도 떠돌았다. 투개월이라는 특이한 이름도 결성된 지 2개월밖에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점이 이런 트렌드를 뒷받침한다.

버스커버스커가 슈퍼스타K를 위해 그룹을 만들었는지, 아니면 만들자 슈스케3가 눈에 들어왔는지는 중요치 않다. 그러나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의 성공을 보고 그것을 따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현상은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년 슈스케4 우승자도 역시 그룹일 것이라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혼자보다는 그룹이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내년 슈퍼스타K에는 더 많은 그룹이 지원하게 될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지만 의외로 둘 이상이 의기투합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슈퍼스타K란 라는 목표가 많은 사람들을 결합시킬 수 있겠지만 울랄라세션처럼 단단한 팀워크를 다질 충분한 시간이 없기에 누구라도 오디션이 끝난 후에 버스커버스커와 비슷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수 있다. 물론 아무 문제없이 서로에게 찰떡궁합인 그룹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러나 잘 알고 지내던 학교나 교회에서 그룹을 결성해도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물론 당장의 인기라는 단물로 인해 갈등을 억누를 수도 있겠지만 분명 혼자 판단하고 결정하는 솔로와는 여러모로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문제들은 참가자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마추어 혹은 무명가수들 중에 그룹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룹결성을 부추기는 슈퍼스타K3의 결과는 이 현상에 대한 해결까지는 과할지 몰라도 최소한의 고민은 가져야 할 것이다. 우승 혹은 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도 버스커버스커 정도의 성적을 올린 참가자들이 번번이 방송 이후 활동 지속에 대한 고민에 부딪치게 된다면 슈퍼스타K로서도 방관할 처지는 아닐 것이다.

또한 그룹의 참가는 분명 솔로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공정성의 문제도 남기고 있다. 슈퍼스타K 혼자만 해도 몇 년이면 이미 가수 자원이 고갈이 될 상황인데, 위대한 탄생까지 가세했으니 그룹에 대해서 참가의 문을 연 것은 오디션 퀼리티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는 모르지만 공정성의 문제를 숙제로 남기게 됐다. 거기에 아주 오래 된 그룹이 아니라면 피할 수 없는 정체성 고민까지도 내년 슈퍼스타K가 해결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어쩌면 예선 심사부터 해당 그룹이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한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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