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연합뉴스 '미디어융합인프라 구축사업'에 대해 '사업수행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가 잦을 수밖에 없다'는 등의 이유로 행정적 조치 없이 '권고' 결론을 내렸다.

2012년~2016년까지 진행된 해당 사업의 규모는 총 180억 원으로 이 중 120억 원은 문체부가 부담했다. 매년 연합뉴스에 300억 원가량 지원되는 정부 구독료와는 별개의 지원 사업이다. 문체부는 정부 기금 부실 운영을 관련 언론보도가 있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

문체부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와 연합뉴스에 해당 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통보했다. 앞서 권익위는 감사를 요청하는 내용으로 문체부에 해당 사건을 송부했다. 권익위는 신고자 이의제기 등을 종합해 검토한 후 사건을 마무리짓거나 문체부에 재조사를 요구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사진=연합뉴스)

A씨는 해당 사업의 문제점으로 ▲개발 시스템 일부 기능 누락 ▲단종기기 납품에 따른 저장장치 용량증설 불가 ▲일부 사업 솔루션 방치 등을 지적했다. 실제 연합뉴스 감사팀이 2018년 11월 내놓은 '미디어융합 인프라 구축사업 심층감사 보고서'에는 사업연도별로 진행된 각 사업의 부실운영이 드러나 있다. 연합뉴스는 필요없는 고사양의 소프트웨어를 고가에 사들이거나, 반대로 부실 장비를 계약하거나, 단종 예정 장비를 구매하거나, 계약 납품업체를 검증하지 못해 손해를 보는 일들을 반복했다. (관련기사▶국민권익위, 문체부에 사실상 연합뉴스 감사 요청)

문체부는 권익위에 발송한 조사결과 공문에서 "일부 사업에서 비용 낭비, 부실운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 위반 등 사업 운영이 다소 미흡한 점이 인정"된다며 "다만, 정보화 사업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수행되는 경우가 많아 원계획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점, 신규시스템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이 부족해 시행착오가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참작할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납품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에 대해 대체 납품, 누락 물품 납품, 무상보수 서비스 등 방식으로 문제 상황을 해소"했다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지침 등을 위반해 사업을 수행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정도로 그친 점 등을 고려할 때, 보조금법에 따른 교부결정의 취소, 보조금의 반환 등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해당 사건에 대해 재정적·신분상·행정상 조치사항을 취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문체부는 연합뉴스에 몇가지 '권고사항'을 내렸다. 문체부는 연합뉴스에 국고보조 사업 수행 시 사업 완료 후 감리를 수행하고, 관련 예산액을 사전에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문체부는 향후 국고보조금 사업 수행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 즉시 보고하도록 주의를 촉구하는 한편, 문체부가 점검·조치할 수 있도록 출석·진술, 현장조사, 자료제공 등에 적극 협조하라고 했다. 또 연합뉴스가 자체수행하는 정보화 사업의 경우에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신규사업 점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라고 권고했다. A씨는 문체부 조사결과와 관련해 권익위에 이의를 제기했다.

9일 미디어스는 문체부에 사업과정에서 발생한 금전적 손해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증빙된 사실인지, 연합뉴스의 국가보조 사업 수행 관련 보고·검증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등을 물었다.

손해가 해소된 게 맞느냐는 질문에 문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가 손해를 회수하기 위해 손해액 만큼 무료로 유지보수 기간을 늘린다던지, 누락된 물품을 받는 등의 복구노력을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답했다. 연합뉴스에 손해를 끼친 납품업체가 폐업한 사례도 있는데, 액수적으로 원상복구가 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곳은 손해를 본 것이 사실이다. 회수가 불가능하다"면서 "다만 회수가 가능한 것들은 연합뉴스가 최대한 노력했고, 그 노력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인 손해액 산정이 되었느냐는 질문에 문체부 관계자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시스템 개발 비용이다. IT업계 쪽에는 단가를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확하게 산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연합뉴스가 신규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사업수행 경험이 없어 잦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해당 사업 이전에 대규모 정보화 사업을 국내 모 대기업에 맡겨 수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알고 있지만 연합뉴스가 국고보조금을 안받고 사업을 했다면 대기업을 끼고 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고보조금 원칙이 중소기업·한국기업 우대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권고사항은 연합뉴스가 국고보조 사업을 수행하면서 감리, 문체부 보고 등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사업착수 당시에는 감리 규정이 없어서 연합뉴스가 원칙을 어긴 건 아니지만, 감리를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매년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연합뉴스로부터 각 사업연도별 보고를 받고, 검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연합뉴스가 문제를 사업이 다 끝난 뒤 늦게 발견했고, 문제를 확인했을 때 저희와 협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굳이 알리지 않았던 게 아쉽다"고 답했다.

연합뉴스 사옥 (사진=미디어스)

한편, 해당 사업에 대한 정부예산 편성은 지난 2014년 국회에서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예산심사검토보고서는 "이 사업은 기사,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융합하고 재가공하는 등 뉴스 제작과 활용을 위한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내용"이라며 "성격상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공적 기능 강화보다는 뉴스통신사업 운영에 필요한 사업에 가깝다"고 했다. 사적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이어 검토보고서는 "연합뉴스사에 대해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공적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뉴스정보 구독료를 매년 300억원 이상 지원하고 있는 바, 다른 뉴스통신사와의 형평성 측면을 고려할 때, 부담율의 상향조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당시 교문위 소속 배재정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연합뉴스의 법적 지원 근거 상 구독계약과 위탁업무, 국민 정보격차 해소에 필요한 사업에만 비용이 지원된다"며 "인프라 구축 지원 근거는 없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같은당 김태년 의원은 해당 예산에 대한 연합뉴스 측의 '국민 알권리 보장' 주장에 대해 "다른 언론사는 뭐라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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