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사진 한 장을 보았다. 죽은 아들을 안고 울부짖는 아버지의 사진이었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는 아들은 어린 소년이었다. 소년은 경찰이 발포한 실탄을 맞고 사망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참혹한 이날을 ‘피의 일요일’이라고 불렀다. 충격적인 사실은 무고한 국민을 향해 발포한 자들이 나라와 국민을 지켜야 하는 군경이라는 것이다. 평화로워야 할 주말의 한낮, 군인이 국민을 대상으로 발포하여 114명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비인권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와 폭력이 일말의 가책도 없이 이루어진 날이며,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

"내 아들이 죽었어요" 울부짖는 미얀마 시민 [트위터 @Augustmai4]

이날 같은 시각 미얀마 호텔에서는 군부 연회가 있었다고 한다. 최악의 학살이 일어난 날, 군 장성들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만찬을 즐기며 담소를 나누는 사진이 버젓이 신문에 실렸다. 3월 26일 태국 방콕에서 '평화와 비폭력'을 주제로 개최된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에 출전한 미얀마 대표 레이는 눈물로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군부 쿠테타에 저항하여 시위 중인 자국민을 도와 달라, 국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레이는 ‘미얀마 대표로서 군부는 무고 국민의 향한 폭력을 멈춰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미인대회에 참가하였으며 미얀마의 사람들이 군경의 총탄에 죽어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제발 우리 국민을 살려주세요, 라고 울며 말했다. 레이의 호소는 뉴스와 신문, 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전송되었고 화제가 되었고, 각국의 시민들에게 가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세계 곳곳에서 미얀마의 국민을 응원하고, 미얀마에 따뜻한 봄이 찾아오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는 미얀마 국민의 호소에 응답하지 않고 모른 척하고 있다.

114명 죽던 날 미스 미얀마 "국제사회가 도와주세요" 눈물 연설 [인스타그램 @hann_may]

2021년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총선에 불복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아웅산 수지를 비롯한 미얀마 고위 정부 인사를 구금한 후 국가 권력을 군부가 무력으로 장악하고 이에 저항하는 국민을 향해 발포를 시작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미얀마 국민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군부에 저항하고 있다. 우리도 미얀마와 비슷한 민주화 과정을 거쳤다. 군부독재에 맞서 저항했고, 많은 국민이 희생됐다. 미얀마는 과거 우리와 비슷한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나라이지만 양상은 다르다. 우리는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이었지만 1980년 광주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그리고 세계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주화 항쟁에 대해 몰랐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사가잉 지역에서 벌어진 반군부 거리 시위.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의 사정은 우리와 다르다. 세계가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인터넷 통신, 뉴스, 기사에서 미얀마 사태를 실시간으로 보도하고 있다- 군부가 자국민을 향해 발포하고, 매일 수십 명의 사람이 군경의 총탄에 쓰러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4월 5일까지 유혈진압으로 사망한 미얀마 국민은 550명에 이른다고 했다. 군경의 총을 맞고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들어가는 구급대를 향해 발포를 하고, 사람이 죽어도 군경이 무서워 시신을 바로 수습할 수 없고, 아이들을 잡아다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가족의 행방을 묻는 비인도적인 만행이 날로 심해지고 있다고 현지에서 보도를 통해 전했다.

미얀마 국민은 군부에 맞서 외롭고 처절한 투쟁을 하고 있다. 그들은 역사를 다시 쓰기 위해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치고 있다. 이런 미얀마 국민을 국제사회와 국제기구는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가, 미얀마 사태를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묻고 싶다. 더는 군부의 군화 아래 죽어가는 미얀마 국민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방관도 폭력이고, 폭력에 가담한 것과 같다고 우리는 배웠다. 지금이 배운 것을 실천할 때이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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