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봄개편을 맞아 단막극 <드라마시티>를 폐지하기로 한 데 대해 노희경씨 등 드라마작가 57명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희경 송지나 최완규 등 드라마작가 57명은 24일 성명을 내고 "시장 논리의 황금 올가미로 단 하나 남은 단막극의 목을 이렇게 졸라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고 비판했다.

▲ KBS <드라마시티> 홈페이지.
이들 작가들은 "단막극을 죽이면서 연속극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겠다는 투기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며 "드라마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의 기본이 단막극 육성"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막극은 결코 멸종시킬 수 없는 가치"라며 <드라마시티> 폐지 철회를 촉구했다.

다음은 24일 발표된 드라마 작가들의 성명 전문.

KBS여, <드라마시티>를 살려내라!

KBS가 <드라마시티>의 폐지를 확정했다고 합니다. <드라마시티>는 TV단막극의 마지막 생존자였습니다. <드라마시티>의 죽음은 한국 지상파 방송에서 단막극의 멸종을 의미합니다.

<드라마시티>를 이렇게 죽여야 옳습니까? 시장 논리의 황금 올가미로 단 하나 남은 단막극의 목을 이렇게 졸라 죽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입니까?

우리 드라마 작가 57인은 그 어떤 명분도 단막극의 멸종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선언합니다.

단막극이 가지는 의미는 재론할 여지가 없습니다. <드라마시티> 폐지의 소식이 들리면서 많은 시청자들과 피디협회, 작가협회 등 유관단체에서 그 의미를 누누이 역설했고, 그에 따른 반대의 뜻을 이미 명백히 한 바 있습니다.

단막극을 죽이면서 연속극으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은, 씨앗은 뿌리지 않고 수확만을 거두겠다는 투기적 논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드라마의 문화를 꽃피우려면 투기가 아니라 투자가 필요하고, 그 투자의 기본이 단막극 육성입니다.

작금에 KBS의 어려운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그러나 단막극을 살리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합리적인 개선책을 도모하는 것이 정도일 것입니다. 끝끝내 <드라마시티>를 죽이고 그 시간에 시트콤을 신설하면서, “더 나은 <드라마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은 구차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 KBS가 지켜야 할 공영적 가치에는, 돈은 되지 않으나, 향후의 방송 발전을 위해 꼭 있어야 할 프로그램의 토양을 지키는 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단막극이 그러한 표본입니다.

그러므로 단막극을 죽이는 일은, KBS가 자랑스레 내세우고 있는 KBS적 가치를 스스로 수치스럽게 하고, 스스로 죽이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지난해 3월 <베스트극장>을 폐지했던 MBC도 올 봄 개편 초점은 공익성 강화에 맞추고, <베스트극장> 부활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KBS 내부에서는 드라마 평 피디들이 <드라마시티>를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대로 <드라마시티>를 보낼 수 없다!”며 드라마시티는 결코 폐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 드라마작가 57인은 KBS 드라마 평 피디들의 그러한 입장을 적극 지지하며, <드라마시티> 폐지 철회를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단막극은 결코 멸종시킬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2008. 3. 24

드라마 작가 57인

강은경 고봉황 구현숙 김규완 김기호 김도우 김사경 김영현 김운경 김은숙 김은희 김이영 김인영 김정수 김지우 노희경 민효정 박정란 박지현 박진숙 배유미 서영명 송지나 오수연 유호 윤선주 윤성희 윤은경 윤정건 이경희 이금림 이기원 이선미 이정선 이향희 이홍구 이환경 이희명 이희우 임충 장영철 장현주 정성주 정성희 정형수 조명주 주찬옥 진수완 최순식 최완규 최윤정 최현경 최형자 한운사 홍미란 홍정은 황은경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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