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기는 했지만 경기내용이 아쉬웠다' 지난 11일,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아랍에미리트연합(UAE)전에 나선 축구대표팀 경기력을 지켜본 다수의 사람들이 평가한 말입니다. 후반 막판 이근호(감바 오사카), 박주영(아스널)의 연속골로 2-0 완승을 거뒀지만 골을 넣기 전까지 경기 내용은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전반에는 조광래호 출범 후 '최악의 경기력'으로 손꼽고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주전 선수들의 몸은 전체적으로 무거웠고,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어진 결정적인 기회조차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난 8월 한일전 완패 이후 뚜렷하게 나타난 약점의 반복된 결과였습니다. 한일전을 포함해 8월 이후 6경기를 치르면서 조광래호는 명확한 약점을 노출시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순환을 뚜렷하게 해결할 만 한 마땅한 방법을 여전히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선수들끼리 우왕좌왕하고 위태로운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 레바논과의 3차예선 경기가 또 남아있기에 더 흔드는 것은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겠지만 이 답답한 흐름의 출구를 찾기 위한 조광래호의 노력이 더욱 절실해져야 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의 교두보가 될 중동 2연전에 나선 축구대표팀이 13일 오후(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현지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레바논과의 월드컵 3차 예선 5차전은 15일 오후 9시30분(한국시간)에 치러진다. ⓒ연합뉴스
확실한 볼배급자 전무

전반전 경기를 본 사람들은 다 인정하겠지만 그야말로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움직임은 활발했지만 큰 소득은 없었고, 오히려 전반 중반 이후에는 무겁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약속된 플레이도 별다른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렇다보니 이렇다 할 기회도 만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상대의 역습에 허둥대는 장면이 몇 차례 나왔습니다. 절대 나와서는 안 될 장면들이 수차례 나오자 조광래 감독도 답답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기에는 허리에서 전방으로 확실하게 볼을 배급해주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 원정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대표팀에서 빠진 기성용(셀틱)의 부재가 컸습니다. 기성용은 중앙에서 확실한 경기 조율과 날카로운 패스 능력으로 대표팀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기성용이 결장하면서 팀의 전체적인 경기력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기성용 대신 홍정호(제주)가 나서기는 했지만 전문 미드필더가 아닌 탓에 공격적인 면에서는 많이 미흡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따금씩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이 기성용의 역할을 대신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실전에 뛰지 않은 탓에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하는 허리가 부실하니 대표팀의 경기력이 제대로 나타날 리 없었습니다.

박주영, 지동원으로 볼을 투입해주려는 선수가 없으니 롱볼이나 측면에 의존한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연히 패턴을 읽은 아랍에미리트연합 선수들은 적극적인 압박과 잘 짜인 수비 조직력을 통해 한국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아냈습니다. 이를 뚫을 만한 위협적인 패스, 움직임이 없다보니 조광래호는 답답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후반에 들어간 손흥민(함부르크 SV), 이승기(광주 FC)가 제몫을 다해줬고 결국 막판에 골이 나오기는 했지만 확실히 패스마스터,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가 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입을 정도로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준 것은 이번 경기 최대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나타났습니다.

결국은 플랜B가 필요하다

이번 '플레이메이커의 부재'를 통해 결과적으로 확실한 플랜B가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됐습니다.

▲ 기성용 ⓒ연합뉴스
한 명에게 의존하는 팀 운영이 결과적으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만큼 보다 폭넓은 전술 운영과 경쟁 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기성용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어 수비수를 끌어올리는 고육책을 쓴 것 자체는 좋게 보면 실험정신이 강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내막을 보면 팀이 불안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조금은 많이 위험했다고 봅니다. 물론 포지션 파괴를 추구하는 조광래 감독의 성향 탓도 있지만 아직 선수들이 전술적인 움직임을 완전하게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실험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그보다는 국내파 가운데 해당 포지션을 전문으로 하는 선수의 발굴, 기회 부여 등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 더 생산적입니다. 기존 선수의 경쟁력을 키우고 주전과 비주전의 기량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또 한 번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기복 심한 전후반, 고쳐야 산다

조광래호 출범 때부터 나타난 문제지만 전반전과 후반전의 경기력 기복이 심한 것이 이번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 건 또 큰 문제였습니다. 그나마 좀 달라진 게 있다면 전반전에 잘하고 후반전에 떨어지는 패턴과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뿐이었습니다.

후반 들어 조광래 감독이 교체 선수 투입을 통해 변화를 꾀했고, 이는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손흥민, 이근호의 기민한 움직임이 상대 수비수를 뒤흔들었고, 대표팀 A매치에 처음 투입된 이승기 역시 중앙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며 전반보다 확실히 달라진 팀 경기력을 보여주는데 크게 일조했습니다. 그 분위기를 이어 막판에 2골을 몰아넣은 것은 충분히 좋은 점수를 줄 만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 또다시 전반과 후반의 경기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 것은 좀 씁쓸한 대목이었습니다. 전후반 내내 일관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보다 많은 기회를 내고 충분히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을 텐데 이번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서도 조광래호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주전으로 나온 해외파 선수들의 무기력한 경기력, 공격력, 패스 문제 등 다양한 문제점만 노출시켰습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전에 이어 똑같은 멤버로 경기에 나설 레바논전(15일)에서 이 같은 문제들이 완벽하게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 경기에는 주장 박주영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조금이나마 해결책의 실마리를 보여줄 만 한 무언가가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2011년 조광래호의 마지막 A매치, 레바논전에서 희망을 보여주느냐 또 다른 문제만 확인하느냐는 전적으로 조광래 감독, 대표팀 선수들의 역량에 달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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