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밤 SBS <8뉴스>의 한 장면이다. 급전이 필요했던 김모씨는 가짜 입양으로 아파트를 특별분양 받아 브로커에게 넘긴 대가로 2천만원을 '벌었다'. "호적 상으로만 왔다 가는 거니까"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까.

더 기가 찬 건 아이를 보낸 부모들이다. 이날 KBS <뉴스9> 같은 뉴스를 보면, 역시 급전이 필요했던 이모씨는 두 살짜리 아이를 입양 보낸 대가로 5백만원을 '벌었다'. 과연 사채보다는 안전한 방법이었을까.

'아이는 많은데 돈은 없는' 일용직 노동자나 노점상 업주 등은 백만 원에서 천만 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고 아이를 '빌려줬다'. 가짜 입양한 아이로 아이가 셋 이상 된 가구는 무주택 다자녀 가구에 특별 공급되는 분양권을 따냈다. 물론 실익은 다리를 놓은 전문 브로커가 챙겼다.

생계의 위협이 있었겠지만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버린 아이는 정말 괜찮을까.

보도에 따르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 입양이 이뤄지다보니 분양권 당첨 뒤 서로 연락이 끊겨 아이의 기록을 원래 부모에게 되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이 어려울 수도 있단다. 설사 입양을 취소한다고 해도 그 기록은 가족관계등록부에 영원히 남는다고 한다. 그 상처는 누가 대신 앓아줄 수 있을까.

지난 22일 방송된 KBS <드라마시티> '실연복수전문가 미스조'(극본 유은하·연출 황인혁)에서 주인공 조선주(장희진 분)는 어렸을 적 파양된 경험 때문에 남을 사랑하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애정강박증'이란 병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이 병 때문에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만 사랑한다. 당연히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번번이 실연 당하고 소심한 복수로 그에 대처한다는 것이 드라마의 초반 줄거리.

'드라마니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지만 미스 조처럼 예쁘지도 않고 손재주도 없는 현실세계의 여자는 팍팍하게 생을 마무리해야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리 신고서 한 장이면 입양도, 파양도 쉬운 시대라지만 애들이라고 함부로 이용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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