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남아공월드컵 본선에서 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팀은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1966년 이후 34년 만에 본선 진출을 이룬 것도 있지만 '은둔의 나라'로 불릴 만큼 국제 사회에 좀처럼 잘 드러내지 않던 이 나라가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도 뉴스거리가 됐기 때문입니다.

한국,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한 조에 속한 최종예선에서 조 2위로 본선에 오르고 중동 축구를 완전히 '넉다운(Knock Down)'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북한 축구에 대한 기대, 관심은 상당히 남달랐습니다. 비록 경험 부족, 세계무대와의 큰 수준차이로 3전 전패 탈락이라는 쓴맛을 봐야 했지만 북한의 가능성을 높게 본 전문가들은 많았습니다. 청소년대회에 최근 꾸준하게 출전하고, 유럽 등 국제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서서히 늘어나는 현상만 봐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 5개월이 지난 2011년 11월, 북한 축구는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3차예선에서 우즈베키스탄에 2번, 일본에 1번 패하며 중간 성적 1승 3패로 최종예선 진출이 좌절된 것입니다. 경기 내용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 1골 차로 졌습니다. 하지만 모두 0-1로 졌습니다. 북한 축구의 강점인 수비는 어느 정도 괜찮은 모습을 보였지만 빈약한 공격력이 문제였습니다. 약체 타지키스탄에게조차도 1-0 승리에 그쳤습니다. 3번 진 경기를 모두 0-1로 끝낸 북한은 결국 2회 연속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고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 10월 11일 평양 양각도축구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북한-우즈베키스탄의 경기 장면을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정대세가 상대선수를 피해 드리블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연합뉴스
남아공월드컵 이후 유독 약해진 북한 축구...문제는 공격력

이미 북한 축구의 약세는 남아공월드컵 본선 이후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월드컵 3전 전패 이후 감독과 선수 23명·스태프 등이 귀국 후 사상비판에 회부됐으며, 감독은 건설현장에서 하루 12∼14시간의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위성 생중계한 포르투갈전에서 0-8로 대패한 것이 북한 고위 권력의 화를 샀다는 말이 나오는 등 팀 내외적인 분위기가 아주 어수선했습니다. 북한 측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하게 부인했고, FIFA(국제축구연맹)까지 나서 사실이 아님을 확인하기는 했지만 그 시기부터 북한은 이상하게도 2009년과 2010년 상반기에 보였던 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월드컵 이후 북한의 성적은 8승 6무 8패입니다. 그러나 FIFA 랭킹에서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네팔, 아프가니스탄 등을 빼면 5할 승률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1월 열린 카타르 아시안컵에서는 이란,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과 한 조에 속해 단 2골만 내주는 철벽 수비를 과시하기는 했지만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빈약한 공격력에 1무 2패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이후 4경기 연속 무득점 경기를 펼치고 중국에게는 0-2로 완패하기도 했습니다. 요르단, 쿠웨이트 등과도 비기는 경기를 펼치기는 했지만 기복이 매우 심해진 모습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결국 월드컵 3차예선에서 북한 축구는 수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도 결정적인 것을 막지 못하고, 가장 중요한 골을 넣지 못하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일본과의 원정 경기에서는 후반 경기 종료 직전 한 골을 허용해 무릎을 꿇었고, 우즈베키스탄에게는 K리그 출신 공격수 게인리히, 카파제를 막지 못해 무너졌습니다. 이들에게 한 골을 내줬을 때 정대세, 안영학 등 북한 공격수들은 침묵했습니다. 뭔가 잠재력은 있어도 경기 중에서 이것을 터트려주지 못하니 결국 조기에 월드컵 본선 도전 좌절이라는 고배를 마셔야 했던 북한이었습니다.

'월드컵 탈락' 그래도 기대해 볼 만한 이유

남아공월드컵 본선 출전 쾌거 이후 1년 만에 너무나도 달라진 북한 축구는 그렇게 또 한 번 큰 국제무대 도전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른 면이 있다면 한 번 좌절했다 해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일은 없다는 것입니다. 1년 5개월 사이에 A매치 22경기를 치른 것은 한국(20경기)보다 많은 수치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국제무대에 불참했던 그들이 꾸준하게 A매치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히 전과는 달라진 부분입니다. 여기에 박광룡(FC 바젤), 정대세(보훔) 등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1년 만의 실패를 거울삼아 북한 축구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 있게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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