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슈퍼스타K3의 대장정이 끝났다. 결과에 반전은 없었다. 기적을 노래하라는 슈스케의 슬로건처럼 기적의 휴먼스토리를 가진 울랄라세션이 마지막까지 웃는 한 사람이 됐다. 바스커버스커가 온라인투표를 6주간이나 1위를 차지하는 위력을 발휘했으나 슈스케3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게 하진 못했다. 이후 다양한 분석이 나오겠지만 나가수의 나라에서 벌어지는 오디션인지라 고음역의 짜릿함을 전달해주지 못한 것이 큰 약점이 됐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톱11에 들지 못했다가 예리밴드의 자진하차로 인해 뒤늦게 합류해 결승까지 오게 된 버스커버스커는 크게 아쉬워할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비록 우승의 화려한 열매까지 따가지는 못했지만 대중에게 아티스트로서의 인상을 심어준 것만도 버스커버스커에게는 1등에 영예에 못지않은 큰 부상이 되고도 남는다. 예리밴드의 자진하차가 없었다면 그저 잊혀졌을 것이기에 사실 슈스케3 결승은 기적과 기적의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결승이었기에 시상도 남달랐다. 결과를 발표하고 두 팀 모두 소감을 밝힌 뒤 심사위원 윤미래는 꽃다발을 들고 무대에 올랐다. 보통은 우승자에게 주는 것이겠지만 악마의 편집으로 유명한 슈스케 제작진은 그 꽃을 2위를 한 버스커버스커에게 주도록 했다. 악마의 편집자답지 않은 천사의 기교였다. 그것이 많은 논란을 빚기도 한 악마편집에 대한 반성일 수도 있겠지만 슈스케 제작진은 악마 본성을 끝내 버리지 못한 것 같다.

슈스케는 문자투표 결과를 두 번 밝혔다. 한 번은 두 팀의 1차 경연이 끝난 후였다.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총 투표수에 대한 각 팀의 지분율을 밝힌 것이었는데 그것이 52대 48이었다. 그때 시각이 방송 57분경이었는데 그로부터 화면의 문자 누적숫자는 빠른 속도로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투표를 마감하기까지 불과 40분 만에 100만 콜이 증가해 총 170만이라는 경이적인 숫자를 기록했다. 가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중간에 발표한 52대 48의 지분이 과연 사실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결과를 놓고 본다면 52대 48이라는 박빙의 점유율이 불과 40분 만에 엄청난 격차로 벌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각 팀의 최종 점수는 울랄라세션이 총 982점 중 문자투표가 600점이고, 버스커버스커는 총점 627점 중 문자투표가 251점이다. 문자투표만 놓고 봤을 때 울랄라세션과 버스커버스커의 최종 결과는 70 대 30 정도의 큰 격차를 보였다.

중간발표 때 버스커버스커가 48의 점유였다면 당시 총 콜수 중 33만 콜수를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후 100만 콜이 쏟아지는 동안 버스커버스커의 득표수는 고작 18만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온다. 그리고 나머지 88만 콜이 울랄라세션에게 무더기로 몰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총 누적콜수와 울랄라세션이 가져간 지분에 대한 의심도 없다.

압도적인 표차로 이긴 울랄라세션의 인기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48%의 균등한 득표를 하던 버스커버스커가 갑자기 18%로 뚝 떨어진 득표밖에 하지 못한 40분에 대해서 의혹을 품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간발표의 52대 48이라는 결과는 사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혹도 가능하다. 52대 48이란 중간결과는 악마의 편집 본성이 되살아나 사실 모두가 울랄라세션의 우승을 점치는 그래서 조금은 싱거울 수도 있는 결승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한 약간의 반칙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긴장감이 좀 지나쳤던지 문자투표가 폭주한 것이다. 52대 48은 슈스케3의 마지막 의혹이 된 악마의 수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