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TV조선이 2년 전 <미스트롯> 촬영현장에서 발생한 사고 피해자에게 제대로된 사과와 후속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석재욱 촬영감독은 2019년 2월 TV조선<미스트롯> 첫 방송을 앞두고 녹화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했다. 프리랜서 촬영감독이었던 석 씨는 조명 등을 달기 위해 쌓는 가설장비에 올라갔다가 5m 아래로 추락해 요추, 경추, 늑골 등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31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석재욱 촬영감독과 함께 TV조선과 씨팀이 즉각 산재사건에 대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제공=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31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에서 열린 ‘TV조선과 씨팀의 산재사건에 대한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서 석재욱 감독은 “산재 사건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는 물론 정서적,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며 “재판이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어 현장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제작 노동자들이 소모품처럼 여겨지는 현실을 보여주는 예”라고 덧붙였다.

석 감독의 아내 권희선 씨는 “이미 남편은 장애판정을 받았다. 팔이나 다리를 빼면 온전하게 남아있는 뼈가 없을 정도로 부스러졌다”며 “척추 경추 부상이 심각해 갈비뼈나 폐가 손상된 것은 나중에 알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석 감독의 상태에 대해 “남편은 공황장애에 심각한 수준의 수면 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허리나 어깨, 팔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촬영 장비를 제대로 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권 씨는 “TV조선이나 씨팀 관계자들은 사건 발생 초기에는 남편이 입원한 병실을 매일 찾아왔지만 자기들이 하고 싶은 말만 계속했다”며 “소송을 준비하기 시작하면서 찾아오지 않았고 별다른 연락 없이 우리 부부에 대한 악성 루머가 퍼졌다”고 밝혔다.

산재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가설장비가 제대로 고정되지 않아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된 사과는커녕 보상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게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현재 사건 책임자를 묻는 민·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석 감독의 민사소송 대리인인 임애리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피해자만 있고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는 사건으로 피해자는 2년 넘게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가 맡은 민사소송은 TV조선, 석 감독이 속해있던 촬영외주업체인 '씨팀', 메인 카메라 감독을 상대로 제기됐다. 신체 감정은 1년 전에 끝났고 배상에 대한 피해자 측 의견을 정리해 제출한 상태다. 형사사건의 경우 당초 수사기관에서 수사한 피의자는 2명이었으나 미스트롯 총괄 PD는 불기소처분되고 촬영업체 소속 메인 카메라 감독만 기소돼 현재 재판받고 있다.

임 변호사는 “누가 카메라를 불완전한 시설에 설치하고 누가 석 감독을 올려보냈는지가 재판의 쟁점인데 사건 당사자들은 재판에서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세트팀에 돌리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 대리인 입장에서는 총책임자인 TV조선이 방송사 차원에서 즉시 산재 사건 조사에 나서는 건 물론 피해회복에 앞장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TV조선은 촬영현장의 안정 상태를 엉망으로 방치하는 등 안전 배려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은 물론, 사건 발생 이후에도 피해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박기형 상임활동가는 “산재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고, 책임있는 자가 제대로 된 사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TV조선과 씨팀은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고 언론에만 ‘회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식의 말을 남길 뿐 제대로 된 움직임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TV조선 측은 미디어스에 “TV조선은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자는 아니지만 유관방송사로서 사고 직후 위로금을 전달하고 쾌유를 기원한 바 있으며 석 감독이 속해있던 촬영 외주업체인 ‘씨팀’에도 사고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석 감독은 ‘씨팀’에서 산재처리와 보상을 받았으나 2019년 8월 ‘씨팀’의 촬영 감독자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씨팀’과 TV조선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며 “TV조선은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재판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TV조선은 “이 사건 이후 전 외주사에 대한 근로자재해보상책임보험에 가입하는 등 외주제작인력의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있으며 불의의 피해를 입은 석 감독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