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기자가 ‘후배와의 대화’ 형식으로 올린 글을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에서 읽었다. 그 현직 기자의 후배기자가 블로거 뉴스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좀 웃기다는 생각을 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다.

블로거뉴스, 특히 미디어다음의 ‘블로거뉴스’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블로거들에 의해 제기됐고,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편집이나 블로거들이 ‘보내는’ 글의 배치 문제 등에서 미디어다음 측의 ‘자의적이고 편의적인 잣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부터 시작해 ‘정말 내용없는 글’들을 우선 순위에 배치하는 문제까지 유형들도 다양하다.

기존 언론사 기자의 블로거에 대한 부당한 선입관과 비판

처음엔 이 같은 맥락의 비판인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읽어보니 ‘후배기자’의 생각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일면 수긍할 수 있는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글의 이면에 이른바 ‘기존 언론사 소속 기자’가 바라보는 블로거에 대한 ‘선입관’이 배어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읽는 내내 글이 불편했다.

▲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화면캡쳐.
가령 이런 것들이다. 그 글에서 후배기자라는 사람은 “(블로거뉴스) 시사란이 대통령, 언론 비판용란 같아요. 사실 그것도 우스운 거 아니예요?. 조중동이 의제를 설정해 놓으면 그것 보고 뒤이어 그에 대해 왈가왈부 하는 거 별로던데. 뭐 시사란이면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토론이든 취재이든 해야 하지 않나요.”

블로거뉴스 시사란이 이명박 대통령과 조중동과 같은 일부 언론을 비판하는데 지나치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같다. 글쎄, 양적인 측면에서 그렇게 대단힌 비율인지는 몰라도 적어도 그런 종류의 글들이 블로거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뭐 그 후배기자란 사람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어도 여기까지만 지적했으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구나,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다.

언론사간 상호비평이 거의 전무한 상태에서 블로거의 언론비판이 왜 문제인가

그런데 ‘조중동 의제설정이니 스스로 의제를 만들어 토론·취재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오버가 좀 지나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솔직히 조중동의 의제설정에 갇혀서 지난날부터 지금까지 ‘헤맸던’ 건 조중동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배기자가 지적한 비판의 화살은 기존 언론사들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돼야지 블로거들에게 적용시킬 문제가 아니다.

“스스로 의제를 만들고 토론이든 취재이든 해야 하는” 것은 그 후배기자가 소속된 언론사들 비롯해 기존 언론사들이 일차적으로 해야 할 몫이라는 말이다. 취재해서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기자들’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 부분을 생업에 종사하면서 글 올리기도 바쁜 블로거들에게 하라?

블로거들을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그 ‘후배기자’가 블로거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들은 기존 언론들도 대부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들이다. 왜 자신들이 그걸 제대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블로거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걸까.

솔직히 블로거들이 지적하는 ‘조중동 비판’을 기존 언론사 어디에서 하고 있던가. 아니 조중동 비판에만 국한 시킬 문제가 아니라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언론문제를 기존 언론들이 지면과 화면을 통해 상호비평을 해왔더라면 한국 언론의 위상과 신뢰도가 지금처럼 추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존 언론들이 그걸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반’ 블로거들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면 그건 반겨야 할 상황이지 비난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그렇게 문제를 제기한 ‘후배기자’는 과연 언론의 문제점 등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고 기사를 써왔는지 묻고 싶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후배기자는 “게시글 상당수가 뉴스라기보다는 잘해야 비평이거나 비난, 체험 수준인 것 같아 솔직히 긴장감이 없다”는 ‘비판’도 했다.

기존 언론사의 뉴스는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 블로거들의 글과 비교해서는?

솔직히 말해서 여기서 좀 웃었다. 그 ‘후배기자’가 바라보는 블로거뉴스에 대한 인식의 한 단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사가 생산하는 방식의 뉴스만 뉴스라고 보는 ‘배타적인 사고방식’이 몸에 배어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고나 할까. 미디어비평이나 정치비평 혹은 일반 시사적인 문제에 대한 비평 글은 ‘뉴스’가 안된다는 그런 생각이 딱 깔려 있는 듯해 몹시 불편했다.

그 ‘후배기자’가 속한 언론사가 생산해내는 기사가 블로거들의 비평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 필자의 입장에선 솔직히 좀 황당하기까지 했다. 기존 언론사들이 포털에 전송하는 ‘천편일률적인 기사’에 신물이 난 상황에서 오히려 ‘뚜렷한 관점과 포인트’에 기반을 둔 블로거들의 글은 필자에게 글 읽는 재미를 준다.

그 ‘후배기자’는 블로거 수준이 낮아서 아직 참여를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 ‘후배기자’는 자신이 쓰는 기사와 한국 언론의 기사 수준이 질적으로 매우 높은 단계에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직 그 ‘후배기자’가 쓴 기사를 직접 본 일이 없어서 일단 이에 대한 판단을 미룬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그렇게 넉넉한 점수를 줄 수가 없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 그렇게 높은 수준에 있다는 ‘평가’는 국내외적으로 들어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고하나 할까 한다. ‘블로거뉴스’를 비판하기 전에 한국 언론 수준부터 한 단계 더 높이는 데 전력 질주하는 게 어떨까. 진정으로 하고픈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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