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정말 동화책 속에서나 나올 만한 컨셉이 가요무대에서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바비인형들이나 입는 옷을 입고 정말 동요 같은 노래를 들고 나온 그룹이 있었지요. 그것도 모체 그룹과는 딴판인 유닛이었습니다.

바로 애프터스쿨의 섭유닛인 오렌지캬라멜입니다. 걸그룹계에서 가장 포스 있기로 유명한 애프터스쿨에서 나온 오렌지캬라멜은 그 시크함과 도도함을 어디다가 내버려두고 애프터스쿨의 컨셉과 180도 바뀐 컨셉으로 데뷔했지요.

처음 오렌지캬라멜이 등장했을 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너무나 거부감이 심해서 욕도 엄청 먹었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 "일본삘 난다" "코스프레, 장난질이냐?" 등등이요.

하지만 그렇게 데뷔한 지 벌써 1년이 넘어 1년 반째 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는 나오지 못할 것 같았던 오렌지캬라멜의 상황은 어떠할까요? 애프터스쿨 전체를 다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약간 씁쓸하지만, 최근에는 오렌지캬라멜의 위상이 더할 정도로 나오는 곡마다 정말 "미친 중독성"을 일으키며 매번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본뽕짝 같다"라고 했던 마법소녀는 수많은 패러디를 유발했고, "아잉~"은 리지가 시트콤에도 써먹어서 아예 리지의 유행어가 되어버렸고, "방콕시티"도 한 번 들으면 다시 무한반복이 되는 곡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번 샹하이 로맨스도 뜬금없이 "샤샤샹~"을 부르고 있는 중독에 걸린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오렌지캬라멜, 선X맛후중독

이제 아예 오렌지캬라멜을 대표하는 문구가 되어버린 게 바로 "선X맛후중독"이라는 말입니다. 오렌지캬라멜의 대표곡이 나오면 항상 나오는 베플이 바로 이 말이지요. 오렌지캬라멜이 신곡을 내놓을 때마다 리액션이 거의 비슷합니다. "뭐 이런 노래가 다 있어"하고 거부감부터 일으키긴 하지만, 일단 한 3일만 지나가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중독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을 여섯 글자로 정리한 말이지요.

오렌지캬라멜의 기억하기 좋은 가사와 쉬운 멜로디는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사실 오렌지캬라멜은 "초통령"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그와 동시에 다른 곡들과는 너무나 다른 장르이기 때문에 독특하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너무 독특해서 차마 까이지조차도 않는 노래가 오캬노래입니다. 평범하면서 이상하면 많이 비난이 많을 텐데 너무 독특하다보니 그냥 "다르다"로 분류되는 것이지요. 컨셉이 즐겁고 유쾌하고 중독성 있고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까, 딱히 가창력의 잣대를 들이대지도 않는 희한함이 있긴 합니다.

못 입는 옷이 뭐냐?

오렌지캬라멜의 무대를 보면 패션쇼 내지 어떤 코스프레의 현장 같기도 합니다. 실제 여태껏 오렌지캬라멜이 소화한 복장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을 정도지요.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인형복장은 물론이거니와 백설공주와 비슷한 복장도 아잉~에서 소화를 했고, 정말 초등학생들이나 입을만한 원색 원피스 등을 소화했습니다.

의상과 관련해서는 이번 샹하이로맨스에서 정점을 찍었습니다. 중국 전통의상인 치파오로 시작된 오렌지캬라멜의 패션쇼는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활동한 지 거의 3주째가 되어 가는데 한 번도 같은 의상을 입은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번 활동에서는 무대마다 다른 의상을 입었습니다. 처음에는 치파오, 그 다음에는 약간 개조한 치파오, 그러다가 정점 찍은 이소룡 복장. 지난주에는 할로윈이라고 할로윈 복장에다=강시복장, 그리고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봐서 반가운 스트리터 파이터의 춘리복장까지 소화해냅니다.

오렌지캬라멜은 기럭지와 몸매 때문에 솔직히 뭘 입어도 그렇게 못나 보이지 않네요 옷이 날개라고 하는데 오렌지캬라멜의 경우는 거의 그 반대입니다. 나나가 모델출신이니 이미 그 분야는 전문이고, 리지와 레이나도 만만치 않은 기럭지 등을 보유했기 때문에 웬만한 의상은 그냥 입어도 모델인 입장이라 정말 이상한 복장도 괜찮아 보입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소화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X맛도 꾸준해야 한다?

옛 말에 우물을 파도 한 우물만 파라고 하는 속담이 있지요? 이상하고 특이한 것도 결국에는 한 우물만 계속 파야하는 것 같습니다. 오렌지캬라멜 무대 특히 이번 춘리 복장을 보고 댓글달린 것을 보니 웃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새로운 분야의 개척자다"
"X맛도 꾸준하면 좋은 결과가 있다"
"처음에는 X맛이었는데 꾸준히 하니까 재밌다" 등의 반응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것 같아요. 벌써 1년 반 사이 4개의 곡을 발표했는데 다 반응이 좋았네요. 만약 처음에 반응이 안 좋았을 때 "이건 못할 분야다"하고 그만뒀다면 오렌지캬라멜은 어찌 보면 한방에 훅 갈수도 있었겠지요.

그러나 꾸준히 한결같은 중독성과 독특한 의상과 복장으로 접근하니 이제는 거부감이 점점 줄어들어 이상했던 복장들이 더 이상 이상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는 특별하게 보이는 것이며, 노래도 예전에는 "뭐 이래?" 했던 게 이제는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 하면서 그 특별한 존재감을 인정 받는 것이지요. 오캬는 다른 그룹이 하지 못하는 분야에 도전해서 아예 자기들의 존재감을 확실히 굳혀놨으니 정말 창의력이 대단한 그룹이라고 해야 하나요?

처음에는 거부감이 가득했던 오렌지캬라멜의 노래들이 이제는 MP3 플레이어에서 무한 반복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노래방 분위기 띄우는 곡으로 자리잡아버리며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 중독성을 가진 노래들로 바뀐 것이지요.

역시 거부감이 있었던 오렌지캬라멜의 낯선 코스프레 복장들은 이제는 오렌지캬라멜의 고유한 컨셉이 되어 "다음 무대에서는 뭐 입고 나올까?"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정도가 되어버렸지요. 벌써 다음 주에는 "쿵푸팬더가 나올 거다" "황비홍이 나올 거다"라는 추측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마 삼국지의 복장도 나오지 않을까요?

어쨋든 오렌지캬라멜의 꾸준함 하나는 제대로 인정받은 것 같습니다. 이제 샹하이 다음에는 일본으로 갈까요? 아마 그렇다면 일본교복, 기모노 등이 예상되고는 합니다. 아시아 순회하면 아마 한국에서 한복을 입고 무대를 가지는 오렌지캬라멜을 볼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옛말은 틀린 게 없다고 한 우물을 파기는 파야 되네요. 아무도 도전하지 않은 분야에 도전해서 파낸 오렌지캬랴멜의 용기와 도전정신은 특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슷한 곡 사이에서 신선함을 주기도 하니까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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