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중증장애인 활동가 3명이 지난 20일 3일간의 노역 투쟁을 뒤로 하고 구치소를 나섰다.

노역 투쟁에 나선 이들은 이형숙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와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등 총 4명이다. 최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첫날 노역을 중단했다.

이들은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모금으로 사흘 만에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지난 18일 전국장애인철폐연대가 모금을 시작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4천여명의 시민이 벌금 액수를 뛰어넘는 돈을 보냈다.

20일 서울 구치소에서 출소한 이형석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 권달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은 ‘장애인의 버스 이동권’, ‘탈시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기 위한 생존권 예산 보장’ 등을 외치다 4,44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형숙 대표는 23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벌금 대신 노역을 택한 이유는 투쟁의 정당성을 이야기하고자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죄목은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 공공건물침입 등”이라며 “우리는 장애인 자립 생활 예산확대를 위한 투쟁으로 도로에 설 수밖에 없었고 2019년 서울시청 앞에 천막농성을 했다. 이것을 죄라고 인정할 수 없어 벌금 대신 노역으로 저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재판장에 가면 판사들이 무조건 ‘도로를 막았냐 안 막았냐’만 물어본다"며 "우리가 강하게 항의하지 않으면 이 사회는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법이 없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버스 이동권조차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2016년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탈 수 없는 경기도 이층 버스를 확인하다가 벌금 처분을 받았다. 2018년에는 장애인 예산확대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당시 새누리당 당사까지 행진했다. 권 대표는 성심재활원 탈시설 투쟁을, 박 이사장은 예산 투쟁, 최 회장은 이동권과 노동권 투쟁을 하다 벌금형을 받아 총 4,440만 원이 됐다.

총 세 번의 노역 투쟁을 했던 이 대표는 “구치소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정보도 차단되어있고 마치 시설에 있는 것 같았다. 시설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에게는 시설(재활원)이나 구치소나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장애인들에게 시급한 문제는 ‘탈시설 후의 삶’이다. 이 대표는 “시설에서 나와 자유로운 삶을 택하려 할 때 장애인들을 지원해주는 법이 없다. 장애인들에게 시설을 장려하는 정책뿐”이라며 "외국의 경우 1960년대부터 지역사회에 어울려 살아가는 자립 생활이 정착됐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보건복지부가 법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에는 3만5천 명이 살지만, 개인 운영 시설에 정신병원까지 합치면 10만 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탈시설 관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지난해 12월 대표 발의한 '장애인 탈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 하나다. 법안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자립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시설 등을 단계적으로 축소·폐쇄하며 인권침해시설을 조사해 제재하는 등 탈시설에 대한 근거를 마련토록 했다.

이 대표는 “탈시설은 문재인 대통령 국정과제 중 하나였지만 구체적 로드맵이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우리가 가만히 있었다면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없었을 것이고 장애인을 위한 저상 버스가 도입되지 않았을 거다. 우리가 움직였기에 가능한 일”이라며 "지금은 탈시설 지원법 제정을 시급하게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6일부터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천막농성으로 ‘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 촉구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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