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된 지 보름밖에 안된 이(석연) 처장이 인사권자를 향해 하기 어려운 ‘바른말’을 했다.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 등 고위 공직자의 자리는 대통령 코드에 따라 움직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아일보 오늘자(22일) 사설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 가운데 일부다. 이석연 법제처장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정권 인사 퇴진론’과 관련해 “단체장 사퇴는 국민과 당사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 한나라당 논리로 집권했지만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헌법정신에 입각한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담고 있다.
이석연 법제처장의 발언 ‘칭찬’하면서 유인촌 ‘태도변화’는 비판
사실 이 처장의 ‘소신’보다 더 이례적인 건 동아일보의 오늘자(22일) 사설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나 유 장관이 ‘구정권 인사 사퇴론’을 제기할 때 비중을 두며 힘을 실어주는 태도를 보인 곳 가운데 하나가 동아일보이기에 그렇다. 물론 논설위원의 칼럼 등을 통해 유 장관의 ‘오버’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동아의 기조는 ‘구정권 인사 사퇴’ 쪽에 기울어졌다는 평가다.
그런 동아가 갑자기(?) 사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도 노사모 논리로 집권했고, 그 논리로 계속 가다 국민과 멀어졌다”는 이 처장의 말에 “맞는 말”이라고 응답을 하더니 “이 정부에서는 더 많은 ‘이석연’이 나왔으면 한다”는 당부까지 덧붙인다. 오! 웬일?
사설에서 ‘서로 다른 주장’ 하고 있는 동아일보
그런데 놀라움도 잠시, 같은 공간에 있는 또 다른 사설 <흔들리는 유인촌 장관, 되살아난 노 코드 사장>을 보니 전혀 ‘딴소리’를 해대고 있다. 동아가 사설을 통해 이석연 법제처장의 소신을 긍정 평가했으면 당연히(!) 소신 없이 ‘홍위병 노릇’을 한 유인촌 장관을 나무라는 게 온당하다. 그런데 동아일보, 유 장관의 처신을 비판하기는 했는데 엉뚱한 걸 비판하고 있다. 왜 ‘기관장 사퇴론’을 주장하더니 갑자기 바꿨냐는 것이다.
이거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유력 일간지 사설에서 이런 ‘해괴한 짓’을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슬며시 화가 치밀기도 한다. 독자를 우롱해도 유분수지 이거 뭐하는 짓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일부분을 인용한다.
딱한 건 유 장관이 아니라 동아일보인 것 같다. “이처럼 중요한 문제를 놓고 오락가락하니” 말이다. 유 장관은 그래도 시간차라도 있는데 동아는 같은 날, 같은 공간, 그것도 같은 사설에서 서로 다른 소리를 해대니 …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소린지 알 수가 없다.
유인촌 장관보다 더 오락가락 하는 동아일보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은 그 정권이 내건 가치와 신념에 따라 국정을 이끌어 가라고 국민에게 위임을 받았음을 뜻한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유 장관처럼 흔들려서는 노회한 좌파의 농성전(籠城戰)에 맞설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동아일보 오늘자(22일) 사설 <흔들리는 유인촌 장관, 되살아난 노 코드 사장>의 마지막 부분이다.
이 부분과 같은 날짜 <“한나라당 논리로만 통치할 수 없다”>에서 강조한 “정부 각료와 대통령 참모 등 고위 공직자의 자리는 대통령 코드에 따라 움직이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는 부분이 나란히 한 지면에 배치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자신감을 가져야 하는 건 오히려 유인촌 장관이 아닐까 싶다. 유 장관의 오락가락을 비판하는 동아일보가 오히려 본인보다 더 ‘널뛰기’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유력지 사설 수준이 이 모양이다. 한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