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문화산업은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정점에 서 있는 PD, 작가, 출연진을 비롯해 음지라고 불리는 곳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언론과 세간의 시선은 스타나 PD, 작가에게 고정돼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음지의 이들이 없다면 방송, 문화 산업과 스타, PD는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 시상식에서 배우 문근영은 이들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그 때에도 언론의 시선은 문근영에게 집중됐다.

음지의 이들이 최근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를 만들었다. 발걸음을 뗀 것은 2008년 발기인대회부터다. 이후 3년여 만에 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 우여곡절이 있었던 탓이다.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는 조만간 창립 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의 초대 협회장은 소달영 협회장이다. 설립 배경과 이유, 앞으로 할 일 등을 들어봤다. 정리해보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방송, 문화산업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음지의 이들에게 제대로 된 호명의 기회를 갖게 하자는 것이다. 호명의 기회란 이름에서부터 작업 현장의 문제까지 많은 것을 의미한다.

다음은 소 협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드라마 제작보고회 현장, 출연진이 나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들 뒤에는 이름 없이 수고한 많은 이들이 있다 ⓒ 연합뉴스

▲ 소달영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장ⓒ미디어스
협회 소개를 부탁한다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 구성원들이 하는 일을 가지고 설명하면 쉬울 것 같다. 방송을 콘텐츠로 보면 소프트웨어콘텐츠가 있고 하드웨어콘텐트가 있다. 소프트웨어 콘텐츠는 PD, 작가, 가수, 연기자, 기획, 광고 등과 관련돼 있으며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실현시키기 위한 무대, 조명, 음향, 카메라 촬영, 특수효과, 구조물, 경호 등과 관련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방송이 생겨나면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지만 미천한 신분으로 통칭된다. 이런 사람들을 양성화시키고 권익을 보장을 해주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기 위해 협회를 만들게 됐다.

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는

우리 협회원들은 KBS, MBC, SBS, EBS 등의 일과 일반이벤트도 같이 하고 있다. 보통 하루에 한두 건씩 사고가 나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사고가 난 것을 이야기하고 문제제기하게 되면 일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산업 재해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이유는 정해진 근무처가 없기 때문이다. 근무처는 자신이 속한 회사이지만 실제 근무하는 곳은 방송사의 어느 녹화장이다. 가령 철원군청 앞에서 열린 ‘열린음악회’에서 사고가 난다면 근무지 이탈에 해당돼 얘기가 안 된다. 출퇴근 길에 사고 난 것과 같다.

이런 문제들을 얘기하고 제기해서 이들의 중요성을 알리려고 한다. 이들이 하루라도 움직이지 않으면 방송이 되지 않는다. ‘나가수’의 경우, 우리 협회에서 좋은 장치를 가지고 있는 팀이 일 했는데 음향팀이다. 그 팀 때문에 ‘나가수’가 살았다. 방송사 장비 가지고는 좋은 음향이 안 된다.

방송사에는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팀이 있는데

인건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방송사는 관리만 한다. 예를 들면 말이 세트실이지 디지인실에서 디자인을 하고 하청을 주거나 내지는 간단한 것은 자체 처리하고 대부분은 외부에 발주한다. SBS의 자회사 아트텍이 있지만 업체에 하청을 준다. 방송사는 관리의 역할만 하고 다른 것은 외부 발주로 처리한다.

종합편성채널이 생겨 문제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은 90% 이상이 외부 발주다. 송출, 보도를 빼면 다 외주라고 보면 된다.

외부에 있는 사람이 많은 부분의 방송사 일을 하고 있다. 협회원이 방송사의 명함을 들고 다니는데 다 불법이다. 차량문제와 업무를 수월하게 하기 위해 눈감아 준 것이다.

협회원은 몇 명인가

관련 업체가 100여 개 되고 협회원을 모으는 단계다. 출발하는 단계다. 참여하면 일을 못하게 된다며 못하겠다는 등 말이 많았다. 어쨌든 힘든 과정을 통해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해서 일단은 꾸리게 됐다.

가장 시급한 일은 협회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얼마를 벌고 있는지 파악하는 일이다. 대강은 알고 있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또한 사고 사례집을 만들어야 한다. 3년 전 행사를 했었는데 올림픽 홀에서 콘서트를 했다. 음향기기가 떨어져 음향기사가 즉사했다. 협회를 만들게 된 계기다. 매일 사고가 나고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산재도 안 되고, 상해보험도 어렵다.

방송사에서는 책임지는 일은 없는가

방송사의 일을 한 것이다. 하지만 안 해주고 있다. 매일 한두 명씩 사고가 나기 때문에 산재를 적용하면 방송사의 산재율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케이블TV도 마찬가지다. 사고가 나도 모른 체 한다. ‘다음에 너 일 없어’라고 하기 때문에 이야기하지 못한다. 언젠가 또 사고가 발생할 것이다. 사고는 반복되고 있지만 원인 근거가 없는 게 현실이다.

노동법이든 근로기준법이든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적용되지 않는다. 방송제작은 24시간 진행된다. 방송제작의 현실은 열악하다. 열악하다고 하더라도 1시간 쉰다고 방송이 안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같은 경우, PD도 쉰다. 피곤하고 힘드니까 작품질도 안 나온다. 얼마 전 발생한 모 탤런트 파문은 빙산의 일각이다. 이와 관련해 언론은 톱스타가 일으킨 파문이라고 접근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

시급한 것은

드라마, 영화, 이벤트 등 파트마다 성격이 다 다르다. 하지만 하드웨어 쪽에서 일하는 사람의 현실은 같다. 어찌됐던 사고가 빈번하게 나는 것을 방지하고 이를 위해서는 단체가 필요하고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

산업안전관리공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우리와 관련된 규정은 없다. 하루 만에 세트를 만들어내는데 건축물로 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건축물 구조진단을 받을 수 없다. 문화산업으로 보든 방송 산업으로 보든 별도의 산업이다. 적합한 관리규정이 필요하다. 이런 규칙이라도 만들어 최소한 안전한 관한 내용을 보장해야 한다.

협회 차원의 교육 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교육이 없다. 우리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평균 연령은 32살밖에 안 된다. 학교를 만들어 교육을 실시했으면 한다. 전파진흥원의 교육과는 다른 상을 그리고 있다. 교육을 하고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이다. 일할 사람은 늘 부족하다. 몰라서 못 오고 있는 것이다. 교육의 수요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종편이 생겨나면 일할 곳이 많아지는 것이 아닌가

일할 곳은 많아지고 일할 사람은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이 안 된 사람들이 가서 일하게 되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 협회에서 교육을 실시하게 되면 종편에서도 좋을 것이다.

방송사와 이야기하는 단계인가

아직은 아니다. 골치 아프다고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 협회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정도다. 협회원이 현장에서 이름보다는 ‘야 인마’, ‘야, XX야’로 불리는 게 다반사다. 이제는 야 인마라는 호칭에서 탈피할 때가 됐다.

방송사의 대화상대로 인정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움을 받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방송문화산업기술인협회를 만들었다. 조만간 창립총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상파방송사 사장도 초청할 예정이다. 음지에서 일하는 종사들도 같이 커가야 균형을 맞출 수 있다. 같이 갈 수 있는 그릇을 만들었다. 물론 현재는 미흡할 것이다. 미국에는 우리 같은 협회가 있다.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협회에 등록 가능한 분들은

3만 명으로 예상한다. 일단 메이저급 회사들을 시작해 3만 명 회원 모집이 목표다.

마지막으로 바람은?

하드웨어 쪽에서 일하는 분이 인정받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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