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당연히 엄태웅의 반전 연기입니다. 순둥이로만 보였던 그가 아무 것도 몰랐던 것처럼 시치미를 때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내다니. 촬영 이후 제작진이 확인 한 이후에야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을 정도로 깜짝 놀랄 반전이였죠. 승승장구에서 스스로 고백한 것처럼 이제야 1박2일에 적응을 마쳤다는 당당한 선언. 멤버들과의 호흡. 자기의 캐릭터 만들기. 적절하게 표현하기 모드 일정한 수준에 올라왔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부터 엄태웅은 1박2일 웃음 포인트의 당당한 한 축으로 활약할 일만 남았어요.

하지만 그런 깜짝 재발견외에도, 그것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할 구도의 변화가 눈에 띱니다. 강호동의 잠정은퇴 선언 이후 가장 큰 관심사였던, 누가 1박2일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할 것인가의 문제이죠. 1박2일의 1인자 자리는 진행 정리를 하는 포지션이 아닙니다. 강호동이 있었을 당시에도 그런 일정 조정이나 흐름의 정리는 실질적인 메인MC 출연자급 제작자 나영석PD의 몫이었으니까요. 이 프로그램의 1인자란 그런 나영석 PD와 제작진에 맞서는 멤버들의 대립구도를 만들고, 웃음을 위한 소재들을 제공하고, 그 결과물을 합쳐서 또 다른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가는 사람입니다.

동생들을 아우르는 큰형이자, 끊임없이 소란을 만드는 사고뭉치, 그리고 교묘하고 능수능란하게 제작진과 ‘밀당’을 하는 협상자. 그것이 1박2일의 1인자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입니다. 결코 쉽지 않은, 제작진과 멤버들 사이를 넘나들면서도 자신의 분량까지 확보해야 하는 높은 난이도의 작업이죠. 여행이라는, 그리고 제작진과 함께 어우러지는 1박2일의 독특한 포맷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1인자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강호동의 부재를 두고 걱정이 많았던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그를 대신할 수 있는 그런 영민함을 과연 동생들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하는 우려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적어도 이번 영월 오지 여행만 두고 본다면 강호동의 공백을 능히 메꾸어 줄 수 있을 만큼의, 오히려 일부분에 있어서는 그보다 훨씬 좋은 장점을 가진 1인자를 발견해 냈습니다. 그저 단순한 앞잡이 역할에만 충실한 것처럼 보였던 이수근이 그 주인공이죠. 겉으로 보기엔 이승기가 상황을 정리하고 진행 멘트를 맡은 것 같았지만, 1인자의 자리에 걸 맞는 역할을 한 사람은 단연 이수근이었어요. 그는 끊임없이 만들고 조율하고 협상하고 움직입니다. 그동안의 성장이, 그리고 MC로서의 그만이 가진 장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활약이었어요.

갑자기 비어버린 시간동안 어떻게 방송 분량을 만들 것인지를 두고, 이수근은 작은방 올림픽을 만들고 진행을 맡으면서 분위기를 업시킵니다. 개그콘서트에서 단련된 상황 만들기의 장점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죠. 그리고 그런 소란스러움이 가신 뒤에 조용히 나영석PD와 함께 저녁 취침을 위한 복불복을 진행합니다. 그것도 멤버들의 특성을 면밀하게 살핀, 관찰력에 의지하면서 그들의 캐릭터를 다시 한 번 재확인시키는 적절한 포인트였죠. 상황은 자신이 만들지만 그 초점은 멤버들에게 골고루 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물러섬이었어요.

이것이 강호동과 그의 가장 큰 차이점입니다. 강호동의 에너지는 이야기의 중심에 자신을 두고 그 에너지로 잘나가는 멤버의 능력을 배가시키며 웃음을 폭발시킵니다. 황제 이승기와 앞잡이 이수근, 천재 은지원 모두 그런 능력에 힘입고 탄생한 케릭터이죠. 하지만 그 에너지를 올라타지 못하고, 도리어 삼켜져 버리는 김종민과 엄태웅은 병풍처럼 뒤로 물러서기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수근은 시끌벅적한 상황만을 만들고 다른 멤버들이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뿐입니다. 마치 서커스의 단장이 단원들을 소개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업시키고 뒤로 빠져나가는 것처럼. 김종민과 엄태웅의 재발견과 부활은 분명 이수근식 진행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요. 그는 생각보다 훨씬 좋은 진행자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출연 분량이 점점 더 늘어가는 나PD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할 때 확실하게 상황을 정리해주는 이승기의 똑똑한 뒷받침, 그리고 강호동의 빈자리를 메꾸고자 하는 다른 멤버들의 분발이 어우러진 결과입니다.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방송의 방향을 결정하기엔 아직 이수근의 영향력이나 능력이 좀 더 성장해야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재 1인자의 역할을 서서히 차지하고 있는 이수근의 공헌을 무시할 수 없어요. 강호동이 빠진 스타킹이 그의 에너지를 그리워하고 있고, 무릎팍은 아애 폐지되었고, 강심장의 이승기가 분발하며 힘을 내고 있고 있지만 여전히 큰 형의 존재를 그리워하는 상황에서 강호동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프로그램은 현재 1박2일밖에 없습니다. 대성공이었던 이번 영월 여행의 숨은 1등공신은 단연 이수근이에요. 강심장의 이승기도 그러하지만, 그동안 강호동은 정말 좋은 후계자들을 키우고 있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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