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가 17일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인권 보도 봉쇄소송을 당장 멈춰라”고 외쳤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14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보건안전 실태를 보도하는 기자들에게 소송으로 대응하는 쿠팡을 규탄했다.

1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 <쿠팡의 자사 비판보도 언론인 고소 등 '전략적 봉쇄' 규탄 기자회견> (사진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지난해 3월 12일 택배 노동자가 과로사로 사망한 이후 쿠팡에서 1년 사이 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언론이 쿠팡의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기사를 작성하면 쿠팡은 언론 대응 담당 홈페이지 ‘쿠팡 뉴스룸’을 통해 반박하거나 기자들을 잇달아 고소했다. 언론중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기자 개인을 상대로 억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식이다.

쿠팡은 지난해 7월 충남 천안 목천물류센터 식당 하청업체 노동자의 심정지 사망사건을 보도한 대전MBC 기자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대전MBC는 고 박현경 씨가 청소 혼합용액에 담긴 유독물질로 인해 사망했다는 가능성을 처음 제기했다.

쿠팡은 지난 2월 일요신문과 소속 기자를 상대로 기사 삭제 및 억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걸었다. 일요신문은 1월 동탄 물류센터에 사망한 채 발견된 최 씨가 일하는 동안 회사에서 제공한 핫팩 하나를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쿠팡은 소송 전 언론중재위를 통한 정정보도 청구 등을 거치지 않았다.

프레시안은 지난해 11월부터 쿠팡피해자대책위원회의 ‘쿠팡 노동자 실태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집 기사를 게재하고 12월 ‘쿠팡 뉴스룸 검증’ 기획 기사를 작성했다. 쿠팡은 지난 1월 프레시안을 상대로 언론중재위 ‘기사 삭제’ 조정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우리는 이러한 쿠팡의 언론 대응은 정당한 비판 여론을 소송 등으로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로 볼 수밖에 없다”며 “모두 13회에 걸쳐 쿠팡의 노동 안전 문제를 심층 보도한 대전MBC 기자는 쿠팡의 제소 이후 압박을 느껴 후속 보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의 소송 위협이 언론 취재와 노동인권 보도를 틀어막는 실체적 위험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쿠팡을 향해 “언론의 입을 ‘봉쇄’할 시간에 극심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하라"며 "노동자 처우와 노동환경부터 ‘글로벌 스탠더드’ 기준으로 개선하라. 지금까지 과로사로 사망한 노동자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조속히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에 쿠팡을 중대재해사업장으로 지정할 것과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했다. 쿠팡의 과로사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함께 특단의 대책 마련도 요구했다. 언론에는 노동 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언론시민사회단체는 “2020년 배달노동자 10명이 사망하고 나서야 사망 소식을 처음 전한 신문이 있는가 하면 근본대책에 무관심한 언론도 적지 않다”며 “쿠팡의 무책임하고 몰상적인 처사에 적극 대응하는 것부터 전환의 출발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