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김성수 보도국장. ⓒMBC
"두 달째 어떻게 사는지 모르겠다."

지난 2월 4일 <뉴스데스크> 진행을 시작해 21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앵커석에서 내려오는 MBC 김성수 보도국장은 앵커로서의 소감을 묻자 고개부터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후 5시 회의를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저녁식사, 분장까지 하려면 앵커멘트 쓸 시간이 없을 정도라고 했다. "나는 껍데기가 된 상태"라는 적나라한 대답에서 그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말은 좋다. 보도국장이 앵커를 겸직하면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하루종일 뉴스를 지휘했던 사람으로서 그날의 흐름을 제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앵커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갖춘 미국과 달리 한국의 보도국 편제에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앵커 선정 이후 줄곧 "둘 중 하나만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던 그는 이례적으로 사장이 바뀌었는데도 유임됐다. 사장 교체 이후 변화를 묻는 질문에는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경민 앵커 선정 이후 논란? "한나라당, 아무 얘기도 없었다"

새로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은 앵커진과 관련해서는 "현재 MBC 보도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앵커진"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김세용 앵커는 주말 <뉴스데스크>를 진행하기에는 중량이 넘칠 정도"라며 "최강의 앵커진을 갖춘 만큼 남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신경민 앵커 선정 이후 혹시 한나라당 쪽에서 어필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부담스러운 면은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아무 얘기도 없었다"고 역시 잘라 말했다. 신 앵커는 지난해 BBK 논란 때 직설적인 코멘트로 한나라당으로부터 '편파적'이라는 반발을 산 바 있다.

'기획에디터' 신설…"시청률 의식하면 편집 흔들려"

▲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 내걸린 현수막. ⓒ미디어스
MBC는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와 함께 자연스럽게 뉴스의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외벽에는 '진실의 중심, MBC뉴스'를 슬로건으로 한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김 국장은 "특별한 개편 방향은 없다"면서도 뉴스의 완성도를 높이고 기획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 정식으로 인사를 내지는 않았지만 보도국 내부적으로는 기획에디터(가칭)를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그날 그날의 뉴스에 얽매이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뉴스를 고민하는 역할이다. 임흥식 전 편집에디터가 그 역할을 맡았고 김종화 편집총괄데스크는 편집에디터로서 당일 뉴스를 컨트롤한다.

"MBC가 뉴스의 변화를 시도한 것이 1년 7~8개월이 되어간다. 그동안 깊이있는 뉴스, 쉬운 뉴스를 위해 기자가 출연도 하고 5분 이상의 심층리포트도 해봤다. 이제 완성도를 높이고 전문성도 보다 강화하려고 한다. 그날 그날의 뉴스에 함몰되다보면 돌아볼 여력이 없다. 이제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을 뒀으니 뉴스가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굳이 개편이라면 이 정도가 개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주말 <뉴스데스크>도 더블앵커 체제로 돌아가는 만큼 형식과 내용에서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김 국장은 "일단 기존 35분에서 5분 정도 늘리는 안을 논의 중이며 봄개편에서는 주말 편성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더 많은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지난해 7월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시청률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보도국장으로서 "안보면 직무유기니까" 시청률표를 보기는 하지만 시청률을 의식하게 되면 편집이 흔들린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뉴스다운 뉴스를 했는지, 어젠다 설정은 잘 했는지 우리의 자기검열이 중요하지 남들이 우리 뉴스를 얼마나 많이 봐줬는가는 그 다음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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