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농성 90일에 접어든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들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에게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한 끝장토론을 제안했다. 구 회장이 토론에 응하지 않으면 25일부터 LG트윈타워 근처에 100개의 텐트를 치고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는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역업체 변경 시 간접고용 노동자의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 해결 방안 ▲하청 청소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방안 등을 놓고 토론하자고 밝혔다. 구 회장이 거부할 경우, 25일부터 LG트윈타워 동관 주차장에 100개의 텐트를 치고 야간 시위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15일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가 연 '구광모 회장과의 끝장 토론 제안 및 파업 100일 100개의 텐트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 분회장은 16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10년 넘게 일해온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무임금으로 왁스 작업을 시키고 시간 꺾기 등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는데 노조를 만들었다고 쫓겨났다”고 말했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2019년 10월 노조를 만들었다. 이들은 월 169만 9천 원(3대 보험 제외)을 받으며 야간·주말 노동, 왁스 작업 등을 무임금으로 해왔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생긴 뒤 ‘공짜노동’이 조금 줄었지만 지난해 11월 LG그룹은 청소용역 업체를 바꾸겠다며 12월 31일부로 80명의 청소노동자 전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관련기사 : LG트윈타워 청소 노동자 부당해고 논란 "노조 만든 죄밖에 없어")

LG는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에 건물 관리를, 지수아이앤씨에 청소용역을 맡겨왔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은 지수아이앤씨 소속이다.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훤미, 구미정 씨가 각각 50%씩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청소노동자들이 LG트윈타워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여론이 악화되자 구 자매는 지수아이앤씨 지분을 매각하고 손을 뗐다.

16일 박소영 공공운수노조 LG트윈타워 분회장은 KBS1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구광모 회장에게 끝장토론을 제안한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KBS)

LG와 지수아이앤씨 측은 해고된 청소노동자들에 대해 65세 이하는 LG트윈타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노조를 와해하려는 제안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 지부장은 “지수아이앤씨 이사와 관리자가 하루에 3번씩 회유 문자를 보냈다. ‘생활 유지비를 주겠다’, ‘마포 빌딩으로 가라’ 등"이라며 "우리는 대부분 60세 이상의 가장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82명 중 26명만 남아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마포 빌딩은 현재 19명의 청소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현재 투쟁하고 있는 26명이 마포 빌딩으로 가게 되면 그곳에서 일하던 19명이 피해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또 “마포 빌딩 제안은 노조를 와해시키는 행위”라며 “왜 우리는 10년 동안 일해온 LG트윈타워에서 일할 수 없는 것인지 구광모 회장과 지수아이앤씨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우리가 구광모 회장에게 일을 구걸하는 게 아니다. 트윈타워에서 일해온 청소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내몰고 묵묵부답으로 방관하는 것은 비인륜적이고 비도덕적인 기업 행위”라며 “우리는 물러설 수 없다. 파업 100일이 되는 25일 LG 동관 주차장에 야간 텐트를 치고 시위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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