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드디어 결승 진출자 2명을 가리는 잔혹한 시간이 찾아 왔습니다. 그간의 시간동안 각각의 캐릭터와 음악적인 성향, 우승에의 의지가 모두 공개된 상황에서 이제 남은 것은 누가 더 많은 적극적인 지지를 얻어 결승 스테이지에 서느냐는 단순한 결과물이죠. 어떤 미션을 가지고 어떤 무대를 보여줄 것인지, 심사위원들의 심사평은 어떻게 갈릴 것인지, 사소한 다름이 방송 내용을 채우겠지만, 이전 시즌의 슈퍼스타K가 그러했던 것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인기투표. 누가 더 많은 적극적인 지지자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 그것입니다.

얼마나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강렬한 개성을 내뿜고 있는지, 혹은 감동적인 스토리와 우승을 위한 열정을 내뿜고 있는지 등등의 모든 것들의 총합이 즉 인기라는 간단한 결론이죠. 이런 단순한 결과 도출이 이 프로그램을 슈퍼‘가수’K가 아닌 슈퍼‘스타’K로 명명한 제일 타당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언젠가 윤종신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말한 것처럼 이 프로그램은 그들이 겉으로 표방하는 것처럼 기적의 목소리를 찾는 것보다는 보다 복합적이고 애매한, 하지만 확실한 가치인 기적적인 스타, 그야말로 인기인을 발굴하는 것에 맞추어져 있으니까요.

이른바 슈스케의 징크스, 혹은 저주라고 불러도 좋을 탑3 경연의 일관되었던 결과가 이번에도 이어질 것인지 궁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시즌 1에서 길학미, 시즌 2에서는 장재인에게 고배를 마시게 했던 기준. 여자는 결승에 오르지 못한다는 상당히 특이한, 그리고 타당한 걸림돌이 바로 그것이죠. 이 두 재능 있는 여자 도전자들의 결승 진출을 가로 막은 것은 음악성이나 재능의 크기, 선곡의 문제나 무대 위에서의 강렬함, 또는 심사위원들의 지지가 아닌 바로 인기. 지지자들을 어떻게 끌어 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였거든요.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여자 시청자들의 지지에 비해 남성 시청자들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조금은 편향적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근거를 가진 기준인 셈이에요. 여성에게 지지받지 못하는 팀은 결승에 나가지 못한다는, 그렇다고 남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닌 도전자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의 빈틈이죠. 곧이어 이어질 위대한 탄생 역시도 적용될 수밖에 없는 원칙이기도 하구요. 남자가 여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아니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모가 출중하지 않으면’ 남자가 여자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조금은 노골적인 원칙이에요.

모를 일입니다. 이전 시즌에선 매번 실력보다는 외모만 믿고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의구심과 질타를 받는 후보가 한둘 끼어 있었던 것에 비교하면, 이번 시즌은 대체로 탄탄한,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후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사실이고, 투개월도 단순히 이쁘고 매력적이어서 여기까지 올라온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김예림의 외모만이 장점이라고 하기엔 여성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할 만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대윤도 역시 변수이구요. 같아 보지만 이전과는 미세하게 다른. 특이한 변수인 투개월의 순항 여부는 앞으로 슈스케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이들의 성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알아보는 좋은 일례로 남을 겁니다.

그렇기에, 여러모로 이번 탑3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투개월입니다. 그들은 탑3의 저주를 풀 수 있는 자격과 조건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 상대방의 존재감과 강렬함은 결코 만만하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이런 인기 겨루기 때문에 사상 최고의 실력파 울랄라세션이 미아가 되는 결과는 절대 없었으면 싶습니다만, 결과는 결국 시청자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가장 원칙에 충실한, 혹은 바람직한 이들이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렇기에 아무도 그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선거판. 어찌 보면 사람들의 자발적인 지지에 기대어 있기에 가장 공평하고, 제일 어렵고, 너무나 잔혹한 순간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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