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달 경북 구미에서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 사건이 공분을 자아내는 가운데 MBC가 아이의 생전 얼굴을 공개했다. MBC 내부에서는 사진 공개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BC ‘실화탐사대’는 13일 유튜브를 통해 숨진 3세 여아의 생전 모습을 공개했다. 실화탐사대 팀은 “경북 구미 아기 변사 사건과 관련해 제보를 기다린다”며 신생아 시절의 웃고 있는 아이 영상과 사진 5장을 공개했다.

13일 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

이후 연합뉴스에서 해당 영상을 인용 보도하면서 다수의 매체가 아이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매체는 얼굴 공개 기사 제목으로 "이렇게 예쁜데, 어떻게"라는 누리꾼들의 분노를 뽑았다. 스포츠경향 <구미 3세 여야 생전 모습 공개...누리꾼 분노↑>, 한국경제TV <“이렇게 예쁜 아기를”...숨진 구미 3세 여야 얼굴 공개>, 아시아경제 <“가슴아프다...가해자 얼굴 공개하라” 구미 3세 여야 생전 모습>, 중앙일보 <충격적 미스터리에...‘구미 3세 여야’ 생전 얼굴 공개됐다> 등이다. 누리꾼의 분노를 제목에 담아 클릭을 유발하는 일명 ‘공분 저널리즘’이다.

15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곽우신 오마이뉴스 기자는 “(실화탐사대의 사진공개는) 여론을 환기하고 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한 공익적인 목적으로 보이지만 앞서 ‘정인이 얼굴’을 공개해 공익적 효과가 나왔는지 의문”이라면서 “SNS에서는 아이 얼굴을 평가하고 성적으로 희롱하거나 모욕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피해자가 세상을 떠날수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얼굴을 품평하는 게시글이 SNS에 등장했다.

‘실화탐사대’에 출연 중인 박지훈 변호사는 “실화탐사대에서 앞서 이 사건을 보도했기에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원칙적으로 사진공개는 가해자도 안 된다. 가해자를 공개하면 피해자를 추측할 수 있으므로 법과 기자 준칙에 안 된다고 나와 있다”고 밝혔다.

진행자 김종배는 “앞서 정인이 사건을 보도했을 때 SBS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학대 의심 정황이 아이 얼굴에 드러나기에 공개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봐야 할지 숙고가 필요하다”면서 “공범 관계를 추적한다는 명분으로 기자들이 친부가 누구냐 등 온갖 소설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황색 저널리즘", 김 진행자는 "족보 찾기냐"고 지적했다.

여아 사진 공개한 보도들 (사진=네이버)

지난 1월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대다수 언론이 피해 아동 실명을 밝히며 생전 사진을 공개했다. 그러나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 피해자와 가해자의 실명 등 개인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 35조는 아동보호 전문기관, 수사기관, 언론 등에 사건관계자를 특정할 수 있는 일체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보도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피해아동 신원이 특정돼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 등은 피해아동 신상정보 노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관련기사 : 입양아 학대-사망 사건, '얕은 접근' 안 된다)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이유로 언론이 얼굴을 공개하고 있다”며 “보통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앞으로 피해자가 살아가야 할 환경을 우려해서이지만, 피해자가 아동인 데다 사망한 뒤라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앞서 양부모 학대 사망 사건에서 아동학대를 근절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얼굴을 공개했지만, 공분을 자아냈을 뿐 얼굴 공개가 범죄 입증에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못했다고 본다”며 “이번 경우는 공개 이유를 더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화탐사대’의 사진공개 이후 이를 보도한 매체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 소장은 “네티즌들이 사진을 퍼 나르는 것과 언론이 이를 보도하는 건 다르다”며 “언론이 스스로 판단했을 때 불필요한 정보를 제공한 보도를 지적해야지 사진공개 책임을 ‘실화탐사대’에 미루며 사망한 아이의 얼굴을 보도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의 반응을 앞세운 보도에 대해서는 “아이 얼굴을 보고 공분해서 악플을 쓰라고 장을 열어주는 행태”라며 “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을 손 볼 필요가 있다. 부적절한 성폭력 범죄 보도로 인해 세부적 가이드라인이 생긴 것처럼 아동학대 관련 보도에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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