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충격적이다. 제발 그런 설정은 나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실제로 등장했다. 아버지가 딸을 죽이는 잔인한 상황은 아무리 드라마로 만들어진, 꾸며진 이야기라고 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넘어서면 JTBC 드라마 <괴물>은 정말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은 신비롭다. 하지만 대부분 날것의 새로움은 잠시, 이내 익숙한 상황에 갇힌 채 변죽만 울리고 끝나고는 한다. 신인의 패기만 존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괴물>은 전혀 다르다.

장르물은 얼마나 치밀하게 이야기를 구조적으로 잘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괴물>은 매력적인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최소한 장르물을 좋아하는 이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드라마다.

20년 만에 재현된 사건이 해결되었다. 민정이 사건이 결국 아버지 진묵에 의해 벌어졌다는 사실이 동식이 밝혀냈기 때문이다. 동식은 이미 민정이 살해당한 날 알고 있었다. 다만, 민정의 시체를 찾을 수 없었다. 시체 없는 살인은 증명하기 어렵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동식이다. 20년 전 동생이 손끝만 남긴 채 사라졌다. 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시체를 찾을 수 없어 사건이 성립되지도 않았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동식은 민정을 찾아야만 했다.

2017년 동식이 파트너와 근무하는 과정을 담은 것은 중요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동식이 왜 그런 행동들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답이 그곳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복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도 존재한다.

후배인 상엽의 동생 친구가 잔인하게 살해당했다. 그럼에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살인마를 처벌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집 밖에서 그를 감시만 하고 있다. 법이 그렇다. 함부로 그의 집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를 범인으로 잡을 수도 없다.

야밤에 몰래 나가는 범죄자를 홀로 추적하던 후배가 사망했다. 자신으로 인해 이제 범죄자를 잡아들일 명분이 생겼다는 말까지 했다. 어떤 방법으로든 잡고 싶었던 악랄한 범죄자를 잡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그 범죄자는 자신은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며 비웃었다.

이런 자를 그대로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동식은 광수대에서 제외되어 만양 파출소로 오게 되었다. 민정이 사라진 사건도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민정을 찾지 못했다. 그의 손끝을 발견했지만, 정작 민정이 자체는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

증거가 없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이제는 합리적 물증으로 처벌도 가능해지는 경우도 생기지만 기본적으로 증거 없는 범죄는 존재할 수 없다. 동식은 민정이를 찾아야 했다. 사건이 벌어진 현장은 이미 깨끗하게 치워졌고, 범행에 사용한 때수건은 빨아서 널어놨다. 그리고 민정의 휴대폰에는 지훈의 메시지만 가득하다.

"시체처럼 잔다고"

자신의 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체'처럼 잔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진묵의 모습에 동식은 경악했다. 인간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어눌한 말투로 동정심을 유발하며 자신의 본능을 숨기고 살아가고 있던 자에 대한 분노였다.

민정을 찾기 위해 집안을 뒤지지만 보이지 않는다. 마당에 묻어둔 김치독을 뒤지던 동식은 그곳에서 휴대폰을 발견한다. 다른 희생자도 존재한다는 의미다. 자신의 딸을 죽이기 전 이미 많은 이들을 죽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식은 진묵에게 문자를 보냈다. "아빠 나 좀 꺼내줘"라는 문자는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범인인 진묵이 더 경악할 일이었다. 누군가 집을 뒤졌고, 중요한 증거를 가져갔다. 누구인지 잡고 싶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라진 민정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만양 정육점에서 발신된 첫 문자는 이후 갈대밭에서 오더니, 마지막으로 심주산 심주사 800m 지점에서 문자가 왔다. 이는 충분한 메시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진묵은 알 수 있는 메시지였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

심주산 심주사 800m 지점은 재이 어머니가 사라진 지점이다. 재이가 민정 휴대폰을 가지고 있고, 자신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진묵은 확신했다. 진묵의 생각처럼 재이는 동식이 숨겨둔 민정이 휴대폰을 찾아 이런 행동을 했다.

모든 것을 홀로 감내하고 있는 동식에게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 짐을 지겠다며 동식에게 이야기하는 재이는 결연했다. 그런 재이이지만 정육점에서 진묵과 단둘이 있는 상황은 공포였다. 동식을 언급해 진묵이 돌아가도록 했지만,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로 두려웠다.

진묵이 잔인한 살인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만 하는 상태에서 마주한 그 순간들은 공포스러웠으니 말이다. 진묵은 재이에게 선물을 주고 갔다. 어머니의 머리핀과 묻혀있는 장소를 알리는 메모지 말이다. 갈대밭에 묻혀있는 어머니를 찾으러 가며 동식에게 자신이 죽을 수도 있지만 그게 증거가 될 거라는 말도 했다.

2017년 후배가 죽으며 남겼던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동식이 분노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동식이 범인이라 생각하고 있던 주원이 체포하려는 순간 재이의 전화는 모든 것을 바꿨다. 김치독 옆에 있던 바닥에 비닐로 감싼 민정이 묻혀 있었다.

집 밖으로 나가려던 진묵을 찾은 이는 주원이었다. 그런 주원을 보면서 여유롭게 혼자 왔냐고 묻는 진묵에게 두려움이라는 것이 없다. 주원 혼자 왔다면 제압해 묻어버리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주원만이 아니라 동식도 함께였다.

JTBC 금토드라마 <괴물>

완벽한 증거까지 있는 상태에서 진묵은 빠져나갈 길이 없다. 자신의 행동에 부끄러워하고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걸렸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진묵은 타고난 살인마일지도 모른다. 과연 그는 20년 사건의 범인일까? 방주선과 이유연도 그가 죽였을까?

진묵이 20년 전 사건을 흉내 내 범죄를 저지른 것은 맞다. 자신을 멸시하고 조롱하는 딸을 보며 임계점을 넘어선 진묵은 살해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그리고 그가 떠올린 것은 20년 전 사건과 동일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년 전 벌어진 사건의 진범이 진묵일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목격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제 역시 살인범이라기보다 목격자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그가 사슴을 그리며 특정한 부분에 공포를 느끼는 것은 그가 살인마이거나 목격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괴물>의 이후 이야기는 20년 전 사건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주원의 아버지와 정제의 어머니, 지화의 전 남편이 묶인 경제 동맹체가 과거 사건과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다.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지만 진묵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사건을 주도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연히 경찰은 진묵을 연쇄살인마로 묶어서 정리하고자 한다. 하지만 숨겨진 진실을 다 밝혀내지 못한 동식은 만족할 수 없을 것이다. 진짜 괴물은 아직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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