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10일 KBS가 내달 적용 예정인 직무재설계 추진안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초안을 수정한 안으로 내부 반발에 사측이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직무재설계안은 오는 24일 이사회 최종 의결을 거쳐 내달 1일 적용될 예정이다.

미디어스 취재결과 현 4,550개 직무 중 950개 직무를 줄이는 초안에서 544개(지역국 포함시 705개) 직무를 줄이는 안으로 수정됐다. 직무재설계를 통한 감축 예상 인원도 줄었다. KBS 한 관계자는 “주된 흐름은 본부별로 전체 간부(국·부·팀장) 12~13%를 형평성 있게 덜어내는 방식으로 흐름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직무재설계 추진안을 접한 이사들의 지적은 내용보다 내부 소통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이사는 12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논의 과정에서 내부 소통을 강화하고 비전이 명료하게 세워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내용에 대해 이사회가 깊이 논의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사측은 16일 과반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만나 직무재설계 추진안을 보강·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KBS본부는 성명과 피켓시위 등을 통해 직무재설계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직무재설계 도입 일정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지난 2일 '공사 창립 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 중인 양승동 사장에게 직무재설계 반대 의지를 전달했다. (사진제공=KBS본부노조)

지난 1월 KBS본부는 직무재설계의 주무부서인 혁신추진부를 상대로 7시간 동안 토론회를 가지며 부서별로 초안에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관련기사 : 모든 부서의 질문 마주한 'KBS 직무재설계') 이후 지난달 25일부터 직무재설계의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피케팅에 나섰다.

KBS본부 조합원 대다수는 직무조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혁신추진부의 직무재설계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KBS본부가 지난달 26일부터 3일까지 300명이 넘는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 결과, 10명 중 8명은 “직무조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혁신추진부의 직무재설계가 부적절하다”(70%)고 답했다.

직무재설계 문제점으로 “대안이나 대비책이 없어 실현가능성이 없다”(55.7%)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고 논의 과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장기적이고 전문성있는 의견 수렴 과정 부족”(77.1%)이 꼽혔다.

KBS본부는 11일 성명을 통해 “조합원 대다수가 직무조정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번 직무재설계안의 절차와 내용에는 공감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는 졸속으로 마련된 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재우 KBS본부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인원수를 줄이는데 초점 맞춘 직무재설계안에 피켓팅으로 맞섰으나 이제는 부서별로 세밀화된 대응이 필요할 것 같아 피켓팅을 잠시 멈추고 16일까지 다음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양승동 사장은 2일 열린 공사 창립 48주년 기념식에서 이번 직무재설계 방향을 ▲지상파 중심의 선형적 조직에서 디지털 중심의 비선형 조직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 ▲직무 재설계를 통한 부서별 적정 업무 산출로 설명했다.

양 사장은 “직무재설계 과정에서 본사의 국·부단위의 조직과 보직자를 각각 10% 이상 줄여 탄력적 조직으로 변경할 계획”이라며 “3월 중으로 이사회 의결을 받아 4월 1일 자로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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