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언론인권센터 논평팀] 지난 3월 8일은 세계 여성 지위 향상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이었다. 1975년 UN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했지만 1908년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궐기한 날에서부터 시작됐다. 역사를 따지자면 114년이나 된 셈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의 날을 기념일로 삼은 지는 2018년부터로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현재도 그렇지만 여성 인권,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미디어를 비롯한 온·오프라인의 시선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별 게 다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우리의 목소리가 그저 예민한 불만이 아닌,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라고 인식하는 시선들이 늘어갔다.

2019년 방송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그 예로 대표적인 여성 서사 드라마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JTBC <멜로가 체질>, 넷플릭스의 <보건교사 안은영> 등을 들 수 있다.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에서 여성의 욕망은 꼭 기구한 사연이나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본인의 직업과 일에 대한 여성들의 욕망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역시 여성 보건 교사가 젤리 괴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는 히어로 장르물로, 남성 히어로와 여성 조력자라는 기존 영웅물의 클리셰를 깬 드라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고정관념과 차별은 존재한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시지프스>는 주인공을 협박하는 대사로 "내일 미투 기사 나갈 겁니다"라고 표현하여 미투 운동의 의미를 훼손시켰다. 또한 한 라디오 진행자는 여성이 ‘편하게 사는’ 시대에 세계 여성의 날이 필요하냐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미디어에서 여성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의식의 향상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미디어 속 여성의 이미지 또한 다채로워졌다. 현재 미디어 속에는 더 다양한 형태의 삶과 일, 사랑을 하는 여성이 등장했다. 영화 <캡틴 마블> 이후에 여자아이들도 영웅 놀이를 하게 됐다는 뉴스가 전해지기도 했다. 따라서 미디어는 변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물들이는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나 <캡틴 마블>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여성도 저렇게 당당한 전문직 여성, 혹은 영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그렇다면 미투 운동의 의미를 훼손시키는 대사도 여성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공영방송의 라디오에서 공식적으로 ‘여성이 편하게 산다는 말’을 하는 날도 사라지지 않을까.

동시에 다양한 직업과 연령, 삶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전히 많은 드라마에서 저기서 보던 여성들의 모습을 여기서 또 보는 웃지 못할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속의 비혼모, 워킹맘 등의 다양한 인물들과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주민들의 여성 연대가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여성 배제, 차별도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일상의 다양한 여성의 삶을 미디어에서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 칼럼 <변화하는 시대! 변화하는 미디어?>는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896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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