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3월 2일,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터졌다. 수사 대상에 오른 LH 직원 13명이 직위 해제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그들이 저지른 위법 행위가 밝혀졌다. LH 직원이 공동 매입한 땅을 찾아내고, 땅 주인을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드러난 행태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씁쓸하다 못해 허탈하게 만들었다. 양파껍질을 까듯 까면 깔수록 또 다른 비리가 꼬리를 물고 나오는 모습은 점입가경이다.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두고 장관이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그럼 그렇지, 팔은 안으로 굽지, 라는 마음에 수사 시작하기도 전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것 같아 맥이 빠졌다.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거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지난 4일 MBC 인터뷰)은 귀를 의심하게 했다. 개그 프로그램의 대사인 줄 알았다. LH 직원은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도 말고, 오이밭에서 신발끈도 고쳐 신지 말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대놓고 갓끈을 고쳐 매고 신발을 고쳐 신은 격인데,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어 웃음만 나왔다. 직원을 옹호하는 듯한 답변은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발언이고, 앞으로 쏟아질 비리를 법의 잣대에서 엄중히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단독] "개발정보 알고 산 거 아니다"…장관이 나서서 감싸기? (2021.03.04.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LH 직원의 비리는 국민 정서에 위배 되는 행위고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위다. LH 직원의 신도시 땅 투기는 정부에 대한 배신감만 커지게 했다.

지금이 어떤 시기인가. 모두 힘겹게 버티고 있으며,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 직장을 잃은 사람도 많고, 삭감된 월급을 받고도 군말 없이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 자영업자는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고, 등록금이 없어 휴학하는 학생들도 있고, 코로나 현장에서 밤낮없이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공기업 직원들과 공무원이 국가 정보를 사적으로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모습은 실망감을 넘어 분노케 했다. 고통 분담은 항상 국민의 몫이고, 재물을 챙겨 곳간을 채우는 사람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불변의 법칙이 시대가 바뀌어도 깨지지 않는다는 참담한 기분은 깊은 우울감에 빠지게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땅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토지와 집에 민감했다. 서울에 살면서도 집이 없는 사람들도 많다. 수도권이라고 하여 다르지 않다. 신도시를 건설한다지만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다. 돈 없으면 신도시 입성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는 그림의 떡이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집이 한 채든, 두 채든, 세 채든 상관없다. 집이 한 채 혹은 두 채인 사람 중 절반은 은행 대출을 받아 내 집이 아닌 은행 집으로 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까맣게 가슴만 타들어 가는 사람들이다.

10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에 나무 묘목들이 심어져 있다. Ⓒ연합뉴스

LH 직원은 직위와 정보를 이용해 개발 지역 땅을 사놓고 차익과 보상을 노린 치밀한 계획까지 세웠다. 구획을 면밀하게 나눠 땅 주인을 정하고, 맹지에 희귀종 묘목을 빽빽하게 심어 보상액을 높일 계획을 세웠다. 물론 그들은 퇴직 후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개발을 앞두고 있는 도시에 땅을 샀다, 라는 변명을 하지만 믿을 수 없는 말이다. 맹지 옆 땅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도 있다. 농부는 봄에 벼모종을 옮겨 심고, 여름 장마에 벼가 쓰러지지 않도록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논에 나가 일을 한다. 농부는 풍작이어도 쌀값이 폭락해 마음고생이고, 흉작이어도 내다 팔 쌀이 없어 마음고생이다. LH 직원이 개발을 앞둔 땅을 농사를 짓겠다는 마음으로 샀다는 말은 땅을 지키며 농사를 짓는 농부의 마음을 찢는 일이다.

LH 직원은 평생 먹고살 걱정 없는 돈이 생기는데 직장 정도 잘리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다. 들키지 않고 더 오래 알짜배기 땅에 희귀종 묘목을 심지 못한 것이 아쉬울 것이다. 지켜보겠다. 앞으로 어떻게 조사가 이루어지고, 결론을 도출하는지 지켜보겠다. 그 결론이 합당한 결론인지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인지 잘 쓴 소설인지 보겠다.

김은희, 소설가, (12월 23일 생) 대전일보 신춘문예 소설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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