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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유니폼’ 버린 LG, 성적도 엉망[블로그와] 디제의 야구 이야기
디제 | 승인 2011.11.02 14:07

지난 10월 31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삼성이 1:0으로 앞선 가운데 9회초 2사 후 정상호의 땅볼 타구가 아웃으로 처리되자 마운드의 오승환과 홈 플레이트의 진갑용은 얼싸 안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3승 1패로 우승을 목전에 둔 5차전을 앞두고 ‘선발 투수가 8이닝 동안 무실점해도 9회초 마무리는 오승환에게 맡길 것’이라며 오승환에 대한 무한 신뢰를 과시했습니다. 우승의 순간을 장식하는 이른바 ‘헹가래 투수’의 영광을 페넌트 레이스 불패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매년 한국시리즈의 마지막 경기에서 반복되는 이 장면은 그해의 프로야구를 상징하며 영원히 기억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상대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환호하는 투수의 표정과 몸짓, 그리고 그가 착용한 유니폼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당당히 차지하게 됩니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오승환이 착용한 삼성의 홈 유니폼은 2011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패자가 삼성이라는 불변의 사실을 차후 몇 십 년 간 두고두고 입증할 것입니다.

무려 17년 전의 일이지만 LG에게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이 있었습니다. 1994년 10월 24일 인천 도원야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LG가 태평양에 3:2로 앞선 9회말 2사 2루에서 마무리 김용수가 김성갑의 땅볼 타구를 직접 잡아 1루수 서용빈에게 던져 우승을 확정 짓는 장면은 LG의 전성기를 상징합니다. 이 순간 김용수와 김동수 배터리는 LG의 검정색 원정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이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LG로서는 까마득한 옛 추억입니다.

창단 첫해 우승이었던 1990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순간에도 LG는 검정색 원정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연승을 달린 LG는 대구야구장에서 벌어진 4차전에서도 6:2로 완승했는데 우승을 확정지어 마무리 정삼흠이 포수 심재원과 감격의 포옹을 하는 순간에도 검정색 원정 유니폼을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그 순간에는 항상 검정색 원정 유니폼이 함께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 (사진 : 5월 13일 목동 넥센전에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하는 원정 유니폼을 입은 LG 선수들. 하지만 LG의 우승의 순간을 함께 한 검정색 원정 유니폼은 지난 7월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21년 동안 이어져온 LG의 검정색 원정 유니폼은 지난 7월말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빛을 흡수하는 검정색 원정 유니폼이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였습니다. 시즌 초반의 상승세가 꺾이며 6월부터 추락을 거듭하던 LG로서는 우승을 상징하는 전통의 원정 유니폼을 포기해서라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고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정 유니폼을 검정색에서 회색으로 교체한 이후에도 LG의 원정 경기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유니폼이 교체된 8월 이후 원정 21경기에서 8승 13패 승률 0.381의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입니다. LG가 9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불명예 신기록을 수립하며 한화와 공동 6위에 그쳤음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우승 유니폼을 홀대하는 LG와 달리 롯데는 우승 유니폼을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며 대조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1984년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착용했으며 특히 1984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최동원이 장태수를 삼진 처리하며 환호하며 우승을 자축하는 순간을 빛낸 푸른색 유니폼은 ‘챔피언 유니폼’으로 명명되어 ‘챔피언스 데이’에 여전히 착용되고 있으며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거액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프로야구단이지만 수치상 흑자를 기록한 롯데 야구단에 챔피언 유니폼이 상당한 수익을 제공하고 있음은 물론입니다.

LG가 회색의 새로운 원정 유니폼을 포기하고 다시 검정색 원정 유니폼으로 회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승의 감격적인 순간 착용했던 역사적인 유니폼을 이대로 사장시키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입니다. 롯데와 같이 이벤트 데이에 착용하는 것도 검토해볼만 합니다. 우승 유니폼에 대한 LG 야구단의 전향적인 자세가 요구됩니다.

관련글 링크 - ‘전통’ 버린 LG, ‘4강 티켓’ 얻을까?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디제  tomino@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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