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2월 한국언론정보학보는 ‘KBS <저널리즘 토크쇼J(이하 저널리즘J)>의 특성과 성취 그리고 한계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게재했다. 이기형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와 황경아 강사의 연구보고서로 방송문화진흥회가 지원한 방송연구사업 일환이다.

연구진은 <저널리즘J>가 매체비평 프로그램이 축소되던 시기에 전환점과 같은 역할을 했으며 앞서 타 매체비평 프로그램과 다른 구성과 특징으로 큰 변화를 줬다고 짚었다. 특히 패널과 초대 인물들이 진행하는 토론 형태로 다양한 정치 현안과 쟁점을 다룰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자사 비평’으로 내부 문제 지적에 인색했던 타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뒀으며 수용자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언론 관행이나 기자들이 활용하는 프레임 등을 상세히 설명해 수용자들에게 심도 있는 정보와 분석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한계로 정파·편파성 논란과 문제적인 인물 섭외 등이 지적됐다.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 1에 등장한 정세진 아나운서의 발언이 언론수용자들에게 관심을 촉구하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KBS)

서면 인터뷰에 참여한 26명의 언론학자(A~Z)는 <저널리즘J>를 “외압이나 내부의 기회주의로 명맥이 끊겼던 매체비평의 부활과 재정비를 상징하는 예증”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학자들은 비평 콘텐츠가 대통령 탄핵 이후 과거 공영방송의 현실에 관한 진중한 문제 제기와 집합적인 자성, 정상화된 공영방송의 위상을 알리면서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자들은 기존에 등장했던 비평 포맷을 벗어난 형식적 변화 시도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시의성 높은 주제를 골라 언론영역 안팎에서 불거진 관련 쟁점을 다룬 측면을 가시적인 성과로 꼽았다. 학자들은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측면이나 “역동적이고 적극적 비평양식”, “지루하거나 형식적인 비평에서 벗어나 생동감이 있는 비평을 성찰적 관점에서 전달했다는 점”, “저널리즘 비평이라는 쉽지 않은 활동을 대중화시킨 작업” 등의 표현으로 <저널리즘J>를 평가했다.

미디어 사회학 전문가B는 “J가 추구한 파격적인 양식으로 인해 ‘품격’이나 ‘무게’가 없다는 식의 비난도 받고 있지만 좀 더 넓은 맥락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함께 경쟁해야 하는 각종 시사와 예능프로그램이라든지 유튜브 방송, 팟캐스트 등을 고려해보면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언론학과 수사학 전공자 A는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 등이 온라인 영역에서 비평전문매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영향력과 파급력 측면에서 지상파 방송과 비교하기 어렵다”며 “언론에 대한 견제와 감시라는 미디어 상호비평의 효용성을 인정하는 논의의 연장선에서 공영방송에서 <저널리즘J>가 자리하고 있는 것만으로 존재가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저널리즘 전공자 N은 <저널리즘J>가 ‘양비론’식 접근이 아닌 구체적인 관점을 갖고 비판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는 “기득권 보수언론의 주장을 정파성과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것이라는 관점을 취했고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한편, 뉴스를 이들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것이 큰 특징”이라고 했다.

<저널리즘J>가 ‘따옴표 저널리즘’, ‘받아쓰기 관행’, ‘정찰제 저널리즘’, ‘침묵의 카르텔’, ‘기레기 현상’, ‘가짜뉴스 대응’ 등 공적 현안을 지속해서 다룬 측면을 성취점으로 꼽은 학자들이 많았다. 또한 다수는 <저널리즘J>가 비평 프로그램의 구성과 기획 측면에 진전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패널 구성과 토론 방식으로 현상에 대한 대안 모색과 깊이 있는 진단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반면 <저널리즘J>에서 다룬 이슈들이 특정 주제에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널리즘 전공자 N은 “일단 방송 분량이 많다 보니 자극적이고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시청자의 고정관념에 잘 어울리는 주제가 불가피하게 선택되는 것 같다”며 “쉽게 말하면 조중동 때리기, 정치뉴스, 가짜뉴스 등이 그런 사례”라고 했다. 이어 “공론장이라는 보다 큰 판단 기준을 놓고 국내 주류언론이 공적인 의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정치적 현안과 갈등을 넘어서는 구조적 문제점은 제대로 지적하고 있는지, 이를 깊이 있게, 전문적으로 제시하는지 등의 진단은 상대적으로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자 H는 “정치와 경제 등의 뉴스비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쉽다”며 “환경, 노동, 문화 등의 주제는 사건 위주로 비평 대상을 선정하고 장기적인 관점의 비평에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저널리즘J>가 팬덤(또는 적극적인 뉴스 수용자층)으로 인해 주제선정이나 제작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디어 사회학 전공자 B는 “문제는 <저널리즘J> 역시 정치적 편가르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라며 “해당 프로그램 자체가 정치적으로 팬덤화된 것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과연 KBS <저널리즘J>가 친정부적인 관점에서 100%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학자들은 <저널리즘J>의 ‘정파성’과 ‘편향성’을 둘러싼 평가에서 차이를 보였다. 언론학과 수사학 전공자 A는 “패널 선정이 권력 편향적이라 프로그램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패널 선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 특정 이슈와 거리가 먼 인물이거나 해당 사안에 대한 자질이나 식견이 부족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사회학 전공자 B는 “모든 비판의 주체가 언제나 완벽할 수 없고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언론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면서 다른 언론을 비판하는 것은 공격을 당하는 당사자나 일반 수용자의 시각에서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매체비평 전공자 L은 “보수언론이나 보수진영의 비판이나 공격에 대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고 제작진 스스로 저널리즘 비평, 즉 매체 간 상호비평으로서의 주제선정, 진행 방식, 패널 선정, 진행자 선정 등에 있어 문제점이 없는지 자문해 보고 자율적으로 문제점을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패널 선정에 훨씬 더 노력이 필요하고 다른 의견이나 관점을 대변하는 사람의 수나 내용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저널리즘J>가 앞으로 ‘자기 개혁’의 혁신을 부단히 도모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자 U는 “진보적 시각에서 보면 조선일보의 보도가 문제가 많은 것은 자명하다. 편향성 시비로부터 자유로우려면 그만큼 자기비판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격한 정파성 대립에서 편향되지 않는 정의와 관련된 주장을 하려면 발언권의 비용으로 어느 정도의 자기 고난과 희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매체비평의 대상과 방법을 다변화해서 비판 일변도에서 잘 쓴 기사, 특히 보수매체의 잘 쓴 기사, 중소 인터넷매체의 좋은 기사를 발굴해서 소개하는 인정기능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좋은 기사가 없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좋은 기사는 노출이 잘 안 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 문화연구 전공자 I는 “기존의 보수적인 매체 외에 중도성향이나 진보매체 및 유튜브 콘텐츠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시시비비를 밀도 있게 가리는 것보다 ‘포용적인’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BS는 <저널리즘J> 개편을 고민 중에 있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KBS 시청자위원회에서 “언론학자, 언론 산업계 현장, 수용자들과의 관련한 조사를 통해 내부 구성원들의 참여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말했다. 임장원 시사제작국장은 “내년 1분기 안에 개편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목표로 기획과 준비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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