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JTBC 구성원들이 <뉴스룸>이 추구하는 ‘합리적 진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뉴스룸>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합리적 진보’에 대한 정의를 세워야 고품질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데스크가 포털 랭킹뉴스, 실시간 검색어 기사 작성을 지시해 취재 역량이 낭비되고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8일 발행한 노보에서 JTBC <뉴스룸>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현재 JTBC <뉴스룸>은 2%~3%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MBC·SBS 등 지상파는 물론 TV조선·MBN·채널A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노동조합은 <뉴스룸>에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다며 방향을 세우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현장 기자들은 <뉴스룸> 영향력을 키우려면 특종과 묵직한 사회적 의제 형성, 날카로운 권력 감시 등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며 “<뉴스룸>이 추구하는 ‘합리적 진보’가 무엇인지에 대한 구성원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방향성에 맞는 콘텐츠를 선별하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JTBC 구성원은 노동조합과의 인터뷰에서 “<뉴스룸>이 합리적 진보의 나침반 구실을 하려면 ‘오늘만 때우는’ 뉴스 제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동조합은 보도 가치가 없는 뉴스가 다수 생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은 오후 회의 직후 내려오는 갑작스러운 제작 지시”라며 “중요한 발생 기사나 묵혀선 안 될 특종을 처리해야 한다면 응당 제작 지시가 황급히 내려올 수 있다. 문제는 오전 회의 때 이미 킬한 메모, 구문이거나 저널리즘 가치가 떨어지는 타사 보도 등도 이 시간에 지시가 떨어진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최근에는 포털에서 특정 연령층에 많이 읽힌 흥미 위주 기사, 랭킹뉴스, 실시간 검색어 기사도 긴급한 처리를 요구한다”며 “오전과 오후 일과 시간엔 업무의 갈피를 잡지 못하다 오후 늦게부터 허겁지겁 일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데스크의 지시 때문에 구성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보도 가치를 이해하기 힘든 뉴스를 중요한 이슈인 양 급박하게 제작하는 일이 반복하면 기자들은 우선순위로 삼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며 “현장 기자들은 제작회의에 무엇을 보고하고 말아야 할지 고민하다 결국 모든 이슈를 다 보고하는 길을 택하게 된다. 이는 나비효과처럼 구성원의 보신주의, 면피 문화를 키운다”고 했다.

JTBC의 디지털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JTBC는 올해를 ‘디지털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보도국과 연동하는 등 디지털화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JTBC만의 디지털 콘텐츠 방향성이 정립되지 않다 보니 일단 질보다 양을 강조하게 된다”며 “일선 기자가 사소한 출입처 보도자료까지 처리하면서 부서별 온라인 기사 할당량을 채우는 현상은 그래서 나온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은 뉴스 모니터링 체계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담당자를 지정해 타사 뉴스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이 아니라, 모든 기자가 모니터링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팀별로 내근자나 당번을 정해 모니터링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며 “하지만 개별 기자가 모두 하고 있다. 정작 필요한 모니터링 업무에는 인력을 투입하지 않는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야간 주요 뉴스를 모니터링 하는 철야 업무에는 최소 2명 이상은 필요하다”며 “야간에 대형 화재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철야 근무자 중 한 사람은 취재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은 타사 보도를 모니터링해야 하지만, 현재는 1명만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JTBC <뉴스룸>에 나오는 보도국 전경 (사진=JTBC <뉴스룸> 방송화면 갈무리)

노동조합은 구성원들이 <뉴스룸> 앵커백 화면을 채우기 위해 ‘병풍용 내근’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룸>은 보도국 전경을 배경 화면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역동적 화면 연출을 위해 재택근무 중인 기자들이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배경을 채울 인원이 필요하다 보니,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인 기자들까지 내근 당번을 하러 회사로 출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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