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목포MBC 김윤 기자가 섬과 섬사람들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와 지역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보도 실태를 분석했다.

26년 차인 김 기자는 지난달 목포대학교 석사 논문 ‘섬 지역 범죄보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발표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2014년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과 2016년 ‘여교사 성폭행' 사건 보도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 등록된 54개 언론사의 1년치 기사와 포털 뉴스검색을 통해 확인했다.

2014년 채널A 관련 보도 화면

분석 결과 ‘여교사 성폭행’ 사건, ‘염전노예’ 사건 기사량은 육지에서 발생한 비슷한 범죄보다 많았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은 2016년 6월 보도된 지 한 달 만에 1000여 건 이상 보도됐다.

비슷한 시기 보도된 성폭행 사건과 보도량에서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그해 2월 충청남도에서 ‘천안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있었고 6월 서울에서는 경찰이 사건 발생 5년 만에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한 고교생 2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은 ‘여교사 성폭행’ 사건을 ‘섬마을, 섬마을 여교사, 섬마을 학교’ 등으로 섬과 결부시켰다. 해당 사건 보도에서 ‘섬’이 검색된 경우는 805건이지만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보도에서 ‘도시’가 들어간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으로 비난여론이 불거지자 신안군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김 기자는 “성폭행 사건과 관련된 언론 보도가 범죄자가 거주하는 지역 주민 전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신안군이 처음이었다”고 꼽았다.

김윤 목포MBC 기자의 석사 논문 '섬 지역 범죄보도에 대한 비판적 고찰'에 담긴 표

2014년 2월 발생한 ‘염전노예’ 사건 경우도 비슷했다. 2014년 1월 28일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임금체납과 감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구출됐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신안군의 한 섬 염전에 취업한 시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이 각각 1년 6개월과 5년 2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했다. 사건이 처음 보도된 2월 6일부터 한 달 동안 관련 기사는 560건에 달했다. 이중 제목과 본문에 ‘섬’이 사용된 기사는 243건이었다.

그해 7월 충북 청주에서는 지적장애인을 19년 동안 불법 감금하고 학대한 일명 ‘만득이 사건’으로 불리는 ‘축사노예’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대부분의 지역 주민은 지적장애인의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매도되지는 않았다. 또 ‘농촌’이 들어간 기사는 단 7건에 불과했다. ‘염전노예’ 보도와 34배 차이다.

김 기자는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장소를 기사 제목에 쓸 수 있지만 두 사건의 범죄 보도에는 ‘외딴섬’과 ‘섬마을’이 기사 제목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외딴섬 염전노예’가 ‘섬노예’, ‘전라도 섬노예’로 점차 제목의 강도가 세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 두 사건을 다루면서 범죄보다는 사건이 발생한 장소에 흥미를 느끼면서 지역감정과 섬차별을 불러일으키는 구실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두 사건의 언론보도에서 범죄와 ‘섬’을 연결하려는 행태는 통계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사검색 결과 ‘염전노예’와 ‘외딴섬’의 상관계수는 0.3030으로 ‘뚜렷한 양적 선형관계’를 보였다. ‘여교사 성폭행’과 ‘섬마을’은 0.9811로 ‘강한 양적 선형관계’로 나타났다. 2016년 6월 3일 서울신문 <섬마을 ‘짐승들’...갓 부임한 女교사 집단 성폭행> 보도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김 기자는 “섬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지만 언론은 범죄 보도에서 사건의 본질보다 ‘섬’이라는 사건 발생 장소에 주목하고 있었다”며 “언론소비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기에는 섬이라는 고립된 장소가 상품성이 있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또한 두 사건의 언론 보도는 섬 주민들을 공범화했다. ‘염전노예’ 사건의 경우, 섬주민 1800여 명이 피해자를 감시하고 탈출을 방해했다는 허위 사실이 보도됐다. ‘여교사 성폭행’ 사건 보도에는 부적절한 주민들의 인터뷰가 전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김 기자는 “신안군 주민들이 폐쇄적이라 그렇다고 하는데 그 근거가 오직 ‘섬’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섬 지역 범죄는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전체 범죄의 2%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안군은 행정안전부 지역 안전지수 조사에서 5년 연속 범죄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으로 선정됐지만, 어느 섬 지역보다 위험한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여교사 성폭행’ 사건과 ‘염전노예’ 사건 보도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언론은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섬’이라는 장소를 지나치게 강조해 범죄 보도의 선정성과 호기심을 극대화시키려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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