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굴곡진 축구 선수 생활을 이어왔습니다. K리그에 화려하게 데뷔해서 이탈리아 세리에A에 입단하며 한국 선수들의 유럽 무대 진출의 물꼬를 틔운 선봉장 역할을 했던 그였습니다. 테리우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외모, 뭇 여성팬들뿐 아니라 남성팬들의 인기도 독차지했던 그였습니다. 그리고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헤딩 두 골로, 특히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집어넣으며 그는 '국민의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해외 생활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이탈리아를 상대로 골든골을 넣은 '괘씸죄'로 그는 이탈리아에서 사실상 내쳐졌고,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을 전전하다 결국 8년 만에 K리그로 복귀했습니다. 그러나 수원 삼성 2군 경기에서 상대 야유에 격분해 관중석에 난입한 일이 터졌고 벌금 1,000만원 중징계를 받고 이렇다 할 활약 없이 수원에서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그리고 황선홍 감독의 부산 아이파크에 들어가 친정팀으로 복귀했던 그는 1년 만인 2009년 중국 다롄 스더로 또다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제 그의 시대가 끝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무색케 하는 절정의 기량으로 중국 다롄 팬들을 흥분시키고 이 소식은 한국에도 고스란히 전달됐습니다. 결국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본선 출전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고 이후 그의 활약 소식은 드문드문 들리는 정도로 그쳤습니다. 그리고 그는 햇수로 3년 활약했던 다롄 스더에서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갈 지, 아니면 은퇴를 하고 새로운 길을 택할 지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을 맞이했고, 이제 그의 선택에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은 집중되고 있습니다. 바로 '영원한 테리우스' '판타지스타' 안정환의 이야기입니다.

복귀냐, 은퇴냐 '선택 갈림길'

안정환이 30일 중국 다롄에서 '다롄 고별 경기'를 치렀습니다. 2009년 3월에 다롄에 입단해 정확히 2년 7개월 활약하며 18골을 넣은 안정환은 현지 팬들의 상당한 응원과 격려 속에 성대하게 고별 경기를 마쳤습니다.

중국에서의 마무리는 화려했지만 이제 그의 거취가 어디로 갈 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됐습니다. 해외 진출보다는 K리그 복귀에 더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서른 살까지 뛰려 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뛰게 됐다'며 은퇴를 고려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안정환은 아내 이혜원 씨와 함께 화장품 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업도 사업이고 가족들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안정환인 만큼 이번 다롄 고별 경기를 끝으로 아예 현역 은퇴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물론 모든 선택 결정은 오로지 안정환 개인의 몫에 달려 있습니다.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그의 복귀를 강력히 기대해본다

그래도 많은 팬들은 안정환의 복귀, K리그에서의 명예로운 은퇴를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기량이나 체력 모두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는 하지만 팬들은 '영웅' '판타지스타'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해서라도 K리그 복귀를 강력히 바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럴 만 한 이유도 있습니다.

안정환은 1998년 K리그 부산 대우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선수였습니다. 부산에서 뛴 3년 동안 44골을 넣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하며 비교적 성공한 K리거로 주목받았습니다. 유럽 무대를 거친 뒤 2007년 수원, 2008년 부산에서도 안정환은 2년 동안 11골을 집어넣으며 '명불허전'임을 과시했습니다. 이전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졌을지 몰라도 안정환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고, 그만큼 팀의 정신적인 지주가 됐던 때가 바로 이 때였습니다. 풋풋했던 새내기에서 설레임 가득하게 했던 스타를 거쳐 마무리까지 화려하게 장식할 수 있다면 안정환의 축구 인생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해외 선수 생활을 완전히 만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팬들 역시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안정환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출범 30년을 맞고 대변혁을 앞두고 있는 K리그에 안정환의 복귀는 단비 같은 소식이 될 것입니다. 그의 절친인 이동국의 맹활약이 이어지고 지난해 김은중이 K리그 MVP를 타는 등 K리그 르네상스기를 열었던 이들이 한 무대에서 다시 뛴다면 팬들 뿐만 아니라 후배 선수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공격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 36살의 나이에 후배들과 한 무대에서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정환의 존재감은 2008년 부산에서 활약했을 당시 이상의 가치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렇기에 그의 기량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감이 있다 해도 관심 있는 팀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다행히 안정환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러브콜을 보낸 K리그 팀이 몇 팀 있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펼친 활약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쳐주고 응원해 줄 만 한데 이제는 그만 놓아주면 안 되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영웅'이 중국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것은 아쉽습니다. 굴곡진 선수 생활을 이어왔지만 마지막만큼은 큰 박수를 받아 마땅한 이 '판타지스타'를 위해서라도 K리그 팀들은 꾸준하고 끈질긴 영입 구애를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안정환 스스로도 이렇게 응원하는 팬, 여론의 바람을 위해서라도 1-2년 정도는 더 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축구의 역사라 할 수 있는 그의 화려한 마지막을 위해, 꼭 K리그로 돌아와 명예롭게 은퇴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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