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환자가 사망하자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속보 경쟁이 시작됐다”며 언론에 당부를 전했다.

3일 이 교수는 ▲선정적인 제목을 달면 안된다 ▲인과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유보적 보도 태도를 보여라 ▲백신 전문가의 의견을 반드시 인용해야 한다 ▲정치인의 비과학적 언급을 따옴표 처리해 언급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관련 보도 중 문화일보 <중증 이상반응에 사망까지...'고령층 접종확대' 불안감 확산> 보도를 가리켜 "쓰레기 같은 헤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3일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이며 사망한 사례가 발생하자 언론은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2일 오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요양시설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50대 환자가 당일 오후 심장 발작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뒤 응급처치를 받고 회복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다시 심장 발작을 일으킨 뒤 숨졌다. 이 환자는 심장질환과 당뇨, 뇌졸중 등 복합 기저 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11시 관련 보도가 나온 뒤 3시간 동안 100건이 넘는 기사가 나왔다. 조선비즈와 헬스조선, 세계일보, 국민일보, 부산일보 등 20개 언론사는 [속보]를 붙여 사망 소식을 전했다. 한국경제 <고양서 AZ접종 50대 심장발작·호흡곤란...끝내 사망>과 같이 이상 반응을 나열한 보도도 있었다. 경인일보, 더팩트, 뉴스토마토 등은 기사 제목에 ‘전국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뒤 나흘만인 3일 오전 숨진 사례가 발생하자 한국일보, 경기일보, 한국면세뉴스 등은 이를 묶어 <고양·평택서 AZ 백신 접종 후 잇따라 사망>과 같이 사망자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나흘 만에 사망했다'는 내용을 제목에 강조한 연합뉴스 <평택 AZ백신 중증이상 환자 접종 나흘 만에 숨져>와 같은 보도는 16건이 넘었다. 반면 "사망 원인이 백신 부작용인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기사 제목에 담은 보도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지난해 10월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가 나오자 언론은 일명 ‘독감 백신 포비아’를 조장하는 보도를 양산했다. 백신과 사망의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았고 전문가들은 백신 부작용에 따른 사망 가능성을 낮게 진단했지만, 언론은 ‘안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언론이 발생 사건과 논란을 중계하는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정확한 정보 전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12월 5일 방역 당국은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한 108건 모두 백신과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당시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는 ‘인플루엔자 관련 보도·방송 지침’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국민들의 불안을 불필요하게 키울 수 있는 자극적인 표현 등을 삼가고,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 접종 후 사망 신고 수’ 통계를 보도할 때 축약형 문장을 사용해 혼란을 주면 안된다고 했다. 또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신고’ 통계만을 단순히 중계식으로 보도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관련기사 : 독감 백신 관련 보도지침 "지나친 축약 표현 삼가야”)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가짜뉴스들을 경계하면서 안정된 백신 접종을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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