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논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규제하면 되지 않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방송통신위원회와 과방위는 왜 있냐"는 우려의 질문이 나왔다.

지난달 23일 열린 과방위 제2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심사가 보류됐다. 지난해 구글은 기존에 게임 앱에만 부과하던 결제 수수료 30%를 모든 앱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앱 관련 모든 결제를 구글 플레이스토어 내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인앱결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국회 여야는 입법을 통한 대응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사진=연합뉴스)

이날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은 '이중규제'를 제기했다. 과방위에 오른 전기통신사업법과 현행 공정거래법이 앱 마켓 사업자를 중복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지금 관련 사항들은 공정위에서 충분히 규제를 하고 있는 내용인데 방통위가 또 다른 규제권을 가지면서 이중규제로 가는 문제에 대해 오히려 우리 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갑질을 방지한다면서 갑질을 2개를 만드는 것도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될 문제다. 방통위가 실태조사권까지 가지는 것은 과한 부처이기주의이고 밥그릇 키우기"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을 향해 "공정위는 반대이지 않나. 방통위가 이 법을 안 한다고 공정위가 이 업무를 못하나"라고 물었다. 김 부위원장이 "속도의 차이가 있다. 공정위도 하고 있지만 방통위가 해야될 일"이라고 말하자 박 의원은 "됐고, 공정위가 속도를 못 내고 방통위가 속도를 낼 수 있다라는 그 논리는 뭔가. 공정위는 게으르고 방통위는 부지런하다는 건가"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해 중복규제 의견을 밝히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앱 마켓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전기통신역무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 규제로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맡아야 실효적인 규제를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박 의원은 "구글 정책이 올해 10월 예정이지 않나. 그런데 3~4월 중으로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발표한다고 한다"며 "이 발표 내용이 어떤 것인지 보고 거기에 필요한 법을 탄력적으로 개정해야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국내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 제공사업자들은 피해가 있다고 보고 이 법안에 찬성하는 편이고, 해외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자들은 오히려 구글로부터 이익이 더 크다는 측면에서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누구를 위해 우리가 이런 법안을 만들어야 되느냐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했다. 구글은 과방위 법안소위가 열리기 전 의원실을 돌며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절반가량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박대출 의원 주장에 대해 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어떤 사람(앱 개발사)은 구글로만 사업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거다. 그 분이 구글에서 빠져나와 다른 데로 가려고 하면 그 분도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이것을 우리 국회 여야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같이 발의를 했는데, 지금 이것을 가지고 공정위가 하는 건데 우리가 왜 하느냐 하면 방통위와 우리 (과방)위원들이 여기 왜 있어야 돼냐"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우리가 인앱결제로 국회에서 얘기를 하자 구글 태도가 좀 나아졌는데, 만약 우리가 여기서 이 법을 통과 안 시키고 원위치 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입장이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이 여야가 일정정도 합의를 이룬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 발의안만이라도 의결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 측은 전반적으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의결을 할 수 없다고 밝혀 구글갑질 방지법은 결국 심사 보류됐다. 허 의원 법안은 구글·애플 등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플랫폼에만 앱을 등록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2소위 위원장인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규정을 다른 나라에서 입법으로 한 예가 있느냐"며 "오늘은 일단 보류하고 축조심의를 하자"고 결론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의사를 이렇게 마음대로 진행하면 어떡하나"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구글 갑질 방지법'의 본래 취지가 단순히 수수료 인상을 막는 것이 아닌 결제방식의 강제를 막는 것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불공정행위'에 대한 규제가 본질이라는 것이다. 윤 의원은 "글로벌 진출을 하겠다는 분들은 구글의 결제시스템을 쓰고, 지금처럼 국내 사업에서 자기 결제시스템을 가지고 가겠다는 사업자들에 대해 '너희들 그것 쓰지마'라고 강제로 금지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개발사 입장에서 본인들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국민의힘은 구글갑질방지법을 경쟁적으로 발의했으나 돌연 자유무역협정(FTA) 저촉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졸속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태도를 바꿨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방통위 등 한국 정부에 '통상문제 불이익'까지 거론하며 구글 갑질 방지법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고,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방침 시점을 올해 10월로 미루면서 입법 논의가 지연돼 왔다. 통상 법이 통과되고 시행령이 마련되는데 6개월 정도가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리돼야 실효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시민단체, 통신‧미디어‧법률‧경제 전문가, 국내외 기업, 연구기관, 정부 등 총 3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는 지난 5일 방통위에 앱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 등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조승래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315개 앱 사업자 가운데 37.8%가 앱 마켓으로부터 앱 등록거부, 심사지연, 삭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앱 개발사는 등록을 거부한 앱 마켓 사업자를 구글 플레이스토어(65.5%), 애플 앱스토어(58.0%), 원스토어(1.7%) 순으로 꼽았다.

미국의 몇몇 주들에서는 사실상 '구글 갑질 방지법'과 동일한 내용의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리조나주에서는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들이 앱 개발사가 다른 결제시스템을 이용해도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하는 규제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 매체 '맥루머스'는 구글·애플측이 해당 법안 추진을 막기 위해 로비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인앱결제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미국 글로벌게임사 '에픽게임즈'는 구글과 애플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에픽게임즈는 자체 시스템을 통한 직접 결제 프로모션을 진행하다가 구글·애플 앱마켓에서 퇴출당했다.

지난해 미국 의회 하원은 구글·애플·아마존·페이스북 등 이른바 '빅4' IT기업의 반독점위반 여부조사 결과를 발표, 4개사의 독점 심화로 기업분할을 포함한 규제강화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미 하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가 발표한 '디지털 시장 경쟁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 하원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의 시장 지배력이 스마트폰 운영체제로부터 전이돼 구축·강화된다고 판단했다. 하나의 앱마켓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분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디바이스와 OS에 따라 각각의 시장에서 독점적 앱마켓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미 하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인앱결제 강제가 개발자 혁신을 저해하고 소비자 가격부담을 키운다고 결론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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