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토트넘의 대승을 이끄는 데 손흥민의 역할은 대단했다. 번리를 상대로 홈에서 경기를 치른 토트넘은 더는 리그 경기에서 지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10위까지 추락한 토트넘으로서는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유로파리그에서 순항 중이기는 했지만, 리그 경기에서 연패가 이어지며 10위권까지 추락했다. 자칫 하위권으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번리를 만났다. 번리와 경기는 손흥민의 환상적인 골이 나왔던 팀이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오늘 경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은 시즌 전부터 큰 기대를 걸었던 KBS 라인이 가동되었기 때문이다. 케인과 베일, 그리고 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토트넘으로서는 꿈의 라인이 제대로 가동하면 우승 대결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전 경기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던 알리까지 선발로 나섰다면 완벽한 토트넘이 될 수도 있었다. 다행스럽게 선발 출전한 모우라가 골까지 넣었고, 순위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토트넘은 큰 동기 부여를 받게 되었다.

번리전에서 드리블하는 손흥민(왼쪽) [AFP=연합뉴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골망을 흔든 것은 베일이었다. 그런 베일을 도운 것은 바로 손흥민의 핀셋 패스였다. 왼쪽에서 공을 받고 움직이던 손흥민은 교묘하게 오프사이드를 깨며 택배 크로스가 이어졌다. 발만 슬쩍 대면 골이 되는 상황 말이다.

라인 파괴가 그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라인을 깨고 베일과 케인이 동시에 전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산정하고 긴 패스로 수비진을 피해 들어간 그 공은 베일이 긴 다리로 방향을 바꾸며 포프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터진 이 골은 오늘 경기를 결정지었다. 말도 안 되는 패스와 골로 시작된 경기는 15분 터진 케인의 골로 완성되었다. 얼리 크로스를 올린 베일의 패스를 받은 케인은 왼쪽에서 치고 올라와 바로 슛을 날렸고, 수비수의 발을 맞으며 골키퍼 포프를 농락하는 골로 이어졌다.

탄성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과 골이었다. 중앙에서 긴 패스가 올라왔고, 왼쪽으로 빠져있던 케인이 공을 치고 올라오고 중앙에 있던 손흥민을 슬쩍 보기는 했지만, 수비진이 전담 마크한 상황에서 케인의 선택은 옳았다.

득점 후 포효하는 케인. [EPA=연합뉴스]

골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전에도 레이저 슛이 나왔다. 살짝 골대를 벗어나기는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 케인의 존재감은 커질 것으로 보였으니 말이다. 31분에도 골이 나왔다. 레길론이 올린 패스가 상대 수비 머리에 맞고 흐른 공을 모우라가 잡아 슛으로 완성했다.

전반에만 3골이 터지며 승부는 이미 기울었다. 그렇게 맞이한 후반에도 골은 손흥민의 발에서 시작되었다. 케인이 연결하고 손흥민이 치고 올라가자 수비수들이 집중되었고, 이 과정에서 베일 홀로 오른쪽을 파고들자 교묘하게 패스해 골로 연결되었다.

드리블을 하며 감각적으로 베일에게 완벽한 패스를 연결했다. 원터치 후 아름다운 골로 완성시킨 베일은 리그에서 멀티골을 완성하며 환하게 웃었다. 넓은 시야에서 만들어진 완벽한 패스는 그렇게 토트넘의 공격을 완성시켰다.

골 욕심보다는 동료들에게 우선권을 줬던 손흥민은 4-0까지 벌어지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완벽한 슛을 날렸지만 번리 골키퍼 포프의 환상적인 수비에 막히고 말았다. 오른쪽 골대로 완벽하게 들어갈 수 있는 슛이었지만 포프는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케인의 패스를 받아 슛을 날렸지만 슛과는 전혀 상관없을 정도로 뜬 공을 만들기도 했다. 손흥민의 슛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허망한 것이었다. 손흥민과 케인 조합이 터지지 않으며 토트넘 성적이 추락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들의 합작골이 그리워지는 것도 당연했다.

득점 후 포효하는 케인. [EPA=연합뉴스]

후반 막판 이들 조합은 다시 한번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는 손흥민이 치고 올라가며 수비수를 몰고 완벽한 기회를 잡은 케인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해줬다. 말 그대로 케인 정도라면 골을 넣지 못하면 그게 이상할 정도로 완벽한 패스였다. 하지만 손흥민이 그랬듯 케인 역시 민망한 슛으로 골을 놓치지 말았다.

손흥민은 오늘 경기에서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감각적인 패스로 베일의 두 골을 도왔다. 그리고 MOM에 선정되었다. 리그 4번째로 20 공격포인트를 올린 선수가 되기도 했다. 오늘 경기가 더욱 중요하고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은 베일이 완벽하게 살아났다는 점이다.

토트넘은 그동안 손흥민과 케인의 팀이었다. 이 둘이 침묵을 지키면 방법이 없었다. 알리까지 부진에 빠지며 선발 출전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둘의 경기력은 곧 토트넘에게는 절대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이 골을 넣기 시작했다는 점은 반갑다.

그동안 토트넘을 상대하는 팀들은 두 선수만 막으면 이겼다. 어떻게든 두 선수를 막으면 공격 루트는 무너지고는 했다. 더욱 수비가 상대적으로 약한 토트넘을 공략하는 것은 강팀이라면 어렵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델리 알리가 지난 볼프스베르거와 2차전에서 화려한 공격 쇼로 부활을 알렸다.

올 시즌 골이 터지지 않았던 모우라가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도 골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더욱 고무적인 것은 베일이 2골 1 도움으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알리와 선발로 나와 완벽한 모습을 보였던 유로파 경기에 이어 리그전인 번리와 경기에서도 화려한 모습을 보였다.

번리전에서 드리블하는 손흥민. [AFP=연합뉴스]

KBS에 알리까지 함께하게 된다면 토트넘은 모두가 기대하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2위인 맨유와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11점 차이다. 멀어 보이지만 번리 전을 시작으로 리그 3연전을 쓸어 담으면 추가 6점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상대적이라 앞선 팀들 역시 모두 이긴다면 순위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지지 않으면 압도적으로 치고 나가고 있는 맨시티를 제외하고 어느 팀과도 순위 싸움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다는 점은 토트넘에 고무적이다. 더욱 베일과 알리가 완벽하게 부활을 알렸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제대로 역할을 해준다면 토트넘은 결코 약한 팀이 아니다.

풀럼과 크리스탈 팰리스와 경기를 모두 잡으면 리버풀과 원정 경기를 갖게 된다. 막판 승부수가 될 수밖에 없는 리버풀까지 넘으면 내년 시즌 챔스리그 복귀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여기에 애스턴빌라까지 이어지는 4경기를 토트넘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마지막 승부처에서 부활한 알리와 베일. 그리고 감각적인 패스로 팀 승리를 이끌고 있는 손흥민. 토트넘이 부진을 씻고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 가능해질까? 현재와 같은 흐름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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