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MBN이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 논란이 휩싸였다. MBN 사측과 시청자위원 일부가 특정 인물을 내정해 사외이사 선임을 급하게 밀어붙었다는 의혹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권고로 시작된 시청자위원회 추천을 통한 첫 MBN 사외이사 임명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26일 복수의 MBN 시청자위원 설명을 종합하면, 구종상 MBN 시청자위원장은 25일 회의개최 3일 전인 지난 22일, 위원회 단체카톡방에 사외이사 추천을 요청했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이하 MBN지부) 추천 위원들은 절차적 문제를 제기, 추천기간 연장과 사외이사 추천 기준 마련 등을 요청했으나 사측 추천 위원들은 사외이사 추천을 예정대로 강행했다고 한다.

사외이사 선임을 위한 MBN 주주총회는 오는 3월 19일 예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MBN지부 추천 위원들은 2주 후 임시위원회를 열어 주주총회 전에 결정하자는 대안까지 제안했지만 사측 위원들은 거부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측 위원들로부터 사외이사로 추천된 인물은 신용섭 EBS 전 사장이다. 신 전 사장은 2011년 이명박 정부 청와대 몫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임명된 뒤 임기 도중 2012년 EBS 사장에 임명돼 '정권 낙하산 사장' 논란을 빚었다. 신 전 사장은 올해 새 시청자위원회가 꾸려지기 직전까지 MBN 시청자위원장이었다.

구종상 현 시청자위원장은 직전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신 전 사장을 추천한 최재석 부위원장은 직전 시청자위원이었다. 시청자위원 임기는 1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통상 2년 임기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N '시청자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르면 위원 임기는 '2년 이내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때문에 신 전 사장이 위원장 임기 1년을 마치고 새 위원회 출범 직전 사퇴를 한 것은 사외이사직에 임명되는 정해진 수순 아니었느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MBN 시청자위원은 "신 전 사장은 직전 위원장이었고, 지금 위원장은 신용섭 위원장 시절 부위원장이었다. 신 전 사장을 추천한 부위원장 역시 직전 위원을 했었다"며 "신 전 사장이 사외이사를 할 생각을 하고 위원장을 그만둔 것 아니냐는, 사측과 계획을 세워 짜고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 전 사장이 위원장 시기 MBN은 시청권이 근본적으로 부정당하는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책임이 있는 사람이 사외이사로 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면서 "더군다나 3일만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서류검토 절차도 없이 직전 같이 시청자위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끼리 일을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MBN 시청자위원은 "위원 임기는 1년이지만 통상 관례적으로 2년씩, 연임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신 전 사장은 1년하고 그만둔 뒤 곧바로 사외이사로 추천됐다"며 "행정적 문제는 없겠지만 상황적으로 일부러 위원장을 사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5명의 MBN지부 추천 시청자위원들은 입장문을 내어 "이번 사외이사 추천 진행과정을 보면서 설립 과정에서 확인된 불법 행위에 대해 회사가 진지한 반성조차 없다"고 질타했다.

이들은 "이렇게 회의를 파행적으로 진행해 사외이사 추천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시청자들의 불신과 쇄신을 통한 재승인 기회를 져버리게 될 것"이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이를 강행한 분들과 MBN 사측에 있다. 이번 회의의 문제점과 형식적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도록 만들어버린 MBN측의 방식에 대해 회사 내외와 방통위, 국회, 국민들께 낱낱이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불법 자본금 충당'이라는 범죄행위에 대해 사측의 쇄신을 요구해 온 MBN지부는 "사외이사 날치기 선임은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N지부는 이날 성명에서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는 하지 않는다"며 "어렵게 노사합의로 구성된 시청자위원회를 거수기로 만들고 허수아비 사외이사를 세우는 것이 행정소송이나 다음 재승인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MBN지부는 "임기제인 시청자위원들은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그만이다. 하지만 수십년 회사를 다녀야하는 MBN 직원들은 이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용섭 전 EBS 사장 (EBS)

MBN은 사외이사를 개편하라는 방통위 권고와 행정처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행정소송에 나서고 있다. MBN은 2017년 재승인 당시 방통위에 제출한 경영전문성·독립성·투명성 확보방안 중 사외이사진 개편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MBN은 2018년 12월에는 감사위원장에 MBN 현직 전무이사를 임명하고, 사외이사 2명을 제지회사 대표 등 방송 비전문가로 구성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방통위는 MBN이 여전히 방송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외이사를 선임했다며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MBN은 방통위를 상대로 각각의 시정명령 건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11월 MBN에 대해 '3년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시청자위원회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할 것',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것' 등을 주문한 바 있다. 방통위는 6개월 단위로 MBN의 조건이행 실적을 점검하기로 했는데, 이번 사외이사 강행처리 논란이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MBN 사측 시청자 위원들이 신 전 사장 사외이사 추천을 강행하는 또 다른 배경에는 MBN이 지난해 재승인 심사 당시 방통위에 약속한 사안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MBN은 지난해 재승인 심사 당시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하는 방안을 포함한 경영투명성 방안을 제출해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신 전 사장이 사외이사에 오를 경우 기업 경영진을 견제하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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